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위협: 중국공산당의 호주 침투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⑪

최창근
2024년 02월 3일 오후 2: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전 9:46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하여 팽창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몽(中國夢)’의 감춰진 이면은 ‘중화제국(中華帝國)’ 부활, 중화 패권주의 하 세계질서 재편이라 하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지배하는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이념과 질서하에 세계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하여 새로운 전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력과 비(非)무력, 군사와 민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전의 ‘전쟁’ 개념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여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공격하고 나아가 체제 붕괴를 추구합니다. 이 속에서 국내외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에 대응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논의하였습니다.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공동으로 1월 9~11일 한반도선진화재단, 한국세계지역학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 국제 세미나의 핵심 내용을 지상(紙上) 중계합니다.

발제

은밀한 위협: 중국공산당의 호주 침투

알렉스 조스케_중국연구자, 작가

호주의 한 보안 기업에 몸담고 있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 기술 이전 활동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자랐기에 해당 주제는 생소한 주제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이 호주에서 전개한 몇 가지 활동을 고찰했다. 활동을 어떻게 조직했는지 개별 사례를 살펴보기 전에 구조적 측면에서 고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다. 이후 중국공산당이 목표로 설정한 각 부문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의 상호 작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중국 통일전선공작 기구표, 각종 정보기관 조직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 이 분야 일을 시작할 때 중국과 연결된 개인이 호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었다. 2017년경 관련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실제 영향력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지휘·통제 구조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실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주요 기관은 어디인지’ 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조직이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통일전선공작 기구표, 정보기관 조직도가 존재하지만 문제점은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당 기관들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영향력의 효과 유무를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나는 세분해서 분석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중 통일전선공작 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 차원의 핵심 기관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지역별 기관, 해외 기관, 위장 기관도 고찰한다.

‘중공중앙’이라 약칭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선전부, 통일전선공작부, 공식 정부 조직인 국무원 산하 국가안전부 등 다양한 기관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은 중국 관료제 전반에 걸쳐 관련 조직이 일관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내, 국외를 망라한다.

또 다른 특징은 중국 주요 정보기관, 통일전선공작 기구는 산하에 연구·교육기관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 출판사, 통신사, 학술지 발행 기관 등이다. 언론사, 지방 산하 조직도 해당한다. 예를 들어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산하에는 자체 훈련 기관이 있다. 출판사, 학술지, 언론사 등이 있고 형식상 통일전선공작과 무관해 보이는 기업들도 있다. 유관 언론사는 호주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 특파원을 파견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들은 사실상 스파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투사 공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시스템을 고찰해야 한다. 외국 정치인 대상 영향력 공작을 위해 통일전선공작부 인사가 직접 파견되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다양한 외부 플랫폼을 이용한다. 각종 ‘우호’ ‘협력’ 단체로 포장된 기구를 활용한다.

호주의 경우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투사 공작을 위한 다양한 행위자가 존재한다. 정치 엘리트, 정부 관계자, 연구 기관 종사자, 교육자, 이민자 집단에 고루 분포한다. 중국의 해외 이민자 중 상당수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에 관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부모 대에 해외 이주한 이들이 있다. 중국공산당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자란 사람들이다.

영어 매체, 중국어 매체는 중국공산당이 국제 무대에서 콘텐츠 관련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는 주요 수단이다. 중국과 비즈니스 관계 구축이라는 경제적 유인을 이용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해당 활동은 중국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투사에 있어 성공적이다. 매체는 중요한 요소이다.

중국공산당이 호주에서 영향력을 투사한 문제를 정치 부문에서 살펴보기 전 외국 간섭 개념을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호주에서 ‘외국 내정 간섭’ 은 정상적인 영향력이 아닌 강압적이고 은밀하게 수행하는 영향력 행사이다.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호주에서는 은밀함, 부패 요소를 수반하는 영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중국공산당 자금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처벌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왜 호주가 중국의 영향을 받는지 궁금할 수 있다. 호주는 인구 기준 2500만 명대의 중견국이다. 안보 면에서 호주는 ‘태평양안전보장조약(Australia, New Zealand, United States Security Treaty)’을 비롯하여 미국과 긴밀한 안보 동맹을 체결하고 있다. 반면 중국계 혹은 중국 혈통을 주장하는 화인(華人) 100만 명이 거주 하고 있다. 해외 중국계 커뮤니티 중 큰 규모이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동시에 받는 지역이다.

