틱톡서 사진·영상 무단도용한 의료인 사칭광고 확산 주의보

강우찬
2024년 03월 10일 오후 12:43 업데이트: 2024년 03월 10일 오후 5:19

보충제·탈모약·두뇌영양제 등 효능 확인 안된 제품들

짧은 동영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산 앱 틱톡이 판매 플랫폼으로 변신한 가운데, 사진과 동영상 도용 경고등이 켜졌다.

틱톡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약물, 영양제 판매 수단으로 큰 수익을 내면서, 자신과 무관한 의료진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영양 전문가’로 일했다는 말린다 위클리의 사례다.

위클리의 틱톡 계정을 보면, 최근 병원에서 해고된 그녀는 초유 영양제부터 두뇌 강화제까지 다양한 알약과 분말을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틱토커로 변모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영양사로 417일 동안 일하다가 임신을 한 후 갑자기 해고당했다”며 환자들과 공유할 수 없게 돼 있는 내부 건강 정보를 소개해 주겠다는 그녀의 틱톡 영상은 인기 동영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한 초유 성분의 영양제를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위클리는 영양사가 아니라 응급실 간호사이며, 여전히 병원에서 잘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초유 성분 영양제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용해 본 적도 없다. 또한 해당 영양제 업체에 자신의 사진과 영상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지도 않았다.

위클리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내 얼굴을 사용해 돈을 벌고 있는 건가요?”라며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사진을 삭제한 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거짓말에 속고 있다”며 “그런 제품들은 품질도 보장할 수 없기에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위클리의 얼굴을 무단으로 내세워 판매 중인 영양제에는 라벨에 표시되지 않은 미승인 또는 금지된 약물이 섞여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제를 구매한 소비자의 건강은 물론 위클리 역시 경력과 평판에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녀는 “누군가 응급실에서 나를 알아보고 영양제를 먹은 후 부작용이 생겼다고 따지면 어떡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틱톡이 왜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놔두는지 모르겠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라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사우 컬리난 틱톡 대변인은 포브스에 보낸 성명에서 “회사가 콘텐츠와 계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틱톡의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는 계속 삭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런 사칭 계정들을 만들거나 복구하는 데 별 비용과 대가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브스는 틱톡의 신고 기능을 이용해 이런 게시물 중 일부를 ‘잘못된 정보’, ‘기만적인 행위 및 스팸’, ‘사기 및 허위’로 신고했지만, 해당 게시물이 30분 만에 복구됐다고 전했다.

이런 사례는 위클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포브스는 의사, 간호사 등 실제 존재하는 의료진의 사진과 영상을 도용해 다양한 영양제를 판매하는 틱톡 계정 수십 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십만 명의 팔로워와 수천만 건의 ‘좋아요’를 받은 계정도 여럿 있었다.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외부 링크를 걸어놓은 계정도 다수 포착됐다.

이 계정들은 모두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의사 가운에 청진기를 착용한 젊고 매력적인 여성 의료인이 직장에서 해고된 이후 외부에 알리는 것이 금지된 건강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이다. 이른바 ‘양산형’ 계정들인 셈이다.

또 다른 여성 의료진은 둘째 아이 출산 전 병원에서 근무할 때 찍은 오래전 인스타그램 사진이 틱톡에 떠돌아다니며 초유 영양제 판매 광고에 사용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케임브리지 헬스 얼라이언스에서 영양제 연구 프로젝트를 감독하는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인 피터 코헨 박사는 “이러한 영양제 판매는 미국에서 큰 돈벌이가 된다”며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팔아 수익을 내려는 이들이 틱톡 등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코헨 박사는 특히 두뇌 활동을 돕는 영양제의 경우 효능이 입증된 경우는 거의 없으며 초유의 효능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유통되는 대부분 건강 보조 식품의 원재료 상당수가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산 재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입을 다물려 한다”며 중국산 재료를 사용한 영양제 판매에 관해 ‘거액이 오가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기만적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건강 보조제 판매에 대한 단속은 미국 연방 거래위원회의 관할이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관련 광고를 규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 연방거래위 소비자보호국의 전 국장 데이비드 블라덱을 인용해 “마치 쓰나미와 같다”고 포브스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