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회장 “전기차 결국 실패할 것…대중에 강요해선 안 돼”

톰 오지메크
2024년 01월 30일 오전 9:48 업데이트: 2024년 01월 30일 오전 9:48

미국선 안보 이유로 전기차 의존도 심화 경계 목소리

토요타자동차의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차와의 시장 경쟁에서 결국 패배할 것이며, 대중에게 전기차 구매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한 비즈니스 행사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철저히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이 시장 논리에 ‘정치’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이런 점은 전기차가 모든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이 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기차 관련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코 시장 점유율 30%를 넘기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래에도 내연기관차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경고

아키오 회장은 가솔린과 디젤,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유형을 조합하는 ‘다중 경로 접근법’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기후위기 운동’의 영향으로 내연기관차 제조업체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로 기후 운동가들은 세계 주요 은행에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대한 자금 조달 규모를 줄여야 한다”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아키오 회장이 ‘완전한 전기차로의 전환’에 경종을 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전기차 산업과 관련해 “사람들이 마침내 전기차의 현실과 마주했다”며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사람들이 전기차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2024년 1월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의 몽고메리 카운티 커뮤니티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 Drew Angerer/Getty Images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자동차 대리점 관계자 수천 명은 지난해 11월 연방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지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퇴역 미 육군 소장인 제임스 마크스가 이끄는 ‘퇴역군관리연합’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정치적으로는 중국공산당의 미국 간섭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결국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요 감소

미국 금융교육 매체 ‘고뱅킹레이츠(GOBankingRates)’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전기차 구매 장려 정책에도 지난 2년간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의 10% 미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1월 17일 미국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전기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촬영된 사진 | Nic Antaya/Getty Images

최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일부 경영진은 자체 전기차 목표에 제동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제임스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제조 및 판매에 관한 상황이 매우 도전적”이라며 “전기차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1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충전 문제’를 꼽았다.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많은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은 점을 인정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무거운 짐을 실었을 때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평상시의 약 25% 수준으로까지 감소할 수 있다.

AAA 대변인은 성명에서 “충전과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