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경험

[특집]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②

최창근
2024년 01월 24일 오후 3:21 업데이트: 2024년 01월 26일 오전 9:17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하여 팽창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몽(中國夢)’의 감춰진 이면은 중화제국(中華帝國)’을 부활, 중화 패권주의 하 세계질서 재편이라 하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지배하는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이념과 질서 하에 세계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하여 새로운 전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력과 비() 무력, 군사와 민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전의 전쟁개념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여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공격하고 나아가 체제 붕괴를 추구합니다. 이 속에서 국내외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에 대응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논의하였습니다.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공동으로 1월 9~11일 한반도선진화재단, 한국세계지역학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국제 세미나의 핵심 내용을 지상(紙上) 중개합니다.

기조연설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경험

데이비드 스틸웰_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권위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수호’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국제 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한 채 평온한 날들을 보냈다. 시진핑 체제 하 중국이라는 분명한 위협 요인은 실존한다. 해당 문제는 동맹국, 유사 처지의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해결해야 한다.

우리의 가장 큰 힘은 “민주주의는 최악의 통치 형태이다. 지금까지 시도됐던 다른 통치 형태를 모두 제외한다면.”이라는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전 영국 총리의 격언처럼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통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인들도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그것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에 관한 우리의 신념을 강화하는 것이다. 나는 ‘중국(China)’이라고 언급하지 않는다. 오늘날 문제는 중국 국민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 ‘중국공산당(CCP)’에 기원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은 우리가 원하는 바와 같은 것을 원하고 민주 정부를 갖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인들이 응당  향유해야 할 거버넌스(governance)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국공산당이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면 이는 미국 수도를 폭격하는 것만큼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한 과정이 우리로 하여금 민주적 통치를 의심하게 하고 중국공산당이 우리를 자신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 시킬 수 있게 하는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세계는 중국공산당과 체제 경쟁을 한 적이 없다. 사실상 다각도로 협력해 왔다. 중국공산당은 엘리트 포섭 등 각종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들이 자국의 국익을 포기하고 사익을 추구하게 되는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  이는 자유세계를 그들처럼 변하도록 하는 데 성공적인 방법임이 입증됐다. 중국공산당은 우리를 분열하고 약화 하려 ‘정보’를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허위 정보를 자유·개방 사회를 분열·약화 시키는 데 악용하고 있다.

군사 행동은 중국공산당이 신(新)권위주의, 즉 시진핑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특색사회주의(中國特色社會主義)’가 진전됐을 때 우리의 저항을 받지 않고 사용하게 될 최후 수단이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는 우리 사회에서 제재 받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 정부와 시진핑의 사악한 행위에 항의하던 미국 시민들을 중국공산당 관계자들이 구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는 그러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선거만큼 중국공산당의 관심을 끄는 사안도 없다. 중국 인민은 통제 받는 삶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체제에 대한 자가(自家) 선택권을 가지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대만 선거는 중국 정부가 선거라는 절차를 이용하여 중국의 목표하는 바대로 대만의 정책 향방을 바꾸기 위한 매력적인 공세 대상이다.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도 중국공산당에 있어 좋은 목표이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민주국가의 현존 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해당 문제를 다룬 사례를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공산당 정치전 대응 사례를 살펴본다면 대처법의 효과 유무를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개별 대응이 아닌 집단 대응을 했다.

35년 군문(軍門)에 있었던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효과적 행동 중 하나는 머뭇거림 없이 펜타곤(국방부 청사)으로 가서 실행 중인 계획에 국방부를 끌어들여 반대나 단독 행동 없이 국무부를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정치전 대응은 군사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 행정부의 외교·국방 활동은 협력·조정이 필요하다. 행정부 모든 기관이 정치전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조정할 필요성 있다. 미국은 2021년 국방전략에서 이를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라고 명명했다. 통합 억제는 미국 행정부 유관 기관에도 적용되지만 한국 등 동맹국, 파트너 국가와의 조정에도 적용된다. 권위주의 확산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와 국방부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를 통해 계획 수립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그중 핵심 역할을 했다. NSC 구성원과 더불어 국무부는 60명에 달하는 이른바 ‘공산당 언론인’ 제거에 긴밀하게 협력했다. 나는 공산당 언론인 일부를 대상으로 미국 내 활동 내역을 심문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중국의 메시지를 미국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나는 “당신이 설명하는 것은 외교관의 역할이다. 워싱턴 D.C의 일반적인 언론인은 중국인에게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한다.”고 반문했다. 그들은 ‘언론의 역할’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중국 정부가 각국에서 누구를 통해 정보를 전달 받으며 해당 인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 행정부의 활동이 기업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항의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나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중국공산당이 하고 있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지만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다음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이징을 어떻게 다루었는가?’이다. 주지할 점은 상대를 위협하는 것은 약점을 드러내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협박을 한 적도 ‘한계점(red line)’을 설정한 적도 없다. 우리의 대응책을 전달하고 베이징의 답변을 기다렸을 뿐이다. 그들의 행동이 ‘비엔나협약’이나 미국 법령을 위반 했을 경우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섰다.

