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니면 안 된다던 장난감 제조업도 “해외 이전 검토”

정향매
2024년 01월 17일 오후 5:0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7일 오후 6:54

생산시설 중국 의존도 높아…차이나 리스크에 취약

다국적 장난감 제조업체들이 과도한 중국 의존도, 생산 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른 제조업에 비해 중국에서 벗어나는 게 두 배로 어렵지만 이들 업체는 중국 이탈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장난감 제조사 해즈브로(HAS)는 지난 2018년 인도 항공우주 부품 생산업체 에쿠스(Aequs)에 제품 위탁 생산을 제안했다. 헤그데 에쿠스 고객 상담 부서 책임자에 의하면 해즈브로는 그해 수백만 달러 상당의 장난감을 중국 공장 대신 에쿠스 인도 공장에 의뢰하려고 했다. 에쿠스는 앞으로 몇 년 내 최소 1억 달러(1332억 원) 규모의 수주 물량만 확보할 수 있다면 장난감 제조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그해 해즈브로는 연례 보고서에서 기업 운영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중국 항구가 주기적으로 폐쇄돼 해즈브로는 상품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 생산을 중국 공장에 의존한 데 따른 위험이 부각된 것이다.

현재 해즈브로는 일부 제품 생산을 에쿠스 인도 공장에 위탁하고 있다.

에쿠스는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벨가움에 있는 3만2500제곱미터 규모의 공장 두 곳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해즈브로, 스핀마스터(Spin Master)를 비롯한 다수 완구업체의 제품 수십 종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장난감 업체는 또 생산 비용 상승 부담을 안고 있다.

2022년 1~6월 영국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난감의 가격은 약 8% 상승했다. 중국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 장난감 생산 비용 증가를 부추긴 결과다. 제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공장으로 이전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지 못하면 장난감 가격은 계속 증가하게 된다. 영국 중앙은행에 의하면 중국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월 1420~2690위안(26만~50만 원)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는 비숙련 및 반숙련 근로자를 월 9000~1만5000루피(14만~24만 원)에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항구적 최혜국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산 장난감에 부과하는 관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정치인은 정부에 중국의 최혜국대우를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미(全美)소매업연합회는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미국 내 장난감 가격은 2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장난감 업체들은 대부분 생산을 중국 공장에 위탁하면 제품 가격 상승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산 기지 이전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인도를 비롯한 다른 국가의 공장은 효율성 측면에서 중국 공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중국처럼 항만이나 도로 시설이 구축돼 있지 않다. 중국 공장은 지난 30년간 제품을 생산해 왔다. 생산 효율성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헤그데는 말했다.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로저스도 로이터에 “중국 본토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장난감 업체는 두 배로 어렵다”고 말했다. 장난감 판매는 계절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협력 업체에 일 년 내내 재고를 보유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게다가 장난감 제조업체는 다른 업종의 업체에 비해 안전성, 제품 조달, 근로자 처우 등을 두 배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게 로저스의 설명이다. 그에 의하면 해외에서 제품을 조달받는 경우 위탁 제조업체에 주문하면 18개월 기다려야 하고, 공장을 건설해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최대 3년이 걸린다.

L.O.L 서프라이즈, 브래츠 인형 등의 제조업체인 미국 MGA 엔터테인먼트는 작년 연말 시즌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인프라 측면에서 인도, 베트남 등의 국가에 비해 제품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이작 라리안 MGA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인도는 주(州) 간 이동 시 지켜야 할 규제가 많고, 다수 규제는 비합리적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이들 국가의 정부는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위탁 생산 물량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인프라는 개선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통관(通關) 통계분석(Panjiva)에 의하면 작년 1~7월 미국, 유럽에서 판매된 장난감의 79%가 중국산이었다. 2019년(82%)에 비해 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지난 5년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인도산 장난감 수입 비중은 1%에 불과했다.

가상 애완동물 다마고치 제조업체 일본 반다이의 영국 지사 전무이사 닉 앨드리지는 로이터에 “우리 모두 탈(脫)중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장의 생산 비용이 대폭 인상됨에 따라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며 “인도와 태국을 추가 생산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반다이 제품 대부분은 중국산이고 나머지는 대만·일본·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다.

바비 인형 제조업체 마텔(MAT.O)은 지난 2007년 납 페인트에 오염된 중국산 장난감 수백만 개를 리콜했다. 그때부터 중국 공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