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선수들, 美 여성 사이클링 대회서 금·은메달 ‘싹쓸이’ 논란

톰 오지메크
2023년 10월 16일 오후 6:52 업데이트: 2023년 10월 16일 오후 8:44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여성 사이클링 대회에서 생물학적 남성인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트랜스젠더 선수 테사 존슨은 시카고 사이클로크로스 컵(CCC)에 출전해 여자 싱글 스피드 부문과 캣 하프(Cat Half) 부문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다.

같은 대회에 출전한 또 다른 트랜스젠더 선수 에블린 윌리엄슨은 여자 싱글 스피드 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캣 하프 부문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즉 이 대회 여자 싱글 스피드 부문의 1위와 2위, 캣 하프 부문의 1위와 4위가 트랜스젠더 선수인 것이다. 여자 싱글 스피드 부문의 시상대에 오른 생물학적 여성은 앨리슨 즈무다 선수가 유일했다.

소셜 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는 CCC 여자 싱글 스피드 부문의 시상식 사진과 함께 “남성 레이서인 테사 존슨과 에블린 윌리엄슨은 여성 대회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했다”고 적힌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이 공개되자 수많은 누리꾼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한 누리꾼은 “이대로 가면 조만간 스포츠계에서 여성이 사라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세부 내용

CCC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잭슨 파크에서 열렸다. 성인 남성 및 여성, 주니어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는 12개 이상의 다양한 경기가 진행됐다.

전 육상코치인 린다 블레이드는 “CCC 관계자들은 이 대회를 ‘여성 대회’라고 자랑스럽게 칭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선수들과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 대회는 일부 여성들이 참가하는 ‘베타 남성(Beta-Male)’ 레이스일 뿐이다. 스포츠 정신을 농락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CCC 주최 측은 공식 웹사이트에 “우리는 미국 사이클링의 트랜스젠더 선수 참여 정책에 따라 각 선수가 스스로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인 단체”라고 밝혔다.

이어 “인종, 피부색, 종교, 나이, 성별, 성적 취향, 성 정체성, 출신 국가 등에 따른 모든 종류의 차별이나 혐오 발언은 CCC 행사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이를 어긴 선수는 실격 처리 또는 퇴장 조치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제 이벤트 수준의 엘리트 대회에서는 여성 종목에 출전하고자 하는 생물학적 남성에 대해 더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으며, 최근 업데이트된 국제사이클연맹(UCI)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UCI 지침에 따르면, 자신을 여성이라고 밝힌 생물학적 남성이 국제 엘리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성 정체성 선언 이후 최소 24개월간 혈청 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5nmol/L 미만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여성 종목에 출전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트랜스젠더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 | 연합뉴스

정치적 반발

생물학적 남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 문제는 현재 미국을 휩쓸고 있는 ‘문화 전쟁’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얼마 전,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트랜스젠더 선수에 대한 출전 금지 조치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에서 여학생은 여학생 스포츠를, 남학생은 남학생 스포츠를 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는 여성 스포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4월 트랜스젠더 선수가 학교 스포츠 팀에서 여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캘리포니아주)은 “이 법안은 여학생 및 성인 여성 선수를 비롯한 미국 여성들을 지키고 모든 스포츠의 공정성을 지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한 공화당 의원들은 여권, 운전면허증과 같은 신분증의 성별 표기란에 성별을 ‘X’로 표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반적으로 신분증에는 남성(M) 또는 여성(F)으로 성별이 표기돼 있는데, 여기에 제3의 성별인 ‘X’가 추가된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미국 국민은 증빙 서류 없이 임의로 여권의 성별을 변경하거나 제3의 성별인 ‘X’로 표기할 수 있다. 사회보장카드를 신청할 때도 신청자가 원하는 대로 성별을 기입할 수 있다.

지난 4일 J.D. 밴스 상원의원(공화당·오하이오주)은 여권 및 해외출생증명서에 성별을 ‘X’로 표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밴스 의원은 성명을 내어 “성별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미국 정부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고, 여권에 성별 두 가지 중 하나만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