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유럽 연대에 한·일·대만 가세…반도체 ‘탈중국화’ 가속화

왕허
2021년 6월 30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30일

반도체는 현대 공업의 ‘식량’으로, 국제 경쟁의 초점이 됐다. 미국, 대만, 일본, 유럽, 한국, 인도 등은 각각 야심 찬 반도체 개발 계획을 내놓는 한편 상호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일본, 유럽, 대만이 ‘기술 공급망 협력 포럼(Forum on Tech Supply Chain Partnership)’을 개최했는데 반도체가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이로써 반도체는 서방이 중국을 견제하는 예리한 무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베이징 당국이 서방과 경제전(戰)·과학기술전을 본격화한다면 반도체 분야는 주요 전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거의 반격할 힘이 없다.

민주진영 글로벌 연대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

2020년에는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 과정에서 중공 바이러스 대유행의 주범인 중국 공산당의 사악한 본성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이 막대한 충격을 받았다. 이를 통해 각계는 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고, 다국적 기업과 여러 나라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정책을 심도 있게 조정했다. 따라서 ‘탈중국화’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는 데 한몫했다. 한국, 일본, 유럽, 대만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미국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들이 반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2020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 규모는 전 세계 생산량의 12%에 불과하다. 1990년대의 30%에 비하면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반도체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추진해 반도체 기술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가 넘는다.

3월 24일,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를 들여 첨단 공정을 적용한 새로운 반도체 칩 제조공장 2곳을 건설해 2024년 가동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4월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대한 화상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투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6월 8일, 미국 연방 상원은 ‘미국 혁신과 경쟁법(American Innovation and Competitivenes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향후 5년간 미국 첨단산업에 투자 확대가 이뤄지기를 희망하면서 예산 2500억 달러를 편성했다. 또 미국은 세계 반도체 거물들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한국은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국이자 세계 2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삼성전자)을 보유하고 있다.

5월 13일, 한국 정부는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10년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약 450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산업 중심지로 만들기로 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 계획은 주로 민간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민간기업에 보조금, 세금 감면, 인프라 지원 등의 정책 지원을 할 계획이다.

또 한미가 손잡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177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

일본 정부는 미래의 반도체 발전을 식량이나 수자원 안정화만큼이나 중요한 ‘국가 프로젝트’로 간주하고 일본의 반도체 강대국 지위를 재건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매출액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8년 50%에서 2019년 10%로 떨어졌다.

6월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국내 생산 능력 확대를 목표로 반도체 산업 전략을 세웠다. 우선 일본은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해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특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일본 매체 일간공업신문 5월 26일 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소니에 칩을 공급하는 대만 TSMC와 손잡고 1조엔(약 10조원)을 투자해 일본에 첫 20나노급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지난 2월 유럽연합(EU) 19개국은 새로운 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EU는 유럽 반도체 산업에 약 500억 유로(EU의 1년 치 반도체 수입액보다 많은 금액)를 투자해 유럽 자체의 반도체 생태계를 완비할 계획이다.

EU는 또 2030년까지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배로(전 세계 시장의 20%) 늘린다는 목표와 함께 최첨단 반도체 공정인 2나노(2nm)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EU는 반도체 동맹 결성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ASML, NXP(네덜란드), STM, 인피니온(Infineon) 등 유럽 반도체 회사들의 가입을 검토 중이다.

EU는 또 세계 3대 반도체 제조사인 TSMC·삼성·인텔 중 한 곳이 유럽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기를 희망하고 있다. 5월 19일, 티에리 브레튼(Thierry Breton) EU 내수시장 담당위원은 필요한 자금은 EU가 추진 중인 몇몇 프로젝트에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복구 기금 8000억 유로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그는 이 자금의 20%는 유럽의 디지털 전환에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대만

반도체 제조는 대만이 세계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한 최초의 분야로, 대만의 가장 중요한 전략 역량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웨이퍼 파운드리 시장의 64%를 대만이 차지하고 이 중 대부분을 TSMC가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TSMC는 성숙공정(28nm 이상) 칩을 포함해 거의 모든 최첨단 칩을 생산하고 있다.

지정학적 정세의 긴장 국면과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만의 반도체 업계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머리카락 한 올을 당겨도 온몸이 움직이는 격’이다.

대만의 반도체 전략은 주로 ‘반도체 제조의 절대 우위 굳히기’와 ‘대만-미국 동맹 강화하기’ 두 가지다. 대만은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1일 착공했다. TSMC는 총 6개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한·일·유럽·대만의 이 같은 반도체 전략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반도체의 현지 생산을 강조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한·일·유럽·대만이 자유·민주·법치의 공통 가치에 기초해 연대하기 때문에 공산주의 중국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는 것이다.

