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행로’…인류 문명의 진화과정을 5단계로 그린 역작

[시리즈 칼럼] 고전회화는 사람의 내면에 무엇을 남기는가
에릭 베스
2020년 12월 24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24일

토마스 콜은 19세기 미국 화가로 웅장하고 장엄한 풍경 묘사로 유명했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기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그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정열이 펼쳐진 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젊은 시절 콜은 뉴욕주 캣츠킬 산맥의 아름답고 광활한 평원과 사랑에 빠졌고 후에 그곳에 스튜디오를 세웠다. 캣츠킬은 그의 많은 작품에 영감을 줬다.

이 시기에 콜은 그 지역에서 개인 미술 갤러리를 열어 성공한 상인 루만 리드를 만났다. 콜의 후원자가 된 리드는 그에게 인류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을 의뢰했는데, 이로 인해 ‘제국의 행로’라고 불리는 다섯 점의 거대한 연작이 탄생하게 됐다.

당시 콜은 리드에게 보낸 편지에 그의 연작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썼다.

“인류의 전형과 자연경관의 역사를 보여주는 일련의 그림들이 그려질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야만의 상태에서 문명과 사치, 사악한 상태 또는 파괴 상태, 그리고 파멸과 황폐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영향에 의한 자연 풍경의 변화를 보여주게 될 겁니다.”

“제 주제에 대한 철학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도출된 것입니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국가가 야만적인 상태에서 권력과 영광의 상태로 부상했다가 몰락하고 소멸하게 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콜은 이 시리즈가 예술가의 ‘사명’이나 ‘목적’을 구체화했다고 생각했다.

“저는 많은 주제에 대해 숙고해 왔고, 캔버스에 그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을 고대해 왔습니다. 그것들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주제입니다. 예술가의 의무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사명은 위대하고 진지한 것입니다. 그들의 작품은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하고 진실을 외치는 힘이 없는, 단순히 사물을 모방하는 죽은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국의 행로

시리즈 ‘제국의 행로’는 인류문명 진화과정을 다섯 단계로 묘사한 작품이다.

토마스 콜(Thomas Cole)의 연작 ‘제국의 행로’ 중 ‘야만의 상태’ 1834년, 뉴욕 역사협회 박물관 | Public Domain

제국의 첫 단계는 원시 국가다. ‘야만의 상태’는 자연을 지배적인 힘으로 묘사한 풍경화다. 나뭇잎이 끊임없이 번성하는 땅 위에 하늘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환경의 거대함에 의해 매우 왜소해 보이며, 사냥을 위해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한다.

토마스 콜(Thomas Cole)의 연작 ‘제국의 행로’ 중 ‘아카디아 혹은 목가적 상태’ 1834년, 뉴욕 역사협회 박물관 | Public Domain

제국의 두 번째 단계는 일부 문명의 출현이다. 콜은 ‘아카디아 혹은 목가적 상태’에서 ‘야만의 상태’보다 조직과 질서를 나타내는 풍경을 더 많이 그려 넣었다.

이곳의 인물들은 자연에 의해 지배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살며 춤추고, 물고기를 잡고, 가축을 키운다. 배경에는 사원도 보인다. 이것은 그들이 예배하며 신앙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하늘은 ‘야만의 상태’보다 더 맑다.

토마스 콜(Thomas Cole)의 연작 ‘제국의 행로’ 중 ‘제국의 완성’ 1835-1836년, 뉴욕 역사협회 박물관 | Public Domain

콜의 ‘제국의 완성’에서 볼 수 있듯이, 세 번째 단계는 문명의 정점이다. 콜은 이 작품에서 자연 묘사를 거의 뺐다. 인류는 자연을 지배했고 문명의 화려함은 그 전성기를 보여준다.

신을 상징하는 사원과 동상, 화려한 복장과 장식 그리고 질서. 모든 것이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있고, 그 누구도 무엇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으며, 하늘은 맑다.

토마스 콜(Thomas Cole)의 연작 ‘제국의 행로’ 중 ‘파괴’ 1834년, 뉴욕 역사협회 박물관 | Public Domain

네 번째 단계는 혼란으로 가득 차 있다. ‘파괴’에서 콜은 혼란의 순간을 묘사했다. 격동하는 하늘은 태양 빛을 차단했고 한때 신들을 모셨을 사원은 불타고 있다. 사람들은 허둥대거나 싸우고 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한 상태로 치달았다.