중국에 있어 호주는 중요 행위자이다. 예를 들어 대만, 태평양 제도 관련 다수 활동은 호주와 연관성이 있다. 태평양 제도 도서(島嶼)국의 엘리트들은 시드니, 브리즈번 등 호주 주요 도시에 가족을 이주시킨다. 일종의 투자 이민이다. 호주는 과시하지 않는 편이지만 실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연구기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태양광 패널 다수의 원산지는 호주이다. 이를 종합하면 호주가 왜 중국의 표적이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호주를 중국의 영향력 투사에 취약하게 하는 입법 시나리오도 있었다. 지난날 호주는 외국인의 자국 정치 관여를 제재하지 않았다. 2018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라고 해도 영주권을 취득했으면 호주 정치인에게 기부 행위가 가능했다. 미국 사례처럼 ‘외국대리인등록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요인이 복합 작용하여 호주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투사 대상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성공적인 표적이 됐다.

중국공산당은 왜 호주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일까? 중국공산당 수뇌부의 사고에서 어떤 요인들이 복합 작용하여 이러한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많은 부분은 역사와 관련 있다고 본다.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반한 민주집중식 정당 운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날의 지하 비밀 조직 건설 행태와도 무관치 않다.

중국공산당은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대외연락부가 생기기 전에 통일전선공작부, 첩보 관련 부서가 있었다. 외교 업무도 첩보, 군사 활동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간주하는 부분이다. 실제 스위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중국공산당 정부가 파견하는 공식 재외공관장(대사, 총영사, 대표)도 정통 외교관이 아닌 인민해방군 정보 장교인 경우도 다수다.

마오쩌둥이 중국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3대 법보(法寶)’ 중 하나로 통일전선공작을 꼽은 사례는 유명하다.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은 통일전선공작으로 시안사변(西安事變) 같은 승리를 쟁취했다. 시안사변은 중국공산당이 역사와 전통을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는지 보여주는 핵심 사건이다.

중국공산당은 국가 안보 영역에 있어 광의(廣義)의 접근법을 사용한다. 국가 안보 개념을 ‘위험 관리나 통제’가 아닌 ‘실제 위협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로 정의한다. 이러한 개념 정의는 중국공산당이 첩보 작전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외적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며 다수 국가에서 중국공산당의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위협 인식도 간과할 수 없다. 6·4 톈안먼(天安門) 사건이 발생한 1989년 걸프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소련이 해체된 1991년 무렵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 ‘음모론자’들은 톈안먼 사건이나 걸프전쟁 단기 승리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공작의 결과물로 해석했다. “톈안먼 사건 배후에 ‘외세’가 있다.”고 주장했던 당시 중국공산당의 반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공산당 내부 일부 인사들에게 서방 제국주의가 중국을 대상으로 장기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평화로운 진화를 통해 중국공산당 일당독재를 종식시키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고 본다.

중국공산당 정권의 대외 정책 기조는 확장주의다.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와 맥이 닿아 있다. 방어에 그치지 않고 위협 요소를 선제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공산당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외부 위협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이 맥락에서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미국 등 서방의 중국 문제 관여가 중국공산당,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중국 인민해방군, 당(黨)·정(政)·군(軍) 안보 기관 관련자들에게는 중국공산당 독재 체제 전복 공작으로 오해받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투사 공작의 전통은 오랜 연원(淵源)이 있다. 고대(古代) 병법서 중 ‘손자병법(孫子兵法)’이 있다. 중국 공산 혁명 지도자 마오쩌둥이 늘 곁에 두었던 책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그는 중일전쟁, 국공내전 당시 ‘손자병법’을 당과 군을 운영하는 지침서로 삼았다.

