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아름다움…전통의 가치를 지키려는 예술가들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2024년 03월 28일 오후 8:09 업데이트: 2024년 03월 29일 오전 9:16

오늘날 갤러리, 박물관, 경매장 등 대부분 미술계는 현대 미술이 지배하고 있다. 과거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미술이 탄생하고 사진이 등장한 이후 전통 예술은 대체로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했다.

‘헤라클레스의 신격화’(1731)의 세부, 프랑수아 르무안 | 퍼블릭 도메인

19세기 후반부터 많은 예술가들은 ‘진보’라는 미명하에 개성적이며 급진적인 사상을 받아들였고, 수 세기에 걸쳐 이어온 전통 예술을 뒤로했다.

1940년대 후반,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서서히 회복했다. 그와 동시에 전통 예술과 문화의 일부 요소는 침식되기 시작했고 전통 예술이 담고 있는 진실과 선함, 아름다움은 위협받았다. 당시 미술계 사조에 대해 미국 미술사학자 헨리 도라(1924~2002)는 그의 저서 ‘관점에서의 예술: 간략한 역사’에서, 두 가지 미술 사조가 등장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로제 비시에르를 중심으로 서정적이고 절제된 추상화가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과 같은 예술가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추상화가 재탄생했다”며 “이 시기에는 파블로 피카소,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추상적이며 조잡하고 괴기스러운 방식으로 인간의 형상에 대한 탐구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1950년대 미국의 예술가 R.H. 아이브스 가멜은 미술 비평 저서 ‘회화의 황혼’에서 현대 미술이 추상화를 강조하면서 인류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미술사에 있어 현대 미술의 궁극적인 문제는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예술가가 힘겹게 쌓아온 위대한 기술적 전통을 불신하고 사실상 파괴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전통의 상실은 미래의 잠재적 예술가들에게 전수할 유산을 박탈한 것이며, 전통 가치를 전달받지 못한 이들은 잠재된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입맞춤’(1891), 로렌스 앨마 테디마. 캔버스에 오일 | 퍼블릭 도메인

가멜의 우려는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1947년 11월, 유럽의 몇몇 화가들은 미술의 도덕적 타락을 우려하며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 피에트로 안니고니(1910~1988), 아르메니아 출신의 화가 그레고리 실티안(1900~1985) 등 여러 국적을 지닌 화가들은 스스로를 ‘현실의 현대 화가들’이라 칭하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전통 예술은 희망과 구원을 상징한다”고 외쳤다.

비인간적인 예술

그들은 비인간적인 현대 미술이 부패한 사회에서 파생한 것이라 여겼다. 아울러 인상주의 미술 사조부터 이어진 모든 현대 미술을 진보의 표현이자 인류의 위협으로 간주하며 거부했다. 그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우리는 미술을 통해 영적, 도덕적 가치를 재현하며 모든 예술의 원시적인 씨앗인 ‘전통’을 재창조한다”며 추구하는 가치를 밝혔다.

현대 미술은 현실이 아닌 예술적 표현에 기반을 두므로 형식에 대한 집착과 예술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전통 미술에서 관찰되는 보편적이며 직관적인 아름다움과 달리 현대 미술은 설명과 의미 부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전통 예술의 영원한 매력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수도원의 복원 및 재건축 작업 중인 피에르토 안니고니(오른쪽) | Latium-novum/CC BY-SA 3.0 DEED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현실의 현대 화가들’ 소속 예술가들은 전통 예술의 가치를 지키며 아름다운 작품을 널리 알리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들 중 피에트로 안니고니는 20세기 최고의 초상화가로 알려져 있다.

‘마가렛 공주의 초상’(1957), 피에트로 안니고니 | National Portrait Gallery /PA
‘엘리자베스 2세 우표’, 피에트로 안니고니 | 퍼블릭 도메인

안니고니는 당시 현대 미술의 파도에 맞서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증명하려 애썼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교황, 존 F. 케네디 등 저명인사 다수의 초상화를 남기며 실력을 증명했다.

안니고니는 자기 작품이 과거 탄생한 위대한 작품들과 나란히 미술관, 도서관에 전시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오늘날 유행하는 그림은 ‘발명품’과 같다. 접착제, 마른 빵 조각, 천 조각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미술 사조가 추상적이며 아름답지 않은 것을 좇을 때, 전통 예술의 가치를 알아본 예술가들은 예술의 본질을 강조했다. 그들은 “우리는 그림이 본질적으로 도덕적이길 원한다. 과거 선조들이 이룩한 위대한 예술의 가치를 믿고 추구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