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증상 환자, 바이러스 전파 드물어” 랜싯 연구

톰 오지메크
2023년 09월 4일 오후 3:4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12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널리 도입하는 데 근거로 작용한 ‘무증상 전파’와 관련, 국제의학저널 랜싯(The Lancet)에서 코로나19 무증상자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무증상 전파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어떠한 증상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이러한 ‘침묵의 전파자’는 감염 경로의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초기 연구는 무증상자로 인한 감염이 2차 감염 사례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초기 연구들을 토대로 공중보건 당국은 대중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도입했다.

일례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끈 앤서니 파우치 전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팬데믹 초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2020년 7월 파우치 전 소장은 “처음에는 무증상 전파의 정도를 깨닫지 못했다. (나중에야) 무증상자가 감염을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지속해서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는 무증상 전파의 위협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도입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히스테리’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상 발현 전 바이러스 배출 ‘매우 적다’

랜싯 마이크로브 8월호를 통해 발표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바이러스 전파 능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만 18~30세 건강한 성인 참가자들을 의도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시켰다.

실험 참가자들은 통제된 환경에서 하루 세 번 증상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모니터링하고 매일 인후도말(목에 면봉을 넣어 검체 채취), 비강도말(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 채취)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참가자들의 손과 참가자들이 착용한 마스크 내부를 검사하고 참가자들이 머물렀던 방의 공기와 표면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참가자가 첫 증상을 보이기 전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첫 증상이 보고되기 전에는 바이러스 배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7%)”고 밝혔다.

무증상 전파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이번 최신 연구 결과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함에 따라 다시 봉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주로 연구진의 주관적인 입력값과 가정에 의존했던 기존 모델링 연구와 달리 엄격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된도전형 연구(Challenge Study)’였다. 그 결과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근거가 된 초기 연구들과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했다. 과학자들은 초기 연구들이 무증상 전파의 위협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현재 많은 사람이 봉쇄 및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코로나19 관련 조치들이 다시 시행될 경우 다시는 복종해선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부풀려졌다?

지난 2020년 4월에 발표된 논문 ‘코로나 19의 바이러스 방출 및 전염성의 시간적 역학’ 같은 일부 초기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중 상당수가 무증상자에 의해 전염된다고 보고했다.

위 논문의 경우 연구진이 중국 본토 내외에서 감염원이 확인된 2차 감염 사례를 조사한 결과, 44%는 1차 감염 환자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 접촉, 전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 질병 통제 조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해당 논문의 저자들은 환자들이 첫 증상을 인지하고 자가 보고하는 데 있어 ‘회상 편향’을 포함한 몇 가지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역학 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회상 편향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 기억에 남는 이전 사건에 대한 기억과 진술을 강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저자들은 “잠복기가 과대평가돼 무증상 전파의 비율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졌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해 7월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해당 연구에서는 “증상 발현 전 단계의 확진자가 가장 전염성이 높다”면서 “무증상 전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는 증상 발현 전 감염자를 확인하고 격리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초기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공중보건 당국은 침묵의 전파자가 코로나19 확산의 큰 요인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