타이베이는 작년 9월 4일 ‘공급망 재편’ 포럼을 개최했고, 지난 22일 또 ‘기술 공급망 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 미국, 일본, 유럽이 모두 참가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탈중국화’가 순차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핵심 기술 없는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약점

중국 반도체 산업은 2004년에서 2019년 사이에 14배 가까이 고속 성장했고, 연평균 복합성장률은 19.2%로 전 세계 평균치 4.5%보다 훨씬 높았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비록 15년 동안 고속 성장했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규모만 클 뿐 핵심 기술력과 제조 시스템은 보유하지 못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중국의 최대 수입 품목이다. 중국의 반도체 제품 수입액이 2018년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 생산하는 양은 약 370억 달러어치에 그쳤다.

수입액이 3000억 달러 이상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첫째, 2018년 석유 수입액 약 6000억위안(약 928억 달러)을 초과했다. 당시 중국의 석유 대외 의존도는 이미 70%에 달했다. 둘째, 중국의 공식 군사비 예산 11069억5100만위안(약 1712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셋째, 2018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4690억 달러인데, 그중 67%가량을 중국인들이 사간 셈이다. 2020년에는 반도체 수입액이 3800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2018년의 경우 중국은 칩을 3120억 달러어치 수입해 이 중 1700억 달러어치를 완성품으로 조립해 다시 수출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본토에 남은 칩은 1500억 달러어치에 불과하다. 그만큼 수입 반도체 부품은 중국의 수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다.

다른 하나는 본토 생산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5월 중국 대륙의 반도체 칩 생산량은 1399억 개로 전년 동기 대비 48.3% 급증했고, 특히 5월 생산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텔, 삼성 등 해외 제조업체의 중국 내 공장의 생산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중국 본토의 SMIC(中芯國際), 화홍(華虹)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었다. 이렇듯 중국 내 파운드리(위탁생산)는 여전히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첨단 공정이 부족하고, 성숙공정 반도체에서만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SMIC는 14nm 반도체 양산까지만 가능하고 더욱 첨단적은 공정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역습 전략은 실패할 운명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 양상과 중국의 업계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 당국도 다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수년간 부양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엄청난 돈을 투자했지만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0년 9월 베이징이 2025년까지 9조5000억위안(1조4000억 달러)을 투자해 ‘중국 칩’을 개발하는 전방위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것만큼 최우선 순위였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정책은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근거는 네 가지다. 첫째는 반도체 산업의 대약진으로 업계가 혼란스럽게 됐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1년여 동안에 100억위안(약 15만 4800달러) 규모의 반도체 프로젝트 6개가 중단됐다.

둘째는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커브 길에서 속도를 내어 경쟁자를 추월한다’는 ‘만도초차(彎道超車)’ 정책은 전략적 모험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8일, 중국 내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류허(劉鶴) 부총리가 핵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통적인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기술에서 벗어나 신소재로 만들어진 3세대 반도체로 직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재 3세대 반도체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과 글로벌 선진 수준의 기술 격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반도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발전이 워낙 빨라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점이다. 국가 전략은 도박의 토대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베이징 당국은 지금 도박을 하고 있다. 마치 말로를 향해 질주하는 듯하다.

셋째는 ‘거국체제’가 고질병이라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반도체 정책의 근간은 19기 4중전회에서 제시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조건하에서 핵심 기술을 끊임없이 탐구해 신형 거국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반도체는 고도로 세계화되고 시장화된 업종이다. 반도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야말로 한 국가의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기초이고, 국가 정책은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또한 국가 정책도 잘못되거나 실패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면에서 경험이 많다. 베이징 당국의 ‘거국체제’에 대한 미신은 반드시 나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넷째는 중국이 2000년 이래 반도체 산업이 발전한 것은 주로 두 가지 면에서 추진력을 얻었는데, 이제 이 효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하나는 반도체 기술 인력이 대거 귀국해 창업한 것이다. 예를 들어 A증시에서 꽤 인기를 끌었던 안지(安集), 란치(瀾起), 중웨이(中微) 등은 모두 미국에 유학한 후 귀국한 엘리트들이 2004년에 설립한 회사다. 다른 하나는 외국 반도체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예를 들면 대륙의 반도체 디자인, 테스트, 설비 등의 계열사는 모두 해외 M&A를 통해 빠르게 세계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현재의 ‘탈(脫)중국화’ 국면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국제 환경은 이미 역전됐다. 강제 기술 이전, 표절, 해킹, 해외 M&A 등 중국 공산당이 지금까지 효과적으로 사용해왔던 수법들은 더는 먹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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