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쟁, 정치전

[특집]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⑤

최창근
2024년 01월 27일 오후 2:13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전 9:47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하여 팽창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몽(中國夢)’의 감춰진 이면은 ‘중화제국(中華帝國)’ 부활, 중화 패권주의 하 세계질서 재편이라 하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지배하는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이념과 질서하에 세계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하여 새로운 전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력과 비(非)무력, 군사와 민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전의 ‘전쟁’ 개념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여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공격하고 나아가 체제 붕괴를 추구합니다. 이 속에서 국내외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에 대응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논의하였습니다.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공동으로 1월 9~11일 한반도선진화재단, 한국세계지역학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 국제 세미나의 핵심 내용을 지상(紙上) 중계합니다.

중국의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쟁, 정치전

케리 거샤넥_대만 국립정치대 교수, 나토 펠로우

‘정치전(political warfare)’을 이해하는 좋은 토대는 ‘정치전은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해하기 위해서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 저렴한 방식이라는 것만 이해하면 된다.

적을 무너트려서 물러나게 할 수만 있다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 정치전의 목적이다. 중국은 지난 1000년 이상 이를 수행 해 오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제1차 국공내전 시기이던 1920년대부터 정치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를 종합할 때 앞으로 시작될 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치전에서 실패할 경우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실전을 벌일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인민해방군 장성들에게 한 연설 등을 종합할 때 정치전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면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중국이 왜 가장 큰 위협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공산당 정권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억압적이고 집단 학살적인 ‘전체주의 정권’이다. 중국공산당은 이 같은 체제를 한국, 미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이식하려 한다.

중국공산당은 민주주의 가치를 치명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체제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은 싸우지 않고도 이길 것이다. 시진핑은 장기전을 수행하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중국공산당이 “싸우지 않고 이긴다.”고 했다고 하여 이를 허황되게 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일반 상식이 있는 사람은 전쟁이 어떤 요소로 구성되는지 알고 있다. 전쟁이 시작될 때 우리가 예상하는 것은 미사일 기습 공격, 공습, 사이버 공격, 전력망 등 기간 시설 공격 등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 제5열(내부의 적), 잠복 스파이도 전혀 새롭지 않다. 중요한 점은 모든 공격이 시작될 때 다양한 형태의 공격이 동시다발로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1차 공격 목표는 대만이 될 것이고, 센카구열도(댜오위타이), 남중국해, 필리핀 영해도 망라한다.

필리핀 등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해경의 역할도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해경은 인명을 구조한다. 중국 해경은 함정 톤(t) 수, 무장을 자랑할 뿐이다. 그들은 필리핀 영해에서 필리핀 저인망 어선들을 가공할 능력을 가진 물대포를 이용하여 제압한다. 때로는 레이저도 사용한다. 대공포도 갖췄다. 어민으로 위장한 중국 해상민병도 문제이다. 그들은 무장을 갖춘 실질적인 군대이지만, 민간 선박으로 위장하는 등 합법을 가장하여 활동한다.

어선, 화물선, 컨테이너선 등 민간 선박으로 가장한 중국 선박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하여 상공의 항공기 편대를 공격하고 대함미사일, 어뢰를 발사하여 상대국 선박을 공격한다고 가정해 보자. 상대방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방어 차원에서 중국 선박을 타격할 수 있을까? 어선이 상대국 군용기, 군함을 선제 공격하고 어민으로 가장한 병력이 해안에 상륙하는 것은 재래식 전쟁의 일부로 봐야 한다. 문제는 중국공산당 선전매체인 ‘인민일보’ 등을 동원하여 민간인을 상대국 군인이 공격했다고 거짓 선전을 하는 것이다. 여론전을 펼치게 되면 상대국으로서는 선제 공격을 당했다고 하여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된다.

두 번째 전선은 정치전이다. 동시에 정보전이기도 하다. 정치전의 목적은 자국(自國) 군인, 국민의 사기를 유지하고 국민의 전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글로벌 관점에서는 전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반면 중국공산당은 공격받은 국가, 이를 지원하여 맞서 싸우려는 자유민주국가의 의지를 약화하고 내부를 붕괴시키기를 원한다. 내부 분열을 유도하여 약화시킨다.

