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줄도산…中 당국 구조조정에도 회생 불투명

박숙자
2024년 03월 2일 오후 8:21 업데이트: 2024년 03월 2일 오후 8:21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과잉생산과 과열 경쟁으로 파산 및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자본 잠식 규모도 1000억 위안(약 18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파산한 전기차 회사들은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지방 보호주의 경제의 산물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인수합병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기차 업체 실패의 원인 ‘복잡’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파산이 줄을 이었다. 스마트 순수 전기차를 생산하는 하이파이(高合·Hiphi)자동차가 올해 연초부터 6개월 동안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이파이자동차는 고급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2019년 7월에 설립된 기업이다. 지난달 27일 하이파이자동차의 주요 생산기지인 장쑤성 옌청 공장은 텅 비어 있었고, 회사 건물 입구에 봉인이 붙어 있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하이파이가 웨이마(威馬)자동차에 이어 파산 및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9일, 웨이마는 파산 및 구조조정을 신청했다. 웨이마는 중국에서 최초로 양산 및 납품에 성공한 전기차 제조업체 중 하나다.

2014년 중국 당국이 정부 보조금으로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서는 전기차 제조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2019년에 약 500개였던 전기차 제조업체가 보조금이 끊기면서 지난해 8월 기준 167개만 남았다. 통계에 따르면 생산 및 판매 능력을 갖춘 전기차 제조업체는 약 10곳에 불과하다.

중국 전문가 왕허(王赫)는 에포크타임스에 “문을 닫은 전기차 업체들의 배경이 매우 복잡하고 동기도 단순하지 않다”며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설립된 업체도 적지 않다. 이런 기업들은 자금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기술력이 부족해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왕허는 이번 ‘자동차 제조 운동’에서 지방정부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방 정부들은 이것이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해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다”고 했다.

2020년 9월, 웨이마 자동차는 100억 위안(약 1조8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해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 기록을 세웠다. 이 투자에는 장쑤성 쿤산, 안후이성 허페이, 후난성 헝양 등 많은 지방정부가 참여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톈지(天際)자동차는 후난성 창사, 칭다오시 핑두, 광시성 난닝 지방정부의 자금도 받았다.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연구소 딩수판(丁樹范)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의 일부 전기차 산업은 지방정부가 지원하고 있어서 지방보호주의 경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가 거의 파산상태에 이르러 공무원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정부는 장기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파산) 추세를 바꾸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정부 개입으로 인수합병 시스템 구축 복잡해져”

지난달 21일,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체인 리오토(Li Auto·理想汽車)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리상(李想)은 당국에 전기차 업계의 인수합병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했다.

리상 회장은 앞으로 많은 신규 브랜드가 경영난 및 자금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인수합병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10이라면 폐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100”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차 업체를 위한 건전한 인수합병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신에너지 산업 육성으로 촉발된 ‘전기차 제조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자금난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380만 대에 가까운 생산능력이 유휴 상태로 방치돼 있고, 1000억 위안이 넘는 자금이 허비됐다.

공개 정보에 따르면 파산을 선언했거나 경영 위기에 처한 웨이마, 톈지, 치뎬 등 15개 스타트업은 총 6000억 위안(약 111조원)을 투자해 연간 1000만 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 중 이미 연간 38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기업정보 사이트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이들 자동차 업체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1000억 위안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딩수판 교수는 리상 회장의 인수합병 시스템 제안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순수한 시장경제 체제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시장경제는 지분과 시장 원칙에 따라 인수합병이 이루어지지만, 중국 시장은 지방보호주의 경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방정부는 자신들의 계산이 따로 있어 순수한 시장경제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수합병이 더 복잡하고 다루기 어렵다”고 밝혔다.

왕허도 전기차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 충분히 활용하지 않으면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기존 투자가 매몰 자산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활성화하고 통합해 효과적으로 운영되게 하려면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자가조정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중국 당국이 인수합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큰 물음표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공산당 체제에서 정부의 개입 능력이 너무 커 시장이 기형적으로 왜곡됐다”며 “중국 정부가 인수합병을 주도한다면 기득권이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리오토, 니오 등 스타트업의 1월 판매량 급감

2월 초 살아남은 신차 브랜드의 1월 판매량이 발표됐다. 샤오펑(小鵬)·웨이라이 등은 지난해 12월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샤오펑 자동차는 1월에 8250대의 신차를 인도해 전월 대비 59% 가까이 감소했고, 2월 첫 18일 동안 약 2600대의 신차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

니오는 1월에 전달보다 44.18% 줄어든 1만55대를 인도하는 데 그쳤고, 리프모터스는 1월 34.06% 감소한 1만2277대를 인도했다.

리오토는 1월 3만1165대의 신차를 인도해 전월보다 38% 이상 줄었다. 리오토는 지난해 목표 달성률이 가장 높았던 중국 전기차 브랜드로, 이후 2024년 목표를 80만 대로 제시했다.

연초부터 전기차 제조업체 간의 ‘가격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가격 전쟁과 판매 경쟁은 이제 ‘소모전’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 전기차 회사의 발전 공간에 대해 중국 경제전문 유튜버 ‘재경냉안(財經冷眼)’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전기차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소비력의 급감”이라며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과잉돼 국내에서 소화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 원인이 거시경제 침체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은 데 있다고 봤다.

전 세계의 수요를 공급하기 위한 투자로 전기차 산업에 과도한 자원이 투입됐지만 현재로선 공급이 수요를 심각하게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왕허는 “대외적으로 전기차를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에 수출하기를 원하지만 이들 국가는 중국 자동차의 저가 덤핑에 대비해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 업계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평가했다.

* 이 기사는 황윈, 뤄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