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물학적 男 선수, 女 경기서 신기록 1위…여성 선수들 반발

마니 캐스카트(Marnie Cathcart)
2023년 09월 5일 오후 7:2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16

2019 브리티시 컬럼비아 파워리프팅협회(BCPA) 주관 ‘파워리프팅 가을 클래식’ 대회에 출전한 선수 크리스틴 베인턴은 자신이 남성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베인턴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자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선수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했거나 여자가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파워리프팅은 바벨을 들어 올려 그 무게를 겨루는 스포츠로, 역도와 비슷한 종목이다.

해당 대회에서 크게 좌절한 베인턴은 이후 몇 차례 대회에 출전했지만, 트랜스젠더 선수와 경쟁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다른 대회 종목에 출전했다. 생물학적 남성으로 여성 선수들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트랜스젠더 선수와의 경쟁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베인턴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남자로 태어난 사람과 겨뤄 파워리프팅 종목에서 우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파워리프팅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은 사용하는 모든 장비에 대해 검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베인턴은 이 같은 규칙을 거론하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시행하지만, 남자로 태어난 사람과 여성을 경쟁하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거듭 지적했다.

베인턴은 캐나다 파워리프팅협회(CPU)에 서한을 보내 이러한 모순을 지적하고 대회 규정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서한에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여성에게 페어플레이인가? 언제부터 공정한 스포츠에서 누군가의 성 정체성이 생물학보다 우선시됐는가?”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협회 측은 조직이 ‘다수결’로 현재의 ‘트랜스 포용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신했다.

에포크타임스는 협회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협회 측은 이에 답변하지 않았다.

“남자와 경쟁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가 ‘트랜스포비아(성전환자를 혐오하고 적대시하는 것)’라고 불렸던 익명의 A씨는 2021년 트랜스젠더 선수와 경쟁했다가 패배한 후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고 고백했다.

A씨는 에포크타임스에 “공정하지 않은 경기에서 경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키 150cm의 A씨는 2021년 대회 당시 182cm가 넘는 경쟁 선수와 경기 끝에 패배했다. A씨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상대 선수가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이에 의문을 제기하자 곧장 거센 반발이 되돌아왔다.

A씨는 “내가 ‘공정하냐’라고 묻자 ‘형편없는 선수가 되지 말라’는 조롱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대신 A씨에게 “더 열심히 노력해라”, “살을 빼서 다른 체급에 출전해라” 등의 조언을 건넸다. 2021년은 A씨가 해당 대회에 4년째 출전하던 해였다.

A씨는 “여성 스포츠는 여성들이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나는 남자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음을 크게 다친 A씨는 결국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A씨는 “(선수 시절) 나는 모든 배달음식을 끊었고 술도 마시지 않았으며 체육관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면서 “하지만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은 선수는 무료 이용권을 얻었다. 나는 속았다. 도둑맞은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9년 파워리프팅 경기에서 2위를 차지한 크리스틴 베인턴 선수(왼쪽)|사진=크리스틴 베인턴 제공

새로운 정책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국제 파워리프팅연맹(IPF)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새로운 정책에 따르면, 앞으로 트랜스젠더 선수는 경기 전에 트랜스젠더임을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 또 여권 등에 일관되게 성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며(최소 4년), 다른 성 정체성을 주장할 수 없다. 성 유동적 정체성을 주장하는 선수는 출전이 허용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여성(생물학적 남성) 선수가 다른 여성 선수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회 전 및 대회 기간에 의료 기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혈청 내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4nmol/L 이하임을 입증해야 한다.

국제 파워리프팅연맹이 이러한 정책을 도입한 데에는 여성 챔피언십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자 선수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한 것과 연관이 있다. 앞서 같은 달 13일 열린 캐나다 파워리프팅협회 주관 ‘2023년 웨스턴 챔피언십’에서는 트랜스젠더 선수 앤 안드레스가 비공식 여성 세계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이날 안드레스는 2위에 오른 여성 선수보다 무려 200kg 이상을 더 들어 올렸다.

이후 일각에서는 스포츠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국제 파워리프팅 연맹은 이번 새 규칙을 통해 “어떤 선수도 다른 선수보다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이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연맹은 “파워리프팅은 근력 스포츠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경기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적으로 같은 체중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라 할지라도 남성의 기록이 훨씬 높다는 게 연맹 측의 설명이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발걸음”

캐나다 파워리프팅 선수로 캐나다 국가 기록을 세운 바 있는 에이프릴 허친슨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발걸음”이라며 이번 정책을 환영한다는 뜻을 표했다.

허친슨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상위 20명의 남성 선수들은 900kg 이상을 들어 올린다. 안드레스가 그들과 경쟁했다면 안드레스는 상위 6000위권에도 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안드레스는 여자 파워리프팅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랜스젠더가 생물학적 여성과 경쟁하는 것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안드레스는 에포크타임스를 통해 “(트랜스젠더가) 이점이 있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안드레스는 “그래도 나는 다른 여성 선수들을 존중하기 때문에 이런 악플을 감수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허친슨은 안드레스가 출전한 대회에서 여성 파워리프팅 선수 세 명이 기권했다는 점을 짚었다. 허친슨에 따르면, 이들 선수 세 명은 캐나다 파워리프팅협회에 서한을 보내 항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허친슨은 “여성 스포츠를 공정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과 남성의 경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여성 스포츠를 없애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여성 부문에서 경쟁하려고 뛰어드는 생물학적 남성으로부터 여성 스포츠를 보호하기 위한 허친슨의 활동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 왔다.

허친슨은 에포크타임스에 “캐나다 파워리프팅협회가 나를 캐나다 대표팀에서 제명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털어놓았다.

협회 측은 이에 대한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도 허친슨은 여성 스포츠를 위해 계속 싸울 계획이다.

“나는 캐나다 선수 중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고맙게도 많은 여성 선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