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인재전쟁 돌입…與 ‘조국 흑서 저자’ vs 野 ‘김구 증손자’

황효정
2024년 01월 18일 오후 3:47 업데이트: 2024년 01월 23일 오전 9:37

여야가 상대 진영의 약점을 겨냥한 인재를 내세우는 등, 오는 4·10 총선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여당은 ‘조국 흑서’ 저자를, 야당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를 각각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17일 국민의힘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서울 마포을에 출마시킨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과거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책 ‘조국 흑서’의 저자다.

이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경율은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왔다. 부조리가 있는 곳, 약자에 억울한 일이 있는 곳에 늘 김경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이 출마할 서울 마포을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다. 한 위원장은 “(정 의원은)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사당(私黨)으로 변질한 안타까운 지금의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딸 전체주의와 야합하거나 운동권 인맥 하나뿐인 사람들이 민주당 소속으로 의원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용기와 헌신으로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4년 더 국회의원을 할 거다. 그렇게 되면 서울시민들을 부끄럽게 하고 정치에 대해 더욱 냉소적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통쾌한, 흥미진진한, 놀랄 만한 선거를 하겠다. 서울 시민들이 통쾌하게 민주당 대신 우리 국민의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김 비대위원은 “낡은 시대와 이념을 청산하라는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술잔이 식기 전 돌아오겠다’는 표현은 삼국지에서 관우가 적의 장수를 단칼에 베고 돌아오겠다면서 남긴 말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인재 영입을 통한 공세에 나섰다. 같은 날 민주당은 총선에 투입할 8호 인재로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를 소개했다. 김 이사의 조부는 김신 전 공군 참모총장, 부친은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다.

김 이사 역시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나 미국 영주권을 신청하는 대신 2010년 귀국, 공군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지난 2014년 병무청은 김구 선생의 광복군 창설 공로를 인정, 4대가 국방에 헌신했다며 김 이사 일가에 ‘병역명문가 특별상’을 수여했다.

민주당은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순국선열들의 독립 정신 계승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에, 민주당과 함께 대한민국의 전통과 역사를 수호하고 미래를 밝혀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아울러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는데 최근 윤석열 정부를 주축으로 이를 부정하는 세력이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표는 환영식에서 “무도하고 퇴행하는 이 정권의 잘못을 분명히 문책해야 한다”면서 “심판해서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고, 이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제대로 된 국민의 대리인으로 정신 차리고 일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고,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인 한일 외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독립운동가를 폄훼한 인사 영입 등 왜곡된 역사관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독립운동사를 이념 전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행태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지켜나가기 위해 선두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용만 이사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인재로 영입된 김 이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이다.|연합뉴스

양당은 또한 상대 진영 인재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이 오늘 김용만 씨를 8호 인재로 영입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며 “인재 영입도 우려먹기”라고 꼬집었다. 앞서 김 이사는 지난 2022년 1월 ‘민주당 국가인재’로 영입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2년 전 대선에서 이미 영입했던 청년 인재를 총선이 되니 또다시 영입했나 보다. 인재 영입도 눈 가리고 아웅, 재탕 삼탕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맞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위원장은 ‘룰에 맞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김 비대위원의 공천을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에 의해 국민의힘의 당내 민주주의는 완전히 무너졌다”라고 비난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스스로 세웠던 바지 대표마저 내쫓고, 측근을 비대위원장에 앉히더니 공천을 떡 주무르듯이 하려고 하느냐”면서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양치기 소년처럼 외쳐대는 시스템 공천 이야기를 당장 멈추라. 어떻게 포장해도 결국 ‘윤심 공천’임을 인정하고 국민을 기만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