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권 전면에 내세운 ‘제1회 리버티 국제영화제’ 개막

이윤정
2021년 11월 23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24일

50개국 360편 출품…11월 27일까지 온라인 무료 상영
홍콩 민주화 운동·미얀마 젊은이들 저항 담은 영화 등 수상

11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특별한 영화제’가 열렸다. 자유(Liberty)와 인권(Human Rights)을 주제로 하는 국제영화제, 제1회 리버티 국제영화제(LIMF : Liberty International Movie Festival)이다.

리버티 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시민 참여형’ 국제영화제라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국내 대부분 영화제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지원 받는다. 반면 리버티 국제영화제는 평범한 시민들이 1만원, 2만원씩 낸 소액 성금으로 시작됐다. 주최 측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영화제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영화제 고유의 개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김덕영 감독. 6·25 전쟁후 북한에서 동유럽으로 보내진 1만 명의 전쟁고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일성의 아이들’을 연출해 로마국제무비어워즈(Rome International Movie Awards)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 16개국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같은 제목의 책도 출판됐다.

자유와 인권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제 개최는 김덕영 감독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50여명의 발기인, 후원회원을 모아 영화제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시민 성금을 모아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는 목표를 세운 김덕영 감독은 시민들이 소액 후원금을 한푼 두푼 모으고, 직접 발품을 팔아 전세계 신진 작가와 감독으로부터 출품작을 받았다. 그렇게 50개국에서 360여 편의 작품이 모였다.

제1회 리버티 국제영화제를 만든 김덕영 감독(가운데).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김 감독은 “세상이 외면했지만, 평범하고 소박한 개인들이 외치는 소중한 진실의 목소리들을 받아 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의 역할을 다했다고 믿는다. 이 세상 어느 한구석에 이런 영화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이 결국 현실이 됐다”며 감회를 밝혔다.

이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이라는 소재를 담은 영화들을 더욱 많이 발굴하고 전 세계가 갈등과 대립보다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테크놀로지와 경제가 발전하는 첨단 사회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자유와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이 영화제를 만들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

발기인 대표 자격으로 연단에 오른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는 “자유는 외부의 억압이나 간섭 없이 개인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천부인권으로서 어떤 정치 권력도 박탈할 수 없다. 리버티국제영화제는 자유를 지워버리려는 세력에 맞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적 같은 영화제”라며 행사 의의를 밝혔다.

개회식에는 해외 저명 인권활동가의 축하 영상도 답지했다. 재미 북한인권활동가 수잔 솔티(Suzanne Scolte)는 “오늘날 북한뿐만 아니라 인권 신장을 위해 우리가 가진 자유의 힘을 발휘해야 하는 곳들이 많다. 자유가 억압받고 인권이 유린되는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잔 숄티[좌]와 가와사키 에이코 북한인권운동가[우]가 영상으로 축사를 하고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북송(北送) 재일교포의 북한 탈출기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의 저자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는 영상 메시지에서 북한인권운동가는 “나는 일본에서 재일동포 2세로 태어나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가 아무런 권리나 자유도 없는 공포의 시간을 43년이나 보냈다.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가와사키는 1960년대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가 2000년대 탈북해 김정은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리버티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을 꿰뚫는 키워드는 자유와 인권이다. 비록 아마추어의 시선과 손길로 거칠게 만들어졌지만, ‘사실성’ 만큼은 뛰어나다. 중국 당국의 압제에 맞서 홍콩 시민들이 벌인 3년여의 민주화 투쟁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멕시코에서 정치적 박해 속에 시민 7만여 명 실종 사건 기록,  코로나 19 사태가 인도의 빈민계층들에게 끼친 영향을 담담히 기록한 단편영화 등이다.

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은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The Purple Thanaka of the Angels)’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 젊은 세대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다룬 작품이다. ‘타나카’는 자외선 차단제가 없어 미얀마 서민들이 얼굴에 바르는 천연 성분으로 미얀마 서민들의 저항 정신을 상징한다.

본선 경쟁작 선정 후 김덕영 감독은 한통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발신인은 ‘천사들의 보라빛 타나카’를 연출한 보릿 야닉(Borit Yannik).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평범한 프랑스인이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버마의 청년들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작품 속에는 사실 제 아들이 등장합니다. 24살 된 젊은 아이인데, 벌써 몇 달째 거리에 나가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버마의 민주주의를 올바로 세우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미얀마 여성과 결혼해서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려오던 보릿 야닉 감독은 군부 쿠데타 발발 후 가정이 완전히 파괴됐다. 미얀마인 장인은 반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체포됐고, 아내 역시 체포 당할 것이 두려워 어디론가 도망친 상태였다. 아들까지 시위에 나가 몇 달째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보릿 야닉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고 촬영한 영상들이 모여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됐다.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 포스터[좌] |주최 측 제공, 상을 받기 위해 미얀마에서 온 사람들[우]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김 감독은 “리버티 영화제가 추구하는 목표가 있기에 영화의 영상미나 상업성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화면이 좀 거칠고 완성도가 좀 떨어져도 영화에 담긴 스피릿(정신)이 무엇인지를 가장 비중 있게 평가했다”며 수상작 선정기준을 밝혔다.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한 ‘홍콩 본색(Black Bauhinia, 香港本色)’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기록했다. 작품에는 홍콩 행정 당국의 강압적 통제에 맞서는 홍콩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담겼다.

연출을 맡은 말테 필립 케딩 (Malte Philipp Kaeding) 감독은 현재 영국 서리대학(University of Surrey) 부교수다. 국제정치학자이자 홍콩학회(the Hong Kong Studies Association)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홍콩 본색’의 감독, 작가, 연출자 1인 3역을 맡았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민주를 위한 한국인들의 용감한 투쟁 속 희생과 성취는 홍콩을 응원하는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격려이자 귀감이 됐다. 어둠이 끝나면 다시 빛이 올 것”이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영화제는 영화감독의 꿈을 지닌 채 성장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학생 부문(Student)’을 별도로 선정했다.

우즈베키스탄 길거리 아이들의 소박한 행복과 우정을 담은 단편영화 ‘신호등(Traffic Lights)’을 만든 이슬롬 루스 탐(Islom Rustam o’g’li Riskulov), ‘승리자(Winner)’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슬로바키아 출신 사무엘 초 반(Samuel Chovan) 감독 등 20대 무명 감독들을 발굴한 것은 이번 영화제의 소중한 성과라고 김덕영 감독은 자평했다.

우즈베키스탄 길거리 아이들의 소박한 우정과 희망을 아름답게 담아낸 단편영화 ‘신호등(Traffic Lights)’ | 주최 측 제공

학생 단편 영화 부문에는 82편, 학생 단편 영화 감독 부문에는 78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제1회 리버티 국제영화제 수상 작품 20편은 오는 27일까지 공식 홈페이지 (https://www.libertymoviefestival.com)와 유튜브 계정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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