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보름째…정부 “오늘부터 처분 통지·고발도 검토”

황효정
2024년 03월 5일 오후 6:38 업데이트: 2024년 03월 5일 오후 8:39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보름째 계속되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삭발식을 여는 등 의사들의 반발이 악화일로를 걷는 형국이다.

병원 현장점검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등 행정·사법 처리를 오늘(5일) 착수했다. 검찰 또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원칙 대응의 입장을 거듭 소명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전공의 처벌 강행 방침에 반발하며 공동 성명, 사직, 삭발식 등을 단행하고 있다. 의대 강의와 함께 병원 진료를 겸하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진료도 거부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캠퍼스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뜻으로 삭발식을 단행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연세대, 고려대 등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경고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대 교수들마저도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공의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임의들의 병원 현장 이탈도 가속하는 추세다.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현재) 전임의의 절반 정도만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현장에 남은 의료진과 환자의 고통은 설상가상으로 악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협 지도부 등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상록수를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같은 날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 이날부터 바로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비상대응반장은 “어제(4일) 전공의 수 기준 상위 5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명령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전공의 규모가 7000명을 넘는다”며 “이분들을 대상으로 행정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우선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 중 나머지 50곳에 대해서도 추가로 현장을 점검하고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즉시 해당 전공의의 면허 정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단체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는 그간 의사의 반대에 가로막혀 개혁을 이룰 수 없었던 과거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굳어진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박 차관은 “오늘까지 현장 점검하는 총 100개 병원을 제외한 남은 수련병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또 현장 점검을 한다. 전공의들의 주동 세력을 중심으로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원칙 대응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의료를 포기할 수 없고, 그런 것에 대비해 의료법은 관련 규정과 절차를 모두 구비해 놓고 있다”며 “(의료인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의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양에 가면 ‘착한 사마리아인 병원’이라는 병원 이름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총괄조정관(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상황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9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