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국축구협회 회장, 150억 뇌물수수로 종신형 선고

강우찬
2024년 03월 26일 오후 12:50 업데이트: 2024년 03월 26일 오후 2:30

중국 축구계 고위급 10여 명 뇌물·부패 혐의 조사 중

100억대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준 전 중국 축구협회 회장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공산당(중공)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은 26일 천쉬위안(67)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회장)이 후베이성 황스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종신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천쉬위안은 중국축협 회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8103만 위안(약 14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프로젝트 계약 수주, 투자·경영, 대회 일정 조정, 경기 주선, 리그 승격, 심판 페널티 등의 사안에서 특정 기관이나 개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검찰에 기소됐으며, 올해 1월 후베이성 황스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천쉬위안은 검찰 기소 전인 지난 2월, 관련 의혹으로 감찰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축협 회장에서 물러난 후 중국 축구팬의 공적이 돼 왔다.

중국 축구계는 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부패 및 뇌물수수 의혹에 연루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2022년 11월 리톄(47)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감독직을 얻으려 300만 위안(약 5억5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사실이 알려졌고 뒤이어 류이 전 중국 축협 사무총장, 리위이 전 부회장, 두자오카이 중공 체육총국 부국장 등 축구계 고위 인사 14명이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됐다.

중국 축구팬들 사이에 비난 여론이 치솟는 가운데, 올해 1월에는 중공 관영 중국중앙(CC)TV는 축구계 부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이 다큐에는 축구계 부패 3인방으로 찍힌 리톄, 천쉬위안, 두자오카이가 출연해 자아비판을 했다.

다큐에 따르면, 2019년 8월 천쉬위안의 축협 회장 당선 전날 밤, 지역 축구협회장 두 명이 그의 집에 찾아와 30만 위안(약 5500만원)을 내밀었다. 이후 천쉬위안은 축협 회장으로 재임하며 여러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아 수천만 위안을 부정 축재했다.

리톄는 중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기 위해 우한 줘얼 구단을 설득해 축협 회장 천쉬위안에게 200만 위안(약 3억6천만원), 축협 사무총장 류이에게 100만 달러(약 1억8천만원)를 건넸다.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리톄는 우한 줘얼 구단으로부터 6천만 위안(약 110억원)을 받고 줘얼 구단 소속 선수 4명을 대표팀에 선발했다.

우한 줘얼 구단 전 구단주는 다큐에 출연해 “리톄가 아니었다면 우리 선수 중 누구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거액의 투자에도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치는 원인 중 하나가 실력이 아닌 인맥과 뇌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한 중국 축구팀 구단주는 슈퍼 리그 진출을 위해 상대팀을 매수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