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냉각 ‘급한 불’…中 중앙은행장, 이례적 지준율 인하 발표

정향매
2024년 01월 26일 오전 11:54 업데이트: 2024년 01월 26일 오후 1:30

홍콩증시 마감 30분 앞두고 기자회견…금리도 동반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은행장이 지난 24일 오후 은행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중에서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맡겨야 하는 돈의 비율이다. 지급준비율을 낮추면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증시 부양책을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조치로 고질적 경기 침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판궁성(潘功勝) 중국인민은행장은 24일 오후 3시 30분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판 은행장은 기자회견에서 “내달 5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1조 위안(약 187조 원)의 장기 유동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25일부터 농업 지원 목적 소규모 재대출과 재할인 금리를 0.25%포인트 낮춘다”며 “부동산 부양책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금리는 종전 2%에서 1.75%로 하향된다.

미국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판 은행장의 발표 시점과 방식을 주목했다. 홍콩 증시 마감 30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WSJ은 “중국인민은행장이 홍콩 증시 마감 직전 증시 부양책을 깜짝 공개하는 건 드문 일”이라며 “외국 증시 주가가 상승세인 반면 중국 증시는 계속 하락세인 상황에서 금융감독 업무도 겸하는 중국인민은행장이 전 세계 투자자의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조급한 심정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AP통신도 “판궁성 은행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은행 지급준비율 조정 계획을 발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난날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 조정 내용을 문서 형식으로만 공지했다”고 전했다.

판 은행장의 발표 후 홍콩 증시와 위안화 가치는 반등했다. 홍콩 항셍지수(HSI)와 항셍테크지수(HSTECH)는 각각 3.6%, 4.2%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발표 전 소폭 하락세를 보이던 위안화도 상승세로 반등했다.

금융계는 중국 당국의 금융 부양책 효과와 관련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다.

크리스 시클루나 런던 다이와(Daiwa) 캐피털 마켓 리서치센터장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금융 부양책은) 환영할 만한 조치지만 시장 판도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국가대표팀(국영 투자기관)’과 다수 기관 투자자가 금융 시장을 지원하고, 주식 매입 촉진과 매도 제한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협력할 수 있을지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시장이 바라는 건 부동산 시장 악화와 악성 지방 정부 부채 문제, 즉 저소비 과잉 투자로 인한 부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 제시이다”라고 분석했다.

당국이 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투자자의 불안감과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대중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어 시장과의 괴리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금융 당국은 외부에 소식을 전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 고위층의 정책 입안 과정에 불확실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시장과 일반 투자자의 신뢰도를 저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홍콩 증시와 위안화 시장 전망은 암울하다.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홍콩과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총 8339조 원이 증발했다.

위안화-달러 환율은 올해 초부터 하락세가 이어졌다. 역외 환율 지수는 한 달도 채 안 돼 7.09에서 7.22 근처까지 하락하며 1.8% 낙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