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플레이션 위기 지속…3월 물가상승률 0.1%

강우찬
2024년 04월 13일 오전 10:25 업데이트: 2024년 04월 13일 오후 2:06

전문가 예상치보다 더 낮아, PPI도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과잉생산’ 지적에도 中 당국 설비투자 확대…소비 부진 지속

중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1% 오르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CPI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0.7% 증가율보다 0.6%포인트 낮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전문가 예측치인 0.4%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중국의 이번 3월 CPI는 지난달 반등세를 얼마나 이어갈 것인지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앞서 중국 월간 CPI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각각 -0.2%, -0.5%, -0.3%, -0.8%로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에 빠졌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올해 2월에는 0.7%로 반전을 이뤄냈지만 이번 3월 다시 0.1%로 추락했다. 2월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설날 연휴로 식품 및 여행 수요가 반짝 회복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SJ은 3월 CPI 증가치가 전문가 예상(0.4%)보다 0.3%포인트나 낮아 내수 부진을 드러내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재차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3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2.8% 하락해 전월(2.7% 하락)보다 하락폭을 0.1%포인트 키웠다. 전문가 예상치와 일치했으며 2016년 이후 최장 기록인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예상보다 낮은 CPI, 지속적인 하락세의 PPI는 모두 중국 경제의 회복이 어렵다는 신호다. 시장은 중국 정책 당국의 새로운 부양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중공)은 경제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과잉 생산’ 기조를 바꾸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재무부 재닛 옐런 장관은 최근 방중을 통해 중공의 과잉 생산 정책을 지적했지만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7개 정부 부처는 옐런이 출국한 9일 당일, 오는 2027년까지 산업설비 투자를 25% 이상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수석 경제학자는 중국의 3월 CPI에 관해 “계절적 영향이 물가에 확실히 작용했다”며 2월 설 연휴 급등했던 식품 가격이 하락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쉬톈천은 “더 광범위하게는 과잉 생산 문제가 인민은행의 경기부양 노력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동차 가격은 매년 4.6% 하락했다. 이는 제조업체가 유통과 판매에 어려움으로 인해 가격을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캐피탈 이코노믹스(CE)’의 중국 담당 경제학자 줄리안 에번스-프리자드는 “과잉 생산이 제품의 공장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며 “소비자 가격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지만 제조 능력에 대한 급속한 투자는 여전히 공장도 가격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 은행 신용이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흘러들어 중국 경제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고 통화 정책 도구의 효과를 감소시킨다고 믿고 있다. 중공 당국의 경기부양 노력으로 은행들의 위안화 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유입돼 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경제학자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 수출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1~2월 중국 수출이 7.1% 증가(중간값)했지만 3월 수출은 다시 감소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중간값)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경제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증가, 소비 수요 부진 등이 꼽힌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10일 중국 공공재정에 대한 위험 증가를 이유로 중국의 국가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미 빚이 많지만 앞으로 경기부양을 하려면 돈 쓸 곳이 많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