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美 전문가들 “北 국지전 가능성” vs “선거에 北風 영향 없어”

황효정
2024년 03월 8일 오후 5:01 업데이트: 2024년 03월 8일 오후 7:01

4·10 총선을 한 달 남겨둔 상황에서 미 전문가들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다양한 관측을 내놨다. 한쪽에서는 한반도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다른 쪽에서는 당장 내달 치러질 총선에 ‘북풍’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북한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대담에서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전쟁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 전문가는 지난 1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공동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 이후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분석해 큰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반박하는 다른 전문가들의 입장이 연이어 나왔으나 칼린 연구원과 헤커 교수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전망을 재차 고수한 것이다.

이날 칼린 연구원은 “전쟁에 대한 전략적 결정 이후 실제 전쟁을 계획하는 데에는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 체제를 감안할 때 최고지도자가 전략적인 결정을 한 만큼 밑에서는 실제 전쟁 계획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칼린 연구원은 “(나는) 미 정부에 몸담으며 북한의 동향과 관련한 자료들을 분석해 왔으며 지금도 계속 그 자료들을 받아보고 있다”고 밝히며 자신들의 판단에 대한 근거에 힘을 실었다. 다만 근거 자료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칼린 연구원과 헤커 교수는 “북한이 전면전은 아니지만 국지적인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고조되는 전쟁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칼린 연구원은 “지금 워싱턴이 깨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헤커 교수도 “지금 (한반도 상황은) 힌지 포인트(변곡점)에 있고 미국 정부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전문가는 ‘전쟁의 구체적인 개념’을 묻는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이후 대(對)북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 전문가인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오른쪽)과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가운데)가 지난 7일(현지 시간) 신기욱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과 ‘북한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캐피털 케이블’에 출연한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당장 내달 치러지는 한국 총선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련, “선거에 ‘북풍’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의 도발 행위가 한국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선거에 이 같은 행위가 미치는 영향을 놓고 ‘북풍’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그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4월 총선에 대해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 지도자가 한국의 보수당을 싫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실제 위험은 그 같은 분노와 좌절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국민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여야 공천 관련) 지역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실제 후보로 공천됐는지에 대해서다”라고 짚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정치 지도자들의 측근 공천에 국민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일종의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전통적으로 지역주의 정서가 있지만 최근 여러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데다, 지역구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에 가변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4월 총선에 실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변수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및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