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감염’ 하버드대 공공정책 대학원, 中 공산당 간부 1천명 배출한 ‘제2 당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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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31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31일

뉴스분석

로렌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 부부가 중공바이러스(우한폐렴)에 감염됐다.

지난 24일 배카우 총장은 “22일 기침과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났다”며 확진 사실을 밝혔다. 이어 “나와 아내 아델이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달 14일부터 자택근무를 해왔다”며 “접촉한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고 했다.

2018년 부임한 배카우 총장은 그해 3월 첫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중국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의 하버드대 총장의 행보는 그 자체로 정치적 제스처였다.

배카우 총장은 3월 20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공 총서기를 접견했다. 이 뉴스는 다음날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 1면 톱기사로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하버드대 배카우 총장의 시진핑 중공 총서기 접견을 보도한 2019년 3월 21일자 인민일보 1면 | 화면캡처

교육열이 높은 한 자녀 가정인 중국인들 사이에서, 하버드대는 명문대의 상징이다. 그런 하버드대의 총장이 베이징을 찾아와 중공 최고지도자를 접견했다는 건 그 자체로 ‘그림’이 나오는 사건이었다.

하버드대는 중공 정계와 관계가 깊다. 중공이 먼저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지만 하버드대 역시 이를 받아들이며 밀월관계를 맺고 있다.

리훙충 톈진시 서기, 덩샤오강 쓰촨성 부서기, 탕청페이 안후이성 부성장, 치우허 전 윈난성 부서기, 양웨이저 난징시 당 서기 등이 하버드대 출신이다.

하버드대 첫 여성총장이었던 드루 길핀 파우스트 전임총장 역시 시진핑 총서기와 두번 만났고, 시 주석의 딸 시밍쩌(習明澤)는 2010년 5월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귀국했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015년 VOA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버드대와 중공 간 공식적인 교류는 장쩌민 집권 시절부터 시작됐다. 1997년 11월 장쩌민 당시 중공 총서기는 미국 순방 기간 하버드대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장쩌민은 명예박사 학위를 원했지만, 그의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총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당시 동아시아연구센터장이었던 보겔 교수가 강연을 주재했다. 강연장 바깥에는 시위대가 중공의 천안문 학살 등 인권 탄압에 항의했다. 명예박사 학위는 끝내 받지 못했다.

하버드대와 인연을 맺은 또 다른 중공 고위층으로는 리위안차오 중공 중앙조직부 전 부장(장관)이 있다. 리위안차오는 2002년 난징(南京)시 당서기 신분으로 하버드대 공공정책전문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연수를 받았고, 2009년 조직부 장관으로 다시 미국을 방문했다.

그의 목적은 해외에 진출한 자국 과학기술 인재지원 프로젝트인 ’천인계획(千人計劃)’ 추진이 목적이었지만, 일정에는 하버드대 강연이 포함됐다. 연수생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일정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천인계획의 실상이 산업스파이 포섭 및 지적재산권 절도작전이라는 점이다. 하버드대는 천인계획의 주된 공격 목표 중 하나였다.

2019년 미국 상원 소위원회는 중공이 10년간 천인계획을 진행하면서 미국에서 근무하는 과학자와 전문가 7천여 명을 포섭해 대량의 과학기술을 훔쳐 갔다고 보고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노벨 화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찰스 리버 하버드대 화학·생명과 교수가 천인계획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학계에 큰 충격을 줬다.

리버 교수는 중공으로부터 거액을 지원받고도 이를 감춘 혐의로 미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고, 이에 경각심을 갖게 된 미국 교육부는 지난 2월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을 상대로 지난 8년간 외국으로부터 기부받은 내역과 지원계약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하버드대가 외국 자금을 통제할 적절한 규제절차가 없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FBI에 체포된 리버 교수는 중국으로부터 연간 15만8천달러의 경비, 월급 5만달러 외에 우한이공대에 연구소 설립과 관련해 15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교육부가 하버드에 제출을 요구한 기부자 가운데에는 중공 정부기관, 공자학원 운영기관인 국가 한반과 중공 통신업체 화웨이와 ZTE 등이 포함됐다.

중공은 2012년 이후 미국 대학 87곳에 기부 등의 형태로 총 6억8027만 달러(약 8296억 원)를 제공했다. 이 중 15개 대학이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그중 하버드대가 7천927만(약 967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민간기업도 하버드대에 거액을 기부하며 줄을 댔다. 중국 밍톈그룹 샤오젠화 회장은 제3자를 통해 2014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 2천만 달러(약 244억 원)를 기부했다. 샤오젠화 회장은 중공 인민해방군에도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공 고위층은 왜 하버드대, 특히 케네디 스쿨을 선호할까?

하버드대는 명문학부로도 알려졌지만 4개의 전문대학원으로도 유명하다. 비즈니스 스쿨, 로스쿨, 메디칼 스쿨 그리고 케네디 스쿨이다. 정책대학원인 케네디 스쿨은 사업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장관, 관료들이 정치와 정책을 배우러 오는 곳이다.

지난 20년간 중공은 당 간부와 군 장교 등 1천명 이상을 케네디스쿨에 유학시켰다. 중화권에서는 케네디스쿨이 ‘제2의 당교’라는 말이 나돈다. 당교는 공산당 고급간부 양성 기관이자 이론연구소다.

중공은 1998년부터 하버드와 ‘뉴월드 하버드 중국 고위공무원 양성계획’을 체결해 매년 12명씩 고위간부들을 2~4주간 연수시켰다. 1인당 평균학비는 약 3억4천만원으로 고액이지만, 2008년부터는 인원을 20명으로 늘렸다.

2001년에는 케네디스쿨과 중국 칭화대, 중공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공동으로 ‘중국 공공관리 고급 육성반’을 발족했다. 중공은 매년 60명 안팎의 중앙과 지방의 부국장급 이상 관료를 선발해 케네디 스쿨에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후 중공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미국 스탠퍼드대,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일본 도쿄대 등에서 운영해 올해까지 총 10만명 이상의 해외연수를 진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중공 바이러스에 감염된 배카우 총장은 환경정책 및 법률학자이자 현재 케네디 스쿨에서 직접 강단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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