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전기차, 사고 후 화재…문 안 열려 탑승자 전원 사망

강우찬
2024년 04월 29일 오전 11:04 업데이트: 2024년 04월 29일 오후 2:17

유가족 “에어백도 안 터져” 의혹 제기
화웨이는 “에어백·배터리 정상 작동” 해명

중국에서 ‘화웨이 전기차’로 통하며 중국 공산당이 조장한 이른바 ‘애국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기차 아이토(AITO·問界)가 추돌 후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3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모델은 아이토M7 모델이며, 중국에서는 유가족 측은 사고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고 문도 열리지 않아 탑승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매체 펑파이 신문과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정보를 종합하면, 지난 26일 산시성 윈청시의 한 고속도로에서 아이토M7 차량이 앞서가던 고속도로 관리업체(산시성 교통통제집단) 소속 살수차량을 추돌한 후 폭발하며 화재로 불탔다.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동영상을 보면, 고속도록에 검은색 아이토M7이 차량 앞부분에 불이 붙은 채로 멈춰 있고 바로 앞에는 고속도로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가 보인다. 또한 사고 차량 뒤편에는 한 남성이 꼼짝 않고 누워 있다.

유가족인 마(馬)모씨(여성)은 “26일 오후 3시쯤 남동생이 운전하던 화웨이 아이토M7이 샤(夏)현 고속도로에서 앞서가던 살수차 뒷부분에 부딪혔다. 남편과 동생, 2살 조금 넘은 아들이 불행한 재난을 만났다. 추돌 후 차내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동생과 아들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사고로 인한 충격에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와 도로에 누워 있었으며, 병원에 이송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씨는 도로를 정비하는 차량이 왜 급행 차선(快车道·한국의 추월차로)을 달리고 있었는지, 규정 속도는 지키고 있었는지, 경고 표지판은 있었는지, 도로를 정비하던 인력들이 제때 구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등 관련 당국을 향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마씨는 지난 1월 윈청시의 한 자동차 매장에서 구매한 3개월 된 신차인 화웨이 아이토M7의 안전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화웨이에 따르면, 아이토M7에는 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AEB(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GAEB(이상 장애물 식별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가 탑재됐으며, 사고로 인한 화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터리 열폭주 전이 방지 기술, 방염 소재가 적용됐다.

AEB는 주행 중 전방 장애물을 감지했음에도 운전자가 적절한 제동 시점에 제동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비상 제동을 수행해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GAEB는 주행 중 전방에 평상시와 다른 이상한 형상이 감지되면 비상 제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마씨는 “에어백조차 터지지 않았다”며 화웨이가 선전한 사고방지 기술 중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화웨이 아이토M7 사고현장 | 웨이보 화면 캡처

그녀는 사고 후 당국의 조치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사고 영상과 사진을 보면, 추돌 직후 아이토M7은 차량 앞부분에 불이 붙었으나 교통 당국 관계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불길이 크지 않은 상태였다.

마씨는 사고 직후 남동생과 아들이 살아 있었음에도 차량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고 현장에 도착한 고속도로 관리업체 직원이 적극적으로 둘을 구조하려 하지 않았으며,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온 남편 역시 제때 병원에 이송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28일 관리업체 측은 임원급 인사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됐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시성 고속도로 교통경찰은 사고에 관한 언론 문의에 “아직 조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추후 공식적인 발표 내용을 참고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아이토 측은 28일 “사고 차량은 보급형 비지능형 운전 버전으로 화웨이의 고급 지능형 운전 보조 시스템이 탑재돼 있지 않다”며 “사고 당시 속도는 115km로 AEB 기능 작동 간인 4~85km를 크게 앞질렀다”고 밝혔다.

아이토 측은 또한 “사고 차량의 전원 배터리 팩은 정상이었으며, 화재는 배터리 자연발화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은 관할 당국의 조사 결과로 밝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에어백도 정상 작동했다고 덧붙였다.

중화권 자동차 전문가들은 사고 영상을 분석하면, 사고 당시 아이토M7의 문손잡이(도어 핸들)가 튀어나오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신 전기차들은 주차 중이거나 주행 시 도어 핸들이 차체 안쪽에 수납된다. 매끄러운 표면으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고 주행 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용도다. 일반적으로 이 손잡이는 키를 가진 사람이 접근하면 문을 잡고 열 수 있도록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식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사고 영상을 보면, 구조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차량 문을 열려고 했으나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아 창문을 부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전기차 사고 시 대응 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화웨이 아이토M7 모델이 사고 시 도어핸들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도록 설계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웨이 측 역시 사고 관련 해명문에서 도어핸들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평론가 리닝은 “중국에서 화웨이는 ‘당(중국 공산당)이 소유한 기업’으로 통한다. 사고 의혹에 관한 언론 보도 정도는 이뤄지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네티즌들이 직접 올린 관련 게시물이 삭제되고 있다”며 “당국이 ‘애국소비’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