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전통…서울공예박물관 ‘공예 다이얼로그’展

류시화
2023년 09월 6일 오전 11:1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1

서울공예박물관에서 9월 8일부터 특별전 <공예 다이얼로그(Dialogue)> 전시의 문을 연다. 국제 미술 행사인 <키아프·프리즈 서울>을 맞아 진행되는 2023서울아트위크 동안 서울을 찾는 전 세계 미술 관계자와 애호가, 시민을 위해 마련한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금박, 분청, 채화 3개 분야에서 사물의 탐구를 통해 전통 공예의 조형적 확장을 모색하는 6인(팀)이 둘씩 팀을 이뤄 전통 공예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강효 작가 | 류시화

전시에 참여한 전승 장인과 작가들은 제작 방식과 분야가 각각 다르지만, 각자의 조형 언어로 세대를 관통하고 전통 기법에 담긴 예술혼을 작품에 투영해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다.

빛을 새겨넣는 기법인 ‘금박’은 고려에서 조선까지 병풍, 초상화, 불상, 현판 등 주로 왕실의 위엄과 종교의 신성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활용되었다. 13세기경 청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발전했으며 산수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 ‘분청’은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으로 오늘날 현대 작가들 영감의 원천으로 사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단으로 만든 꽃’을 의미하는 ‘채화(綵花)’는 조선시대 때 주로 궁중의 물품이나 행사 때 필수적으로 사용된 장식품으로, 피어나는 생명을 상징한다.

‘공예 다이얼로그’ 특별전 ‘금박, 빛을 새기다’ 전시실 전경 | 서울공예박물관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전시된 이번 전시는 5대째 금박장 가업을 이어온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 장인과 현대 섬유예술가 장연순 작가가 포문을 연다. ‘금박, 빛을 새기다’에서 장연순 작가는<중심에 이르는 길Ⅲ>을 선보였고, 김기호 장인은 <천상열차분야지도> 연작을 선보였다.

‘천상열차분야지도’ 2023년, 김기호. 라(羅), 옻칠, 순금박 | 류시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금박으로 기하학적 도형과 천문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찬란한 금빛이 시선을 끈다. 김기호 장인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천 위에 구현한 것으로 숙종 때 천문학자들이 만든 별자리를 그대로 구현한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분청산수’ 2017~2020년, 이강효. 적점토, 화장토 | 류시화

두 번째 주제 ‘분청, 산수를 담다’에서는 옹기와 분청 기법을 결합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대형 옹기 표면에 사물놀이 가락에 맞춰 화장토와 산화철을 흩뿌리는 <분청 퍼포먼스>로 해외에도 이름을 널리 알린 이강효 작가의 산수 기형에는 산, 바람, 물이 펼쳐져 있다.

고대 암각화나 선사 유물에서 보이는 문양을 탐구하는 화가인 김혜련은 도자기에 표현된 회화적 필치를 대형 캔버스에 먹으로 담아냈다.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작품에 대해 김혜련 작가는 “우리 고대 문양을 연구하며 한국 미술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잠재력과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신수목(神樹木)’ 2023년, 궁중채화서울랩. 견, 모시, 밀랍, 나무, 명주실 | 류시화

마지막 세 번째에서는 100여 년간 단절된 우리의 채화를 세상에 알린 장인이자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보유자 황수로 선생과 궁중채화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궁중채화서울랩이 ‘채화, 꽃을 피우다’라는 주제로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꽃의 향연을 펼친다.

‘홍벽도화준’의 세부. 2022년, 황수로. 견, 모시, 송홧가루, 홍화염색, 연잎염색, 밀랍, 나무, 명주실 | 류시화

궁중채화서울랩은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이수자이자 한국궁중꽃박물관 최성우 관장이 궁중채화의 깊은 연구를 위해 만든 연구소이다. 총괄을 맡은 최성우 관장은 채화에 대해 “자연물인 꽃을 모방하려는 목적이 아닌, 과거 왕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만들라 명해 제작된 것으로 자연의 질서를 지키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다”라며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채화의 의미를 알린다.

이번 전시에 대해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공예 다이얼로그> 특별전은 우리 전통 공예기법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라며 “시민들에게는 전통과 현대가 만난 뛰어난 작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서울을 방문하는 해외 전문가들에게는 우리 공예의 우수성을 알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공예를 다양한 기법으로 풀이한 이번 전시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9월 8일부터 11월 12일까지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