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전포럼 폐막…개방 약속했지만 ‘시진핑 리스크’는 그대로

강우찬
2024년 03월 26일 오전 11:40 업데이트: 2024년 03월 26일 오전 11:40

기조연설서 ‘시진핑 핵심·당중앙 지도력’ 재확인
홍콩 출신 언론인 “중국 ‘돈 가뭄’만 입증한 자리”

중국 베이징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중국발전포럼이 25일 막을 내렸다. 이번 포럼은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외국 기업인들에게 개방성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그러나 중국에 비판적인 분석가들은 ‘중국 최대 리스크는 시진핑 본인’이라는 관점에서 시진핑의 리더십을 강조한 이번 포럼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외국 기업인,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포럼 첫날인 24일, 행사장에 모인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80여 명 앞에 선 리창 국무원 총리는 개막 기조연설에서 중국 경제 발전의 원칙이 ‘시진핑 핵심’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리창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지난 1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견고한 지도 아래 우리는 외부의 압력을 견디고 내부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연간 경제·사회 발전의 주요 목표를 원만하게 달성했다”며 “중국 경제의 장기적 호전이라는 펀더멘털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리창 총리는 펀터멘털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문맥상 시진핑 핵심, 당 중앙(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지도가 중국 경제의 장기적 호전을 유지할 펀더멘털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 2월 18일, 전년 대중국 FDI가 330억 달러(약 44조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81.68% 급감한 수치다.

이러한 외국자본 이탈은 시진핑 정권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중국의 투자 환경이 급격히 악화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소위 ‘데이터3법’으로 불리는 네트워크안전법(2017.6.1 시행), 데이터안전법(2021.9.1 시행), 개인정보보호법(2021.11.1 시행)에 의해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의 경영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반간첩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1일 시행에 들어갔고, 오는 5월 1일부터는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간첩 행위나 국가기밀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자의적 법 집행이 우려되면서 외국 기업인들은 물론 일반 여행자들도 중국행을 꺼리게 됐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인바운드(외국인 입국)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 비해 97% 급감했다. 방역 통제를 해제한 이후에도 이전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그 추세가 더욱 뚜렷하다.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91% 회복했다. 중국 정부는 기차역에서 외국인 여행자 신원 확인을 완화하고 무비자 정책 확대, 비자 수수료 인하 등 유인책을 내놨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같은 중국 기피 현상을 의식한 듯 리창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작년부터 서비스를 개선하고 기업과의 상시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해 기업의 우려에 진지하게 응답했다”며 “제도적 개방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 단절 없이 세계와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발길이 끊인 외국인 투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8월 ‘외국인 투자 강화 24개 조치’를 발표했고, 올해 3월 19일에는 ‘외국인 투자 유치 및 활용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홍콩 작가 겸 언론인 응안슌카우(顏純鈎)는 24일 소셜미디어에 “중국 공산당이 세계에 선의를 보이는 듯한 움직임은 중국 내부에 ‘(경제적) 가뭄’이 심각하며 그동안 벌인 온갖 속임수가 모두 통하지 않았다는 것만 입증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새로운 외국인 투자는 오지 않고 오래된 외국인 투자는 빠져나가고 있어 출혈이 심한데도 수혈은 안 되는 형국이라 시간이 길어지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의 투자 환경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악화됐다. 이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시진핑 취임 이후 지속된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민영 기업은 폐업하고 외자 기업들은 도망치듯 철수하고 있다. 시진핑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며 공산당 정권의 실체를 알아차린 외국 기업들이 얼마나 손을 잡아줄지 의문을 나타냈다.

중국발전포럼에 글로벌 기업 CEO들이 다수 참석했지만 중국이 ‘시진핑 핵심’, ‘당 중앙 지도력’ 같은 리스크 요인을 품고 놓지 않는 한, 실제로 변화할 여지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중국이 진정으로 발전을 원하고 있으며, 여력이 되느냐는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중국은 발전·개혁·개방을 거스르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 세계가 홍콩의 날치기 제23조 제정을 지켜봤고 글로벌 금융 허브가 소실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원사 57%가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 의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조치 중 상당수가 실제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기업인들의 반응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