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빠진 中 지방정부, 인력 감축 단행…공안 조직은 제외

강우찬
2024년 01월 27일 오전 10:11 업데이트: 2024년 01월 27일 오후 2:18

샤먼시 조직개편안 SNS 유출…“주민 통제는 되레 강화”

중국 지방정부의 조직 개편안에서 공안 부서만 제외돼 눈길을 끈다. 재정난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보이지만 군중 통제 부서는 제외해 ‘중국 특색’을 드러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방정부에 한정된 개편안이기는 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나타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 등에 최근 유출된 남동부 푸젠성 샤먼시의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지역 공산당과 정부기관 정원 감축 방안을 골자로 담고 있다. 다만, 공안기관은 기존 인력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샤먼시 시급(市級) 기구개혁 실시방안’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최상단에 ‘중국 공산당 샤먼시 위원회 판공청 문건’이라고 크고 붉은 글씨로 발행처를 표시했다.

이 문건에 담긴 개편안에 따르면 조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당·정 기관 정원을 총 3% 감축하되 공안부·사법부·해사법원 근무자는 줄이지 않기로 했다.

또한 감축 후 ‘소수의 과잉 인력’은 자연 감소 등의 방법을 통해 5년 이내에 해결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추가 감축을 시사했다.

문건에서 밝힌 감축 이유는 “정원 초과”다. 그동안 인력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근무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샤먼시 시급(市級) 기구개혁 실시방안’. | 인터넷 이미지

이번 조치는 중앙정부 차원의 인력 감축안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중국 공산당은 중앙정부 인원을 5%씩 일괄 감축하는, 이른바 ‘당과 국가 기관 개혁 방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공산당은 수십 년 동안 조직개편을 지속했지만 조직이 점점 더 비대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력 감축의 주된 이유는 재정난이다. 중국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3년간 극단적인 봉쇄 정책으로 경제가 침체했고, 2022년 말 봉쇄를 끝내고 경제활동을 재개했지만 경제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지방에서는 재정난으로 공무원의 수당 삭감 소식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 열린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진핑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축 기조와 반대로 공무원 채용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중국 관영 중국신문망의 지난해 10월 25일 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올해 국가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는 3만 96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00명, 약 6.7% 증가했다.

심각한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지만, 신규 채용 인력 상당수가 세무, 세관, 철도공안, 출입국 국경 수비대 등에 배치됐다는 점에서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평론가 왕허(王赫)는 에포크타임스에 “세관, 세무, 공안, 국경 수비대 분야에서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이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민중의 재물을 수탈하는 부서를 강화한다는 신호”라고 했다.

호주 시드니공대의 중국학자 펑충이(馮崇義) 교수는 “2024년에 중국 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없으며 대중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펑 교수는 “경제 전체가 급격히 쇠퇴하면서 중국 국민, 특히 젊은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 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불만이 폭발할 것”며 경제 회복 지연이 길어질수록 정부와 주민 간 충돌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