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100년에 한번 올 큰 폭풍 닥친다” 레이 달리오

강우찬
2024년 03월 30일 오전 11:56 업데이트: 2024년 03월 30일 오후 1:58

“지방정부 부채 해결 못하면 잃어버린 10년 겪을 것”

중국 공산당(중공)이 대규모 부채로 인해 ‘100년에 한 번 있을 대형 폭풍’에 직면해 있다고 세계 최대 헤지펀드 설립자가 경고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27일(현지 시각) 자신의 링크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중국이 기업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1990년대 일본이 겪은 장기 경제침체인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리오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5가지 주요 과제를 대규모 부채, 인구 고령화, 빈부 격차 심화, 기후변화, 미·중 패권 갈등으로 나열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더욱 위협적인 정세”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첫 번째로 꼽은 중국의 위기인 대규모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부채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해 부채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이것은 2년 전에 이뤄졌어야 하는 일”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은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정년 상한, 노인 지원체계 등이 필요하지만 중국의 정책 전환이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빈부 격차 심화로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미국과의 패권 다툼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 비중을 축소하거나 아예 발을 빼는 것도 중국 경제의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최근 수년간 빠짐없이 전국을 강타하는 홍수와 가뭄, 전염병 등 자연재해들도 중국 경제의 힘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달리아는 “시진핑이 들고 있는 카드와 그가 선택한 카드를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시진핑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를 때, 정치적 기준에 따른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과 그의 주변 관료들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이념 논리로 문제에 접근하다 보니 실효성 있는 해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이 달리오 | AP/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시진핑이 동원할 수 있는 대책과 그가 실제로 선택하는 대책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넨 것으로도 분석된다.

2023년 이후 중국 경제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감소, 생산 비용 하락, 부동산 침체는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나타낸다.

홍콩과 중국 주식 시장의 지속적인 하락은 중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3월 27일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3.8% 하락했다. 1년 전보다 16% 하락한 수치다. 중국 증시는 올해 한때 2700포인트까지 하락하며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중국이 제2의 일본이 될 가능성에 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중국은 소비 감소, 주택 거품을 통한 경제 지탱 등 30년 전(1990년대) 일본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서도 생산성 측면에서 당시 일본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일본은 경제 몰락 속에서도 핵심적인 문제에 잘 대처했다”면서 중국이 일본처럼 저성장 상황을 잘 관리하며 대규모 사회 불안을 유발하지 않고 사회적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냈다.

크루그먼은 “불안정한 독재 정권하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며 중국은 일본과 같은 대처 능력을 갖추지 못해 비슷한 상황에서 훨씬 더 나쁜 결과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윌리엄 오버홀트 박사 역시 2018년 출간한 ‘중국의 경제 위기(China’s Crisis of Success)’에서 “중국이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고 침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의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경제 위기를 맞았을 때 1인당 GDP가 4만 달러 이상이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이제 1만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부패한 당 간부와 극심한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은 엄청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공 지도부 역시 달리아가 지적한 막대한 부채, 특히 지방정부 부채의 심각한 위협을 ‘회색 코뿔소’로 규정해 인지하고 있다.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2019년 1월 중앙과 지방 주요 지도부를 소집해 “블랙 스완을 고도로 경계하고, 회색 코뿔소도 예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블랙 스완은 발생확률이 낮지만 매우 큰 충격을 주는 위험,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위원회에서도 당국에 거시경제 정책 시행을 통해 경제 침체를 완화함으로써 지방정부 부채를 해소할 여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그러나 올해 3월까지 중공이 내놓은 어떤 정책도 추락하는 경제를 구원하지 못했다”며 “중공은 외국 기업 단속을 강화하면서 외국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당국은 개발업체에 ‘파산하라’며 사실상 속수무책임을 시인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