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당선 변수는 성별 아닌 소속 정당” 국회 토론회

황효정
2024년 01월 19일 오후 11:12 업데이트: 2024년 01월 23일 오전 9:37

1월 19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제22대 총선, 여성 후보 당선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이혜훈)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선거에서 당락을 판가름하는 유의미한 변수는 ‘성별’이 아니라 ‘정당’이라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총선을 82일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공개된 분석에 따르면 여성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불리하지 않으며, 정치적 경쟁력은 남녀 막론하고 정치적 성과와 업적에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류재혁 리서치앤리서치 팀장은 정성조사(FGI·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바탕으로 유권자가 여성 정치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해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소개했다.

류재혁 리서치앤리서치 팀장|한기민/에포크타임스

류 팀장은 “(조사 결과) 여성 정치인에 대한 투표 경험은 대체로 있는 편이나, 대체로 지지 정당에서 나온 여성 후보라서 투표한 경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후보자 선택에 있어 유권자의 최우선 고려 요인은 ‘정당’이며, ‘성별’은 고려 요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유권자의 관점에서 성별은 고려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에서 적정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여성 후보자의 공천이 확대된다면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여성 정치인의 국회 입성도 확대될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여성 후보자의 경쟁력 요소는 무엇일까. 류 팀장은 “여성과 남성 후보자 공통적으로 정치인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치적 성과와 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정치인의 경쟁력에 있어 ‘외적 인상’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하게 꾸며진 겉모습’은 여성 정치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여성 후보자는 남성 대비 ‘스피치’가 뛰어나다고 인식, 이 부분이 강점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정치적 방향의 안정성’, ‘책임감’, ‘크고 넓은 사고방식’ 등은 남성 대비 부족한 요소로 나타났다.

류 팀장은 “(조사 참가자들은) 현 여성 정치인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부분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적정 확대 수준은 최소 30~40% 이상으로 인식했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20대,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도출한 결론을 공개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교수|한기민/에포크타임스

김 교수는 “당선에 유의미한 변수는 소속 정당, 현직 여부, 후보자의 직업으로 나타났다. 득표율 측면에서 볼 때도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정당이었다. 성별 변수는 당선에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며 이는 여성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후보보다 당선에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이제까지 여성 후보의 성 변수 자체가 당선에 불리하다는 통념은 통계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 후보의 당선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주요 정당에서의 공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발표한 류 팀장의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결론이다.

이어 학계, 언론계, 정치계 인사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토론했다. 토론에서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7대 국회를 시작으로 정치 활동을 해 온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장관|한기민/에포크타임스

진 전 장관은 “제17대 국회는 여성 정치 참여의 확대에 있어서 커다란 한 획을 그은 국회였다. 당시 새로 도입된 비례대표 여성할당제를 통해서 상당히 많은 여성 의원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나는 이제까지는 국회에 여성들이 그냥 끼어들기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판을 짜는 게 가능해질 수도 있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었다”며 “비례대표를 넘어 지역구에서도 의석을 확보해 여성 국회의원 수를 늘려가면 3~4번째 총선 뒤에는 의석 총 300석 중 (약 30%에 해당하는) 100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으로 한 조직 내 문화가 바뀌거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임계량(크리티컬 매스)을 30%로 규정한다.

진 전 장관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여성 국회의원들 간의 협력 부족을 지목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들 간 초당적인 협력이 가능했다. 그때는 ‘호주제 폐지’라고 하는 여성 관련 어젠다가 확실히 있었고, 여성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하나로 뭉쳤다”고 설명한 진 전 장관은 “그 뒤로는 여성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어젠다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의원들이) 당파적인 행보에 매몰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진 전 장관은 “여성 의원들이라고 해서 국회에서 여성 어젠다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각 당의 지도부에서도 공천을 할 때 (똑같은 여성 의원이라 할지라도) 여성 문제만 얘기하는 의원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의원을 더욱더 경쟁력 있게 본다”고 강조, 여성 의원들을 향해 “국정 전반에 관한 관심과 능력을 배양해 각 분야별 자기의 전문성을 확보하면 정치인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여성의정’의 이혜훈 상임대표는 “2024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라며 “지난 총선에서는 57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됐지만 지역구 당선은 29명에 불과했다. 여성 의원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비례대표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유권자들의 직접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지역구에서 더 많은 여성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여성 정치인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