중국공산당의 기만술은 초기부터 성공적이었다. 1962년 중국-인도전쟁이 대표적이다. 5년에 걸친 기만 프로그램을 수행하여 전쟁 승리에 일조했다. 중국공산당이 정치전을 통해서 적을 기만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정치전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종합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군 복무를 한 사람은 복합무기전 개념을 이해할 것이다. 복합무기전 혹은 다(多)영역전에서는 하나의 무기, 한 종류의 군대만으로 승리하지 못한다. 복합전에서는 다양한 무기와 전략·전술을 조합하는 방법을 익혀야 성공적인 지휘관이 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복합전의 주체는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도 중앙선전부도 아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다. 외부 세계에서 이해하기 힘든 정치전을 수행하는 핵심 조직이다. 자유민주주의 세계 군대는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이 같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인민해방군의 정치전 수행 조직은 강력하다. 회색지대전, 하이브리드전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 위협 중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은 미국 지도부를 공격하기 위해 특정 조직이 아닌 다양한 조직을 동원한다. 미국 엘리트 장성, 국방부 직원, 국무부 직원, 기업 경영인 들을 포섭하기 위한 조직이다. 조직이 복잡하기 그지없다.

중국인민해방군의 복합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료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합전 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사고 전환을 해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업무만이 내 책임이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식의 사고를 배척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 해당 연구를 수행하는 싱크탱크 책임자라면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여러분은 조만간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의 성과를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조직적인 시위를 보게 될 것이다. 시위대가 군항을 봉쇄하는 장면을 목도할지도 모른다. 여러분이 거니는 거리에서 통일전선공작 활동을 보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소련이 중화인민공화국 편에 섰던 냉전 초기부터 존속해 온 조직은 통일전선공작 관련 조직이 다가 아니다. 이 같은 조직은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고 활동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많은 위장 조직을 사용하여 은밀하게 체계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리전도 중요하다. 1960~80년대,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중국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이른바 ‘혁명전쟁’을 후원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전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과 마오쩌둥이 체결한 협정에서 ‘분업’은 중국이 아시아를 점령하고 소련은 아시아 혁명을 주도한다는 것이었다.

스탈린과 마오쩌둥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내전을 선동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아프리카와 나머지 지역으로 확장했다. 내전을 일으키는 게릴라는 중국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지원하는 대리전 군대이다.

대표적인 예로 태국에서 30년간 내전을 벌인 태국공산당 게릴라를 들 수 있다. 본부는 중국 윈난(雲南)성에 있었다. 군대의 교육과 장비 보급도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을 근거지로 태국 정부를 공격했다. 이는 정규군이나 경찰이 단순 시위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게릴라는 지대공 미사일, 첨단 항공기로 무장하고 있다.

정치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국인민해방군 ‘정규군’도 고찰해야 한다. 30만 명에 달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도 관건이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디지털 정치전을 수행한다. 문제는 자유민주세계는 이에 반격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정치전에 맞서 싸우려면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외곽 조직도 이용한다. 외국 장성,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을 접촉할 때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라는 단체를 사용한다. 공작 대상에는 현역·예비역을 망라한다. 미국에서 성공적이었고 다른 자유민주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본다.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정치전의 가장 어두운 면은 동투르키스탄에서 벌이는 탄압, 티베트에서의 대량 학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날 저항했던 사람들은 어두운 미래가 예상된다. 인터넷 차단막이라는 ‘커튼’을 사용하여 진실이 외부 세계로 나가는 것을 차단한다.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은 현실이다. 지금부터 이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대비해야만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

케리 거샤넥

케리 거샤넥 교수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나토(NATO) 펠로우로 아시아의 하이브리드 위협, 국가 정보, 방첩, 국제관계, 군사전략 소통 등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대만 국립정치대 방문교수, 태국 탐마삿대 법학부 선임연구원, 태국육군사관학교 방문교수, 태국해군사관학교 방문교수, 호주 버라대 겸임교수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예비역 미국 해병대 대령으로 유엔군사령부에서 20년 이상 한미동맹 관리 분야에 복무한 적도 있다. 주 관심 분야는 중국의 정치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