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중국 미확인 폐렴 확산 공식대응…中 “특이양상 없어” 주장

알렉스 우
2023년 11월 24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3년 11월 24일 오후 4:03

중국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비롯한 미확인 호흡기 질환이 확산함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가 부랴부랴 공식 대응에 나섰다.

지난 22일 WHO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WHO는 호흡기 질환 확산과 관련한 역학정보 등 자세한 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중국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WHO가 중국에 요구한 정보는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추가적인 역학 및 임상 정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비롯한 호흡기 바이러스 확산 추이 데이터 ▲의료 시스템 관련 정보 등이다.

글로벌 공공 질병감시 시스템인 프로메드(ProMED)는 지난 21일 “중국에서 소아를 중심으로 미확인(Undiagnosed)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로메드는 2019년 12월 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SARS-CoV-2’가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음을 전 세계 보건당국에 알린 바 있다. 프로메드의 ‘SARS-CoV-2’ 관련 보고는 WHO의 고위관리를 포함한 의료 전문가들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프로메드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호흡기 질환 유행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팬데믹 시계는 이미 똑딱거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지금이 몇 시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중국 당국은 “최근 중국에서 호흡기 질환 환자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등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혼합 감염을 일으킨 결과”라고 주장했다.

넘쳐나는 환자들, 침묵하는 전문가들

중국 전역에서 호흡기 질환이 유행함에 따라 중국의 병원들은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심지어 의료진도 대거 감염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병원에 환자들이 너무 많아 진료를 예약하기 어렵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 등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게시물들이 쉼 없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베이징, 상하이, 톈진, 난징, 우한 등 중국 주요 도시의 병원에서 촬영된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다. 영상에는 매우 혼잡한 병원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중국 랴오닝성의 한 간호사는 지난 21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소아과는 이미 포화 상태”라며 “발열 증상을 겪고 있는 의료진도 다수”라고 알렸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전직 중국 언론인 자오란지안은 소셜미디어에서 “랴오닝성 다롄시의 병원 소아과는 어린이 환자들로 가득하다”며 “이와 관련된 게시물이나 기사는 온라인에 올라오는 족족 삭제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톈진시에 거주하는 주민 통 씨는 21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바이러스 확산도 매우 심각하다. 현재 톈진은 물론 베이징, 다롄, 선양 등 대도시의 병원들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청사 | 연합뉴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감염병 전문가들은 입을 꾹 닫고 있다. 대중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권이 엄격한 팬데믹 통제 조치를 갑작스럽게 해제함에 따라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수많은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그 이후 중국공산당은 미확인 감염병이 보고되거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신종플루, 인두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의 병명을 사용해 관련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물결’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대응

WHO의 정보 제공 요청에 중국은 23일 “아직 임상적으로 특이 양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현재 중국에서 보고된 호흡기 질환 사례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새로운 병원체나 임상적 양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WHO는 보도자료를 통해 “WHO는 중국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감염병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비교적 흔한 소아 호흡기 질환으로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WHO는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달부터 질병 감시를 강화했으며 폐렴이나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감염증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WHO의 대응에 의문을 제기하며 “중국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며, 이번 상황을 섣부르게 판단해서도 안 된다”며 “새로운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