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은 금전, 이념으로 포섭한 ‘대리인’으로 세계 좌지우지”

그랜트 뉴스햄 안보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

최창근
2024년 01월 16일 오전 10:1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전 11:22

오늘날 중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무제한 전쟁, 즉 초한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서 실체를 알 수 없는 전쟁이기에 더욱 가공할 위력이 있다고도 하겠습니다. 정치전, 경제전, 인지전이 대표적입니다. 에포크타임스는 중국의 글로벌 팽창 전략의 실체와 중국이 전개하는 유무형 전쟁의 실체를 조망하는 연속 인터뷰를 마련하였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는 그랜트 뉴스햄 안보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중국몽(中國夢)’을 주창하며 과거 중화제국(中華帝國)하 조공(朝貢)질서로 아시아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비 증강도 괄목할 만하다. 미국 군부에서는 “중국 해군은 미국 해군을 이미 양적으로는 압도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1982년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이던 류화칭(劉華淸) 제독이 제시한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 전략은 실현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은 제1도련선에 속하는 대만에 대한 침략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만은 중국이 주장하는 국토 완정(國土完整)의 마지막 퍼즐이다.

나아가 전략적 요충지인 한국도 속국화하여 서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에 영향력을 투사하여 궁긍적으로 종속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 경고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정치전, 경제전, 인지전 등을 전개하여 친중화를 도모한다. 한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 와해도 추구한다. 이러한 중국을 두고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등은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의 행태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속에서 중국 팽창주의의 본질, 현실, 한국이 취해야 할 대책을 제언하는 안보 전문가의 조언이 눈길을 끈다.  그랜트 뉴스햄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랜트 뉴스햄 박사(JD. Grant Newsham)는 미국 안보정책센터(Center for Security Policy) 선임연구위원이다. 일리노이주 프린시피아대(Principia College)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LA)에서 법무 박사(JD)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해병대 정보장교로서 현역 시절 미국 해병대-일본 육상자위대 연락장교, 주일본 미국대사관 해군무관으로 근무했다. 해병대 대령 예편 후 외교관으로서 아시아 각국에서 근무했다. 현장 경험과 실무 능력을 겸비한 전문가로서 중국의 정치전,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워싱턴 D.C 소재 외교안보 싱크탱크 요크타운연구소(Yorktown Institute), 도쿄 일본전략연구포럼(Japan Forum for Strategic Studies·JFSS)에 적을 두고 있으며 타이베이에 체류하며 대만의 방위력 실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중국이 공격할 때: 미국에 대한 경고(When China Attacks: A Warning to America)’가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쟁취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대상”이라며 중국, 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의 침투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랜트 뉴스햄 박사와의 대담은 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뤄졌다.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하여 아시아에서 팽창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영향력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중국은 아시아 각지에서 종합이고 체계적으로 정치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죠. 엄연한 ‘공해(公海)’임에도 중국 어선, 해상 민병, 해경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심각한 문제이자 당사국에는 실존 위협입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도 피해를 입고 있죠. 태평양 도서(島嶼)국들은 자국의 자원을 중국에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필리핀도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자국(自國) 영토·영해 주권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구체적 사례를 든 뉴스햄 박사는 “중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단순 영토 확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국가’를 대상으로 정치전·경제전을 수단으로 압박합니다. 호주가 좋은 사례입니다. 중국에 저항하자 호주산 석탄, 철광석 금수(禁輸) 조치를 취했습니다. 필리핀산 바나나와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 금지, 대(對)일본 희토류 수출 금지도 유사 사례입니다.”

그는 한국도 중국의 경제 보복의 실체를 잘 이해할 것이라며 주한미군 사드 배치 후 시행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들었다. “중국은 단체 관광객 한국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자국 소재 한국 기업에도 보복했고요. 롯데가 대표적인 희생양입니다.” 그는 ‘대리전(proxy warfare)’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제시한 열도선(도련선). 도련선은 1980년대 인민해방군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화칭 제독이 제시한 개념으로, 궁극적으로 하와이 제도 서쪽의 서태평양 지역을 중국의 영향력 하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 연합뉴스.

대리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요?

“대리전은 중국의 대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전·이념 등 다양한 유인(誘因)으로 중국의 영향력하에 있는 인사를 동원하여 은밀하고 교묘하게 전개하는 전술입니다. 그중 정치인은 중국의 영향력에 취약하죠.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국가 일부 정치인은 중국의 영향력하에서 중국의 이해에 부합는 역할을 수행하는 대리전의 도구가 됐습니다.” 정치 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치인이 중국의 유혹에 취약하다고 강조한 뉴스햄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정계뿐만 아니라 경제계, 학계 엘리트를 매수·설득·회유하여 중국의 국익을 대변하게 하는 ‘얼굴 마담’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 정치전은 인간의 사고 영역까지 미친다고도 했다. “인간의 심리와 사고를 조작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인지전’이라는 일종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을 비롯한 공산당은 선전선동에 능하고 매체을 활용하는 데 익숙합니다.