주(駐)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가 좋은 예시다. 우리는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게 되자 주미국 중국대사를 초치해 국무부의 결정을 설명했다. 그 다음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이른바 중국 외교관 75명을 추방했다. 사건 파장은 컸다. 미국 내 중국의 불법 행위가 대폭 감소했다.

보복 조치로 중국은 주청두 미국총영사관을 폐쇄했다.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협상력의 한계를 느낄 수 있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의 승리였다. 중국의 대응 능력을 마비 시켰고 그들의 ‘자신감’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다. 요약하자면 협박하지 않고 적시(適時)에 행동하며 상대의 대응을 주시하며 동시에 배워야 한다. 미국의 의사 결정은 중국보다 훨씬 빠르다. 이는 대단한 장점이다.

지나치게 과도하게 생각하지 말라고도 조언하고 싶다. 중국공산당과 싸움은 주권이 걸린 문제이다. 국민은 정부가 주권 수호를 위해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여러분은 해당 액션을 취하는 이유를 국민과 세계에 정당화하기 위해서 ‘공공 외교’를 적절히 활용하여 전달할 수도 있다. 경험한 바로는 중국은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오늘날 중국 경제를 살펴보면 고도 성장 신화는 깨졌다. 국내 부채,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부채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중국이 그동안 효과적으로 사용해 온 ‘경제적 유인(誘因)’을 제거해야 한다.

한국은 사드 배치 후 경제적 보복을 당했다. 동유럽 리투아니아도 중국과 중·동 유럽국가 간 ‘17+1’ 경제협력체 탈퇴 후 경제 보복을 당했다. 그럼에도 ‘대만’ 명칭이 들어간 대표부를 리투아니아에 설치했다. 이후로 추가 경제 보복을 당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중국은 리투아니아에 화해를 청했다. 호주 사례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호주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과 석탄 수입 금지로 맞섰다. 이는 역효과를 낳았다. 2022년 겨울, 중국 동북 지방은 춥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중국은 경제적 강압 수단을 제재 없이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 한 국가에 대한 경제적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는 개념으로 2년 전 중국이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을 거부했을 때 일본이 대량으로 사들였던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

정부의 권한 남용에 대한 보호 규정인 미국 연방 헌법 제5조도 응용할 수 있다. 중국의 과도한 조치에 대해 대응한다면 중국은 미국, 동맹국, 파트너, 기타 국가를 상대로 ‘경제적 망치’를 휘두를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지나치게 과도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주권과 자유 시장을 지키기 위해 행동을 취하고 나서 그 결과에 대처해야 한다.

중국의 위협은 언제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조용하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어떠한 문서에도 서명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허한 약속’을 ‘중영공동성명(홍콩반환협정)’이라고 명명한 적도 있다.

공허한 위협을 인지하고는 적당히 무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는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이러한 대응은 그만두어야 한다. 정치전은 대부분 경제 부문, 정보 공간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군사력 사용과 억제도 중요하지만 군사적 해결에만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불법 행위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신중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중국공산당을 다룰 때 취했던 두 가지 접근법을 이야기하겠다. 중국이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 내버려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나는 이를 유도(柔道)에 비유한다. 유도에서는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상대의 힘과 행동을 이용한다. 내가 저항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기보다 그들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신설 육군대학이 좋은 예시다. 중국은 탄자니아에 신규 육군대학 건설을 제안했다. 탄자니아 정부의 동의 하에 신축 건축물 내 전기 배선, 통신 장비 등에 모두 화웨이 제품을 사용했다. 건물 완공 후 중국인민해방군 교관을 파견하고 중국 교육 과정을 도입하려 하자 탄자니아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신 미국인 교관, 미국식 교육 과정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탄자니아는 중국 자본으로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미국과의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하고 수준 높은 군사 교육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계획하는 모든 것을 막기 위해 우리의 자원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활동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중국의 취약점은 어디에 있을까?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서부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에 공세적인 전략을 편다면 대응 수단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이 힘을 쓰지 못하는 중국 서부(신장)와 같은 선택지를 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방향에 대해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하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식의 자체 검열을 멈춰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정치전에 대응하는 대부분의 방법은 어렵지 않고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며, 추가 자원이 필요하지 않다. 트윗 비용이 얼마인지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에게 더 유리한 정보라는 영역에서 이것을 어떻게 더욱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말하는 것을 믿으며, 그동안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말하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왔고 그들의 손에서 선전의 도구를 빼앗아 왔다.

데이비드 스틸웰(David R. Stilwell)

데이비드 스틸웰.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일하며 중국의 패권주의 팽창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했다. 예비역 미국 공군 준장(准將)으로 35년 현역 복무했다. 1980년 한국어 전문가로 입대해 1983년까지 주한미군 공군 오산기지에서 복무했다. 1993~1995년 F-16 전투기 조종사로 군산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다. 근무 기간 대부분을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 보냈으며 2011~2013년 주중국 미국대사관 국방무관을 역임했다. 2015년 공군 준장 예편 후 미국 의회 국방위원회 장성 고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중국전략포커스그룹장, 미국 공군사관학교 교수(역사학) 등을 거쳐 현재 공군사관학교 미래분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졸업·임관 후 미국 하와이대에서 전략학 석사 학위를, 미국 공군지휘참모대에서 미국 육군 전쟁 전략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