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붙잡는 또 다른 뇌관 ‘악성 채무자’ 2년 새 급증

린옌(林燕)
2024년 01월 20일 오전 10:48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전 11:00

FT “소비 회복 없인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어려워”

중국의 개인 부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악성 채무자’ 수가 지난 2년 동안 급격히 증가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 법원 데이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부터 상업 대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출금을 갚지 못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의 수가 2020년 초 570만 명에서 2023년 854만 명으로 증가했다. 3년도 채 안 돼 280만 명이 불어난 셈이다.

‘라오라이(老賴)’로 불리는 악성 채무자 수는 중국 노동연령인구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경제 회복을 선언한 지 1년여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는 것은 중국 경제가 코로나 이후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불황에 빠진 심각한 상황임을 반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비지출을 자극하지 못하면 중국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6% 안팎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다.

개인 차원에서 볼 때, 라오라이로 낙인찍히면 비행기나 고속철 탑승, 알리페이나 위챗을 통한 쇼핑 등이 불가능해져 일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과 소비자 신뢰 부족으로 인해 침체된 중국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 라오라이의 증가는 부채 위기를 심화한다. 이는 부동산 산업 붕괴, 지방 정부 부채 증가, 신용카드 연체 증가, 은행 압류 경매 부동산 급증 등으로 나타난다.

라오라이가 양산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지난 수년간 무책임하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것과도 관련이 있다.

홍콩 항셍은행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단(王丹)은 라오라이가 급격한 증가는 경제의 주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의 지난해 9월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4%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FT는 “중국의 정책 거버넌스 개혁은 부채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결국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불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개인 채무를 탕감해 주는 것과 개인 채무 해결 시간표를 마련하는 것 등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민간기업보다는 국유기업 우선 정책을 펴고, 하층민보다는 특권층의 이익 수호를 우선시하는 중국 정부는 라오라이 블랙리스트 처리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들을 구제하는 데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