“중국은 정치전, 인지전을 전개함에 있어 체계적이고 영리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외국 언론인과 밀접한 ‘관계(關係)’ 구축도 그 일환입니다. 외국 기자를 중국에 초청하여 호화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촌지(寸志)나 뇌물을 공여하기도 하고요. 인력·자금이 충분하지 않는 영세 언론사에는 업무용 컴퓨터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언론과 관계 구축 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정리하자면 중국은 압력만 행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하는 종합 전술을 펼치고 있습니다.” 뉴스햄 박사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구사하는 중국의 사례는 한국에도 중대한 시사점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이라 봅니다. 이념이 중국과 일치하는 정치인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특정 정부가 집권했을 때, 해당 정부가 친북·친중·반미 성향을 보일 경우 궁극적으로 중국 국익에 부합했습니다. 특정 국가 국가원수나 행정수반이 중국의 정책 혹은 이념과 일치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여 자유민주주의에 의구심을 품은 정치인이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는 것은 미국에는 적대한다는 의미입니다.”

호주와 중국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 getty image.

중국은 인민해방군은 해군이 제시한 제1도련선상에 자리한 대만에 이어 한국의 종속화도 추구합니다.

“적절한 지적입니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한국도 자국 편에 서게 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는 것도 마다치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목표라고도 하겠습니다.” 뉴스햄 박사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하는 주요 방법도 ‘대리전’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른바 ‘친중파’로 분류되는 인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친중 성향 인사가 수적으로 적어도 한 사회 엘리트 계층에 속한다는 점입니다. 다수 국민은 원치 않아도 한 국가를 친중 성향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경향이 농후합니다.”

중국이 한국을 속국(屬國)화하려는 근본 의도는 무엇인가요.

“중국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려는 동맹 혹은 연맹을 분쇄하려는 것입니다. 한미동맹 와해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뉴스햄 박사는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에 비유하는 북한은 ‘유용한 도구’라고 정의했다. “중국은 북한의 유용성을 인지하고 있고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이용하여 한국, 미국,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죠.” 국제 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을 멈추지 않는 한 원인도 중국에 있다고 했다. “중국은 북한 체제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핵무기, 미사일 개발 포기도 바라지 않고요.” 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짚었다. 중국도 전략적 요충지 한반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영향력 투사를 한다는 의미다.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요.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있어 한반도는 하나의 장애물입니다. 동시에 미국의 아시아 진출 교두보입니다. 한국이 미중 양국 중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동아시아 역내(域內) 역학 면에서 ‘균형추’ 내지는 ‘보완재’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바로 한반도입니다.” 뉴스햄 박사는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수호 면에서도 한국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입니다.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민주주의 수호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요.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포탄 지원 등이 실례입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을 적대시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주제의 대담은 ‘또 다른 화약고’ 대만해협 문제로 이어졌다. 대만(중화민국)은 아시아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있어 핵심 지역이다. 미국이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도 부르는 대만은 지리적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선의 중심에 자리한다. 다만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와 동시 이뤄진 단교 조치로 대만과 미국은 공식 외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대만)미상호방위조약’도 폐기됐고 미군도 철수했다. 1979년 4월 제정된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aiwan Relations Act)’이 존재하지만 미국 ‘국내법’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법에는 대만해협 평화 유지, 대만에 대한 방어용 무기 판매 등을 명시했다.

대만관계법 존재하지만 미국과 대만 간에는 공식 외교관계도 상호방위조약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만해협 유사시 미국의 개입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뉴스햄 박사는 “대만관계법 제정 의도와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설명을 계속했다. “대만관계법은 ‘미국에서 어떠한 행정부가 집권해도 대만해협 유사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평화 유지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입니다. 대만의 자유를 보장하고 중국에 점령되지 않게 하는 것이죠.” 그는 대만관계법의 실효성에 대해서 다수 사람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만해협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고 그 시기 미국 행정부가 대만관계법에 명시된 대로 책임을 이행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거나 핑계를 대며 법 조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만관계법도 하나의 문서에 불과하니까요. 관건은 대만해협 분쟁 발생 시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가 대만의 자유와 평화 보장을 행동으로 옮길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라고 봅니다.”

중국의 첨예한 관심사 중 하나인 ‘미군 대만 주둔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미재대만협회(美國在臺協會·AIT) 주타이베이사무처 청사 경비를 위해 미국 해병대 병력이 파견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공식 수교국 대사관·총영사관 경비도 해병대가 담당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일은 아닙니다. 국교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요. 외신 보도대로 소수의 군사고문단이 주둔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가가 파견되어 자문 역할을 하고 있죠.”

미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사무처 청사. 1979년 1월 대만-미국 단교 후 1979년 4월 제정된 ‘대만관계법(TRA)’에 의거하여 설치한 미국의 비공식외교기구이다. 실질적인 대사관 역할을 수행하며, 청사 경비도 미국 해병대가 수행한다. | AIT.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지구촌 두 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두 곳에 대한 지원·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개입할 역량이 있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쉬운 상황은 아니겠죠. 그럼에도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충분히 지원할 수 있으리라 판단합니다. 가능하다면 사전에 대만의 방위력을 보강해 두는 것이 좋겠죠.”

