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유산을 회복하려면…성경과 서구문화

제프 미니크 (Jeff Minick)
2023년 11월 10일 오후 1:48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8

서양 문명의 기둥인 성경
현대인 중 성경을 생소하게 느끼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

한 종교 신앙의 최고 법전이 되는 책을 일컫는 말인 성경은 기독교의 신ㆍ구약 성서, 유교의 사서오경, 불교의 팔만대장경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기독교는 세계적으로 신자 수가 가장 많은 종교로 매년 약 1억 권의 기독교 성경(이하 성경)이 인쇄된다. 그중 약 2천만 권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첫 번째 성경 수업’(1861), 엘 프랑코, 보스턴 공립 도서관 | 공개 도메인

그러나 미국에서는 ‘성경 문맹’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성인 12%는 ‘잔 다르크가 노아의 아내였다’고 잘못 알고 있다. 또한 60%는 모세가 신으로부터 받은 10가지 계율을 뜻하는 ‘십계명’ 중 절반 이상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잊힌 유산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1846), 레오 폰 클렌체.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그리스의 아테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은 서양 문명의 주축이 되는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아테네는 민주주의와 서양 철학의 발상지였고,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 유산의 어머니와 같은 곳이다. 미국 독립 선언서의 기초자이자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 4대 대통령이자 미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과 같은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두 고전과 성경에 정통했다. 이러한 문명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그들의 사상과 정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그 이후 에이브러햄 링컨, 루스벨트, 미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와 같은 지도자들도 성경과 고전에 능했고 다윗 왕, 유다 등에 대한 설화를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성경의 구절을 차용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성경의 구절과 친숙했기에 지도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파악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유대감은 거의 사라졌다. 교회와 국가의 분리 원칙, 다문화주의에 대한 강조, 미국의 예술과 문화가 ‘성경 흠집 내기’를 위해 벌인 긴 선전전으로 인해 우리 문명의 근간이자 법과 역사, 예술, 도덕규범의 기반이 된 성경의 중요성이 퇴색했다.

모세와 미켈란젤로

‘십계명을 가지고 내려오는 모세’(1662), 페르디난드 볼.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1990년대 미 캐롤라이나주에서 한 무신론자가 법원에 설치되어 있는 ‘십계명’ 현판을 철거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그는 그 현판이 신을 기리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십계명과 신약 성경의 일부 내용은 법과 정부에 대한 이해의 기초로 작용한다.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는 항목은 법체계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와 가난한 이를 돕는 것 등의 내용은 신약 성경에서 기반한 것으로 우리의 행동과 정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식민지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미국인들은 사회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성경의 이야기와 속담, 교훈을 인용하기도 했다. 식민지 시대 당시 노예들은 성경 속 모세를 영웅으로 삼고 성경 구절을 차용한 노래를 지어 불렀고, 남북전쟁 당시 작곡가들 또한 성경 구절을 사용해 노래를 만들었다.

미술과 문학계에서도 성경은 순기능을 발휘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단테의 ‘신곡’, T.S. 엘리엇의 ‘동방박사의 여행’ 등 다양한 걸작들은 성경에서 유래해 지금까지도 남아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성경에 대한 이해

‘독서하는 소녀’(1858), 다니엘 헌팅턴 | 공개 도메인

모든 문화와 지식은 고전과 전통에서 유래한다. 또한 신성에 대한 존경에서 도덕성과 지혜가 발생한다.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된 고전과 전통, 그리고 성경에 대한 이해를 실천한다면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많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제프 미니크는 20년 동안 로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역사와 문학, 라틴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두 권의 소설과 논픽션 작품을 집필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