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 대만 정치전 : 낸시 펠로시 대만 순방 사례

[특집]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⑥

최창근
2024년 01월 29일 오후 12:14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전 9:48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하여 팽창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몽(中國夢)’의 감춰진 이면은 ‘중화제국(中華帝國)’ 부활, 중화 패권주의하의 세계질서 재편이라 하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지배하는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이념과 질서하에 세계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하여 새로운 전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력과 비(非)무력, 군사와 민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전의 ‘전쟁’ 개념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여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공격하고 나아가 체제 붕괴를 추구합니다. 이 속에서 국내외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에 대응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논의하였습니다.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공동으로 1월 9~11일 한반도선진화재단, 한국세계지역학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 국제 세미나의 핵심 내용을 지상(紙上) 중계합니다.

발제

중국의 대대만 정치전 : 낸시 펠로시 대만 순방 사례

위쭝지_국립대만대 교양학부 교수, 예비역 육군 소장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당시 미국 연방 하원 의장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했다. 방문은 대만의 사기를 고취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후 외국 정치인 대만 방문 러시의 신호탄이었다. 펠로시의 순방은 의도치 않게 중국에 기회를 제공했다. 군사력을 과시하고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군사 훈련과 동시에 다양한 정치전 전술도 구사한다. 허위 정보 유포, 상대국 사기 저하 등이다. 대만해협 양안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정치전은 중국의 대외 전략 전반에 걸쳐 중요 요소가 됐다.

펠로시 하원 의장 방문 후 중국은 다음 시도를 했다. 대만섬 인근에서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내용에는 대만 인근 해역, 일본 영해상 미사일 발사도 포함됐다.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을 비롯하여 대만, 필리핀, 일본 등 세 개 국가가 훈련 범위에 포함됐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순방 후 다차원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수단을 선보였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022년 8월 2~10일 대만섬 인근에서 실전 중심 훈련을 실시했다. 통합 전투 능력 향상이 주 목적이었다.  대만섬을 관통한 최초 실탄 미사일 시험을 포함한다. 대만섬을 공중, 해상에서 포위·봉쇄하는 최초의 훈련이었다. 실사격 범위, 둥펑(東風) 미사일 발사 횟수 등을 종합하면 인민해방군의 위협 수위는 1995~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시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중·해상 합동 훈련은 단순히 중국의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펠로시의 방문에 항의하는 것은 명분일 뿐이다. 이를 통해 추후 대만을 점령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한다. 대만은 자신이 공산주의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대만 영유권을 주장한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중화민국)을 병합하고 싶어 한다. 대만을 대상으로 한 정치전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군사작전은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위협 훈련 실시의 근본 목적은 대만에 해를 끼치고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대만 국민의 지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내러티브를 만들어 유포하고 여론을 조작한다. 대만과 미국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 등 정보전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에서 정치전을 수행하는 이들은 다음을 믿는다. ▲먼저 말하는 것이 대화 주도권 장악에 유리하다. ▲인민해방군 교리에 기반하여 작전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국력을 과시하고 병력 우위를 과시해야 한다. ▲선제 작전은 중국 반대자들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순방 중 중국공산당은  “미국은 대만을 진심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대만산 반도체를 통해 이익만 추구하고자 한다.” 등의 내러티브를 유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며 대만인들에게 “미국은 양안 전쟁이 발생하면 대만을 포기할 것이다.”라는 말도 퍼트렸다.

중국 공산당은 가짜 뉴스 사이트, 틱톡 등을 통해서도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 이는 대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만-미국 협력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대만인의 사고를 변화 시키는 것이다. 대만인이 고립감,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대만인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게도 한다. 이른바 ‘미국 회의론’을 확산한다.

중국 정부의 외교 수사(修辭)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쥐구멍 방문이다.’ 식으로 비판했다. 왕이(王毅) 국무원 외교부장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3국 공동 합의’를 위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서는 “미국이 자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주권을 무시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는 군사 훈련을 ‘인민해방군 결단의 표징’으로 규정했다. 중국 주권과 영토를 수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중국은 인터넷, 텔레비전, 라디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중국은 심리전, 기만(欺瞞)술에 정통했다. 정치전 활동은 기만술과 밀접하다. 중국공산당은 정보, 언론의 신속한 통제로도 악명 높다.

대만 포위 군사 훈련 기간 동안 중국은 대만 내 네트워크 시스템에 빈번한 공격을 가했다. 훈련 시작 직전  디도스(DDoS) 공격을 감행했다. 대만의 주요 인프라스트럭처를 표적 삼았다. 총통부, 외교부, 국방부 등 각종 정부 부처 웹사이트도 주 표적이었다. 대만 철도, 심지어 편의점 디지털 디스플레이어도 해킹했다. 공포 확산, 혼란 조장을 위해 펠로시 의장을 모욕하는 ‘간체 중국어’ 문구를 게시했다. 이는 본격적인 대만 민간인 대상 정보전 사례로 기록됐다.