작품 우측 상단에 머리가 없는 커다란 동상이 있다. 이 조각상은 마치 전쟁터에서 앞으로 돌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그의 깨진 방패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토마스 콜(Thomas Cole)의 연작 ‘제국의 행로’ 중 ‘폐허’ 1834년, 뉴욕 역사협회 박물관 | Public Domain

제국의 마지막 단계는 종말이다. ‘폐허’에서 콜은 한때 위대했던 국가의 몰락을 묘사했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물질적 위안은 모두 사라졌고, 달은 국가의 파멸을 비추고 있다.

파괴를 피해서

미국사회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됨에 따라 수면 아래에서는 눈에 띄는 불안이 일고 있다. 미국은 콜이 묘사한 ‘파괴’ 단계에 위험할 정도로 근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물어보고 싶다. 위대한 미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제국의 완성’의 진리와 아름다움을 미래로 확장하고 유지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콜의 ‘파괴’ 단계를 자세히 살펴보자. 그 특성은 무엇인가? 또한 필자는 콜이 제시한 인류의 초기 묘사 중 어떤 주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더 살펴보려고 한다.

‘파괴’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태양이 구름에 의해 가려졌다. 둘째, 사원이 불타고 있다. 그리고 셋째, 머리 없는 동상이 앞을 향해 내달리는데 그의 방패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태양은 어둠을 비추는 존재다. 즉, 태양은 지혜의 상징이다. 작품 속에서 지혜는 불타는 사원에서 나오는 연기에 의해 차단됐다. 필자는 이곳의 사원이 제국의 신들을 모셨던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원의 파괴는 곧 지혜가 사라졌음을 암시한다.

설령 누군가는 이 건물들이 사원이 아닌, 국가 기관이나 목욕탕 또는 주거지 등이라고 주장할지라도, 역사적으로 나라의 신들은 사회의 모든 측면에 반영돼 있지 않은가.

이 건물들이 불타고 있다는 사실이 필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한때 사회 전반에 반영되고 통합되었을 ‘신성’의 상실과, 그 결과로 이어지는 신성과 관련된 지혜의 상실이다.

바로 앞 단계, ‘제국의 완성’에서 볼 수 있었던 신들의 동상은 사라졌다. 대신, 우리는 머리가 잘린 채 앞을 향해 돌진하는 동상이 그의 방패로 하늘을 가리키는 것을 볼 수 있다.

머리는 흔히 지혜와 관련이 있다. 때문에 동상에서 머리가 빠져 있다는 사실, 신들의 동상이 지금 부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제국이 신이 부여한 지혜에 대한 믿음에서 신에 대한 지혜와 믿음을 저버리는 상태로 변해버렸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형상은 앞으로 돌진하지만, 그의 방패는 자신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마치 하늘이 그의 분노를 유발하는 곳인 것처럼 그곳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머리가 없는 비이성적 상태로 하늘에 저항하고 그곳을 공격하려는 것일까? 그의 저항 또는 공격은 제국이 직면한 파괴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걸까? 이 제국의 시민들은 하늘의 명령을 잊었기 때문에 서로 싸우고 파괴하는 것일까? 하늘과 지혜에 대한 저항이나 공격이 제국의 파괴를 초래하고 결국 폐허를 불러온 것일까?

‘아카디아 혹은 목가적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살며 배경의 사원은 예배와 신앙을 암시한다. 이 요소들은 ‘제국의 완성’에서 보여 지는 풍요로움의 효시다.

제국의 존속을 유지하고 파괴를 피하려면 조화와 예배, 신앙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질문들은 어느 시점에서 모든 국가가 상실하게 되는 도덕적 토대에서 시발한 것이 아닐까?

제국의 존속과 번영의 근간인 조화와 예배, 신앙을 되살리기 위한 도덕성을 우리는 어떻게 다시 활성화할 수 있을까?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나타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은 나와 이것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과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간의 경험에 대해 무엇을 제안하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 에릭 베스(Eric Bess)는 현재 비주얼 아트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젊은 화가 겸 예술전문 기고가다. 고전회화를 중심으로 예술 작품 큐레이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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