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관련 공기업 간부 낙마…시진핑, 인민군 핵 체계에 의구심

박숙자
2024년 01월 23일 오후 12:04 업데이트: 2024년 01월 23일 오후 1:02

중국 공산당의 원자력 산업을 주도하는 중국핵공업그룹(CNNC, 중핵그룹)의 핵심 구성원에 대한 체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그룹은 중공군의 중점 대학인 로켓군공정대학(火箭軍工程大學)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이 대학은 중공군 장교를 양성하는 주요 기지다. 하지만 로켓군 수뇌부가 ‘군부 반시진핑 사건’에 연루되면서 당국의 대대적인 반부패 숙청 대상이 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와 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의 지난 17일 공고에 따르면, 중핵그룹 산하 중핵산시(陝西)우라늄농축유한회사 중훙량(鍾宏亮) 전 회장이 중핵그룹 기율검사위원회와 허난성 난양시 감찰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1969년에 설립된 중핵산시우라늄농축유한회사는 중국원자력공업유한회사가 전액 출자한 자회사로 중국의 중요한 핵연료 연구 및 생산 기지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7일 중핵그룹 산하 중핵환보유한회사 우슈장(吳秀江) 전 회장이 중핵그룹 기율검사감찰기관과 산시성 위린시 감찰위원회로부터 이른바 기율심사와 감찰조사를 받았다.

중핵환보는 중공의 ‘양탄일정(兩彈一艇·원자탄과 수소탄 및 핵잠수함)’ 프로젝트의 마무리 작업을 책임지고, 동시에 과학기술 연구개발 및 핵 백엔드(back-end) 통합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핵그룹은 중국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 1999년에 설립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초대형 국유기업이다. 중핵그룹의 전신은 제2기계공업부, 핵공업부, 중국핵공업총공사로, 중국 원자력 산업의 절대적 거물이다. 이 그룹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원자력 기술 산업의 전체 산업 체인을 포괄하는 기업이다.

2023년 9월, 중앙기율위 국가감찰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중핵그룹이 ‘특별순시(巡視·현지감찰)’를 실시했다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 따르면 중핵그룹은 공정 건설, 원자력 발전소 소유주, 연구 기관 6곳을 포함한 12개 계열사를 순시했다.

또 순시팀이 약 반년 만에 조달 관리 시스템 구축 미비, 계약 관리의 허점, 단일 소스 조달, 공급 업체에 대한 느슨하고 허술한 관리 등 10가지 문제를 발견했고, 200개 이상의 문제 목록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파악된 문제점에 대한 단서를 중핵그룹 기율검사감찰부 또는 순시 대상 기관의 기율위로 넘겼다.

중핵그룹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핵그룹은 완전한 핵과학기술산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국방 건설과 국민 경제 및 사회 발전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중핵그룹과 로켓군공대의 협력 관계

2019년 6월, 중핵그룹과 로켓포군공대는 산시성 시안에서 전략적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일련의 교류 활동을 시작했다. 양측은 학과 공동 설치, 인재 공동 양성, 중대 프로젝트 시연, 첨단 기술 교류, 실험실 자원 공유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계획했다.

로켓군공대는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중국 로켓군의 다병종 전문 고등교육기관으로, 전략 미사일 부대의 지휘 및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중국 유일의 사관학교이자 중공군의 중점 대학이다. ‘중국군망(中國軍網)’에 따르면 이 학교는 로켓군 핵심 장교를 양성하는 주요 기지다.

로켓군은 중공이 ‘군 현대화’를 위해 야심 차게 설립한 육·해·공군에 이은 네 번째 정식 군종으로, 주로 지상 기반 핵미사일과 재래식 탄도미사일의 관리를 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진핑 당국은 중국군, 특히 로켓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2대 로켓군 사령관 등 대장급 3명을 포함해 전·현직 군 수뇌부 9명의 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대규모 숙청을 단행했다.

이 중 최소 5명은 로켓군 출신으로, 저우야닝(周亞寧·상장) 초대 로켓군 사령관 및 리위차오(李玉超·상장) 2대 로켓군 사령관, 리촨광(李傳廣·중장) 로켓군 부사령관, 뤼훙(呂宏·소장) 로켓군 장비부 부장, 로켓군 부사령관을 지낸 장전중(張振中·중장)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등이다.

군부에는 반시진핑 세력이 많다

이 장교들은 모두 장비 조달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고, 해임된 리상푸(李尚福) 전 국방부장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숙청된 군 수뇌부 중 전인대 대표 직책을 맡은 일부 장교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군 관계자들이 숙청된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다.

중국 변호사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라이젠핑(賴建平)은 중핵그룹의 중훙량과 우슈장을 체포한 것이 시진핑이 군부를 숙청하는 구체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그는 20일 에포크타임스에 “시진핑이 전례 없는 통치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의 독재적 지위가 큰 위협과 도전을 받고 있다”며 “그는 군에 대한 숙청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확립하려 한다”고 했다.

라이젠핑는 군대 내의 두 가지 세력, 즉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세력과 자신에 대한 충성도가 부족한 세력이 그를 극도로 불안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군대에서 같은 고위 장성이라도 정치적 견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들은 시진핑과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정치적 반대파나 다른 견해를 가진 인사에 해당될 수 있어 시진핑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또 한 부류는 정치적으로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시진핑의 직계 측근이 아니고 시진핑에 대한 개인적 충성도가 높지 않다. 그래서 이들도 시진핑의 숙청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진핑은 이 두 가지 이유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없기 때문에 반부패라는 명분으로 이들을 숙청할 수밖에 없다.”

라이젠핑은 군부의 부패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군과 군수기업이 서로 결탁해 완전한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고, 시진핑이 반부패를 명분으로 숙청한 것은 시진핑 정권이 군부에서 단행한 선택적 반부패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달 초 미국 언론에 중공 로켓군과 방산기지 전체에 심각한 부패 문제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중 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확인된 중국군 비리 사례는 연료 대신 물이 채워졌거나, 규격이 맞지 않는 뚜껑으로 인해 쓰지 못하는 미사일이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것 등이다.

이 소식통은 또한 중공군의 부패가 전반적인 능력, 특히 로켓 부대의 능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자들은 중국 인민군, 특히 2016년 창설한 로켓군의 내부 부패 정도가 매우 심각해 현재 중국 군대의 전투 수행 능력 전반에 신뢰가 떨어지고, 향후 수년간 중대한 군사행동을 고려할 가능성을 줄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일련의 군부 숙청이 중국의 고대 예언 중 공산당이 멸망하고 당 지도자가 난을 당할 것이라는 시진핑의 두려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에포크타임스가 앞서 공산당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내부는 내부 투쟁으로 서로를 불신하며, 시진핑이 최근 발탁한 최측근을 포함해 시진핑을 뒤엎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소식통은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시진핑에게 충성하지 않고, 사석에서 시진핑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은 고대 예언을 믿고 있고, 자신이 ‘추배도(推背圖)’, ‘철판도(鐵板圖)’에 묘사된 대로 임기 중에 사망할 것을 우려해 로켓군과 군 수뇌부를 숙청했다. 그리고 국내외 혼란한 정세에서 암살당할 것이 두려워 중요한 행사에 자주 불참했고, 외부의 시선도 돌볼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소식통은 “시진핑은 예언을 정말 믿고 있고 죽음을 매우 두려워한다. 예언에 활을 들고 화살을 쏘는 사람의 그림이 있는데, 그는 그것이 로켓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로켓군을 숙청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