낸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순방 시, 중국은 두 가지 정보를 유포했다. 첫 번째는 인민해방군 공군 Su-35 전폭기가 대만해협 중앙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공군 B-52 폭격기 3기가 타이베이 상공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해당 메시지는 대만 사회의 대립, 분열 조장을 위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을 고조 시키고 전쟁 발발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인민해방군이 합동 작전을 실시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이후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이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는 가짜 뉴스가 유포됐다. “대만군은 대공 요격에 실패했으며 공군 F-16 전투기가 연락 두절됐다.”는 등의 뉴스도 유포됐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실제 공격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 법률을 만들거나 기성 법률을 이용하는 법률전도 시작했다. 공격적인 행동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디어전도 사용한다. 적국이나 중립국 혹은 중국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심을 유발한다. 넓은 범위에서는 자신들의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 중국은 개인·단체에 법적 조치를 취했다. 미국, 대만을 대상으로 한 법적 대응에는 중국 국내법 사용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 체류 중이던 대만인 사업가를 구금했다. 8개월 후 공식 기소 사실이 알려졌다. 혐의는 대만 분리주의 관련 활동이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대만 재단, 기업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낸시 펠로시와 그 가족도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입국 금지, 중국 본토인과 접촉 금지 등 제재 대상에 올랐다. 중국은 국내법을 장기 집행 수단으로 활용한다. 국내법을 적용함으로써 외부 상황에 대한 대응을 합법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발을 억제하고 당사자에게는 구체적인 비용을 부과하여 활동을 제약한다.

중국은 군사 훈련, 미사일 훈련, 경제 제재 등 회색지대전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대만, 기타 국가가 중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회색지대전의 주요 목표이다.

무력 시위를 통해 중국의 힘과 결의를 노골적으로 과시한다. 민간 선박 대상 공격은 미묘하지만 지속적인 형태의 압력 행사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어선, 연구선을 가장한 스파이 선박이 분쟁 해역에 진입한다. 남중국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중국 해상민병이 작전, 감시 활동을 수행한다.

데이터 수집, 직접 군사적 공격, 위장 공격을 결합한 회색지대 전략은 분쟁지대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의 지배권은 공고화하고 국제적 대응을 복잡하게 만든다. 민간 영역과 군사 영역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러한 위협은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된다. 대만의 군사력을 소모시키고 군사 자원을 고갈시킨다. 아울러 끊임없는 위기 의식을 심어준다.

인민해방군 공군 전투기는 대만해협 중앙선을 넘어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려 한다. 대만해협은 공해라는 대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를 부인한다.

중국은 대만과 미국에 압력을 가해 대대만에 정책을 바꾸려고 한다. 국제 여론전도 빠지지 않는다. 대만해협을 분쟁화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을 퍼트린다. 실제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를 포함한 매체, 싱크탱크 발간물은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다.’라는 라벨을 붙였다.

중국은 경제 보복도 했다. 대표 사례는 대만산 과자, 과일 금수 조치다. 파인애플, 애플망고 등 일부 대만산 농산품의 주요 수출 창구는 중국이다. 생산량의 40% 정도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대만은 차이잉원 현 정부 출범 후 신남향 정책을 추진하여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무역 대상국이다.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하다.

① 인식을 한다. 중국이 전개하는 정치전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정치전의 존재, 전개 패턴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경고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② 대응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대만의 경우 미국, 동맹국과 더불어 공동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와 인식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정치전 공격 대응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중국의 정치전을 정의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통 인식을 유지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③ 중국의 내러티브, 허위사실 유포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연방 의회 청문회에서 마이크 갤러거(Mike Gallagher)는 다음을 강조했다.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시진핑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가장 중요한 심리전이 시작됐다. 인지전은 대(大)정치전의 일부이다. 정권 붕괴는 늘 사상 영역에서 시작된다. 대만은 중국공산당이 유포하는 ‘미국 회의론’ 내러티브에 맞서야 한다. ‘대만의 군사적 패배주의’ 내러티브의 근원도 추적하여 발본색원해야 한다.”

④ 민주주의 체제는 중국의 정치전에 맞서야 한다. 대만을 포함한 전 세계 민주 진영 국가는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경쟁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맞서기 위해 정치전을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중국의 반격을 막기 위해 대만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⑤ 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을 위해 가칭 ‘정치전대응센터’가 필요하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집단 방어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메커니즘 확립은 민주주의 수호에 중요하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힘과 단결력을 보여줌으로써 중국 체제에 영향을 끼치거나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⑥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집단 방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는 공동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만, 한국, 일본 등 역내(域內) 국가들이 중국이 설정한 제1도련선에서 집단방위체제를 구축한다면 중국이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대만은 중국의 정치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 다만 중국은 대만의 불안정 조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치적 전술을 바꾸고 있다. 대만 정부는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신속 경보시스템 등의 기술을 활용해 방어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만 정부는 이미 틱톡(TikTok)이 젊은 세대를 세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대만해협의 안정은 중요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만해협 양안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치전 캠페인은 대만의 국내외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여기에 대응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위쭝지(余宗基)

위쭝지 박사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위쭝지 박사는 예비역 대만 육군 소장(少將)이다. 대만 국방대 정치작전학원 외교학과 졸업 후 동(同)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노스텍사스대(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공산당 정치전, 심리전 전문가로서 국방부 정치작전국 문화선전심리전처 처장,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모교 국방대 정치작전학원 교수, 원장으로 강의했고 국방부 국방어학교, 외교부 외교국제사무학원, 국립정치대 등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국립대만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안보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