미국의 대외 전략은 크게 윈윈(win-win) 전략과 윈홀드윈(win-hold-win)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두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전쟁에 동시 개입하여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후자는 수정된 전략으로, 어느 한쪽에서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동안 다른 한쪽의 전쟁은 억제한 후 다시 병력을 이동시켜 양쪽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전략이다.

미국이 전 세계 두 군데 이상 전쟁에서 동시 개입하여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의미인가요?

“미국이 지구촌 두 군데 이상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전 세계에는 미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다수고요. 미국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면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팽창을 저지해야겠다고 판단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죠.” 이 대목에서 뉴해섬 박사는 중요한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냉전 종식 후 한동안 미국은 경쟁자 없는 최강자로 군림해 왔습니다. 이제는 또 다른 강국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했고요. 중국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른바 ‘고약한 정권(nasty regimes)’이라 칭하는 북한, 러시아,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 연대하여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형국이죠. 미국에 동맹국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신(精神)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손을 잡고 위협에 대처해야 합니다. 미국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랜트 뉴스햄 박사는 일본과 인연이 깊다. 미국 해병대 연락장교, 주일본 미국대사관 해군무관으로 근무했고, 모건 스탠리, 모토롤라 등 다국적 기업의 일본 법인 임원으로 일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가 행진을 벌이는 대만군 기갑부대 장병. 중국은 대만에 대한 침략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대만해협 유사 사태는 한반도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 연합뉴스.

일본이 방위 예산을 종전 국내총생산(GDP)1% 수준에서 2%로 상향하고 있습니다. 주변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합니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 군비 경쟁의 방아쇠(trigger)’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관점에서 일본은 전혀 위협이 되는 국가가 아닙니다. 일본 자위대의 조직, 훈련 수준, 장비 등을 종합해서 내린 결론입니다. 역내(域內)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일본 방위 예산 증가에 우려의 시각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주지할 점은 이른바 ‘1% 룰’에 묶여 일본은 지난 60년 동안 타국 대비 적은 방위 예산을 사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2배로 늘려 GDP의 2% 정도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인데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절대액이 크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

뉴스햄 박사는 전후(戰後) 일본은 구(舊) 일본제국과 전혀 다른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다는 의미다. “패전 후 일본은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지난 일본 역사를 거론하며) 군국주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일본 내에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자.’ 등의 주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과거의 일본과 현재의 일본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점치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다시금 제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단언컨대 어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의 미군 철수 요청이 있으면 가능하겠죠. 트럼프이든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의 문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전략적 유연성 문제로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 차출이 발생하고 한국은 분쟁에 자동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진정한 국익(國益)이 무엇 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북한, 중국 등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국가를 지켜 나가는 것일 겁니다. 대만해협 분쟁 발생 시 ‘주한미군 역할론’ 관련해서도 미군 차출 등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대만해협 문제를 한국과 상관없는 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만이 공격당한 것은 사실상 한국도 공격당한 것입니다. 경제·무역 면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한국의 주요 수출입 항로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고요. 유사시 주한미군 대만 파병은 당연한 일이라 봅니다. 미국이 대만 자유를 옹호하기 위하여 싸운다는 것은 한국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야권 일부에서는 자동 개입을 우려합니다. 대만해협 유사시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언급한 일부 야권 인사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입니다. 친중, 친북 그리고 반미 성향 정치인입니다. 이들은 중국과 이해관계가 닿아있죠. 그들이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다행인 점은 일부 인사가 그런 주장을 해도 다수 한국인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주체사상파(主體思想派)’로 불리는 일부 인사는 강력한 친북, 친중, 반미 성향을 보이며 한국을 중국에 종속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햄 박사는 다음을 조언했다. “특정 인물이 특정 주장만 한다면, 반드시 화자(話者)의 신념 혹은 이념, 금전 관계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중국 등 전체주의 국가의 보이지 않는 침략에 노출된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 나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조언해 준다면요.

“한국은 맨주먹으로 많은 것을 이룬 나라입니다. 해방 후 6·25전쟁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 살상이 있었습니다. 국토는 폐허가 됐고요. 이를 극복하고 오늘날 한국은 세계 질서 유지에 이바지하는 부강(富强)한 나라가 됐습니다.” 한국의 발전상을 평가한 뉴스햄 박사는 발전 원동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자유(自由)’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점입니다. 자유는 쟁취하고 지켜나가야하는 존재라는 점을 한국인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둘째 제2차 세계대전 후 초강대국으로서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미국의 역할을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神)’의 존재, 신의 섭리(攝理)를 알고 있으며 신을 통해서만 정의(正義)를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뉴스햄 박사는 다음을 조언했다. “자유는 노력과 희생으로 끈질기게 지켜 나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동시에 우리를 속이고자 하는 사람은 늘 존재합니다. 속임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인에게 존경과 우의의 뜻을 표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이 폐허 속에서 단기간에 이룬 눈부신 성과에 경의(敬意)를 표합니다. 한국이 우리의 친구이고 동맹인 것을 기쁘게 생가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한번 잃으면 되찾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굳건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