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적 감춘 中 국방장관 체포설 제기…“당국에 8명 이름 댔다”

강우찬
2023년 09월 17일 오후 8:41 업데이트: 2023년 09월 17일 오후 9:53

국방장관 취임 전 군사장비 구매업무 총괄한 경력
공산당 원로 2세 그룹…반(反)
시진핑 활동 가능성도

보름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출신 언론인 자오란젠(趙蘭健)은 에포크타임스에 “리상푸(李尚福·65) 국방부장이 지난 1일 체포됐다”고 말했다.

자오란젠은 또한 장비발전부의 고위 장교 8명도 체포됐으며, 리상푸가 이들을 지목했다고 전했다.

장비발전부는 군사장비의 연구개발과 구매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한국의 방위사업청과 비슷하다. 과거 인민해방군 총장비부로 불렸으나, 시진핑 집권 이후 군 개혁 정책에 따라 2016년 초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장비발전부로 개편됐다.

자오란젠은 “당내의 홍얼다이(紅二代·혁명원로 2세) 계층에는 시진핑에게 불만을 품고 그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며 훙얼다이의 일원인 리상푸가 단순히 비리 혐의로만 체포된 것은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상푸 부장은 지난달 29일 이후 행방이 묘연해, 외신을 통해 부패 혐의에 따른 조사설이 확산돼 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군과 직접 접촉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2주 넘게 종적을 감춘 리상푸 국방장관이 군사장비 구매와 관련해 중앙군사위 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리상푸가 장비발전부 부장을 맡았던 2017~2022년 사이 군사장비 구매업무를 담당한 고위 장교 8명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리상푸 부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가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慎坤)은 부패 혐의만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중국에서) 부패는 반대세력이나 시진핑에게 충성하지 않는 이를 제거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논평했다.

로이터통신은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상푸 부장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월 말 공산당 중앙군사위는 2017년 10월 이후 군사장비 입찰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단서를 수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장비발전부의 부패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리상푸 부장은 국방부장 취임 전 6년 가까이 장비발전부 부장을 지냈다. 군사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2017년 10월 이후’는 그의 재임 시기와 겹친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중국 국방부에 이메일로 리상푸 부장의 체포에 관해 확인을 요청했지만 응답받지 못했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