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만 이득” vs “이마트 매출 올리기용” 유통법 개정안 물 건너가나

황효정
2024년 03월 11일 오후 2:16 업데이트: 2024년 03월 11일 오후 5:29

휴일과 새벽 시간대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1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유통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끝내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소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로 쿠팡만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로켓배송 시스템을 앞세운 쿠팡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실적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 또한 “대형마트, 중소 유통업계의 상생협의체에서 이미 기금 조성에 합의했는데, 국회가 법안 처리를 놓고 공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국회가 이 법을 처리하면 이마트의 매출은 좀 올라갈지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쿠팡과 (이마트의) 경쟁 문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의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이 다 죽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영순 의원도 “신세계 이마트 매출이 떨어진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에 정부에서 (법 개정) 작업이 시작됐는데 여기에 어떻게 동의해 주나”라고 거들었다.

정부와 여당은 온라인 업계가 유통시장에서 영향력을 완전히 장악해 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규제 완화가 결국 이마트 등 대기업들의 배만 불릴 뿐 중소 골목상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고 그 대신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및 판로 지원 등을 돕는 방안을 대형마트, 중소 유통업계와 함께 합의하기도 했지만, 국회에서의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며 결국 유통법 개정안은 물 건너간 모양새가 됐다.

일단 부산시 등 개별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등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정부 역시 오는 총선 이후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위한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