당(唐)대 ‘손자병법’ 주석서를 편찬한 이전(李筌)은 “적이 우리나라 정세를 살피기 위해 간첩을 보냈을 때 나는 그에게 풍성한 재물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중세 시기 중국을 비롯하여 주변국들은 이러한 교리를 연구했다. 토번(吐蕃)이라 불리던 티베트인들도 탕구트어로 ‘손자병법’을 번역했다.

부패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점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정치전과 같은 무거운 어휘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충성심’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이유는 중국 정보기관이 대리인 혹은 협력자에게 접근하고 스파이로 포섭할 때에는 복잡다단한 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의회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중국 정보기관이 표적으로 삼아 접근하고 이른바 교화(敎化)시킨 일부 인사는 실제 자신이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누구와 싸우는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달리 말하여 자신이 조국에 반역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중국공산당은 교묘하게 접근한다.

중국 정보기관의 접근은 컨설팅, 비즈니스, 학술 교류를 가장해서 이뤄질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 첩보 활동과 전혀 무관한 해당 활동은 중국공산당 영향력 투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 맥락에서 호주의 정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이주민(화인) 공동체를 고찰했다.

2017년 호주에서 샘 다스타리(Sam Dastyari)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 노동당 소속 샘 다스타리기 연방 상원의원이 중국 기업가와 부적절한 거래를 한 사실이 폭로되어 의원직을 사임한 사건이다. 헬렌 리우(Helen Liu), 조엘 피츠기번(Joel Fitzgibbon) 사건도 있다.

피츠기번은 2007~2008년 노동당 정부에서 호주 연방 정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헨렌 리우는 유명 중국계 정치 후원자였다. 1989년 톈안먼 사건 후 위장 결혼을 통해 호주에 정착하고 영주권에 이어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호주 정계에서 ‘후원’을 명목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헬렌 리우는 피츠기번을 비롯한 호주 유력 정치인의 중국 관광을 주선했다. 그는 캔버라에 있는 자택을 피츠기번에게 빌려 주고 고급 정장 등을 선물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당시만 해도 호주에는 헬렌 리우와 피츠기번의 관계가 호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우수한 탐사 보도 전문 기자들이 이 사건을 파헤쳤다. 헬렌 리우가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 인물이 아니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가 실제로 중국 군사안보기관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피츠기번은 당시 현직 국방부 장관이었다.

언론 보도에 의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주보안정보국(ASIO)은 법무부 장관을 통해 “헬렌 리우에 대한 어떠한 악의적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공개 천명했다.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호주 사회는 “헬렌 리우가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매수 공작을 진행했고 인민해방군 정보 장교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1989년 호주로 이주하여 중혼(重婚)을 통해 시민권을 취득한 한 개인이 호주 체류 기간 내내 인민해방군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헬렌 리우의 본명은 ‘류차오잉(劉超英)’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류화칭(劉華清) 전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장녀다. 류화칭 제독은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이던 1982년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 개념을 제시한 중국의 대표적인 군사 전략가이다.

호주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촉발한 사건은 최근에야 일어났다. 황샹모(黄向墨), 샘 데스티에리(Sam Dastyari) 관련 스캔들이다. 두 사람에 얽힌 사건은 호주 정부의 정책 기조 방향을 전환하고 입법 활동, 대중의 대중국 인식에 있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샘 데스티에리는 호주 정계의 떠오르는 별이었다. 호주에서 정치 자본, 즉 정치적 영향력 구축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는 정치 자금 모금 능력이다. 그 과정에서 데스티에리는 중국계 억만장자 황샹모와 인연을 맺었다. 황샹모는 호주 정계에 외국인의 정치 자금 기부가 허용되지 않던 시절 호주 시민권자도 아니었다. 그는 미스터리하고 갑작스레 호주에 발을 디뎠다.

2011~2012년 중국 내 황샹모의 사업 파트너들이 부패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이후 황샹모는 호주로 근거지를 옮겼다. 이후 통일전선공작 조직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호주 정치인과 ‘관계(關係)’를 구축했다. 전직 유력 정치인을 황샹모가 대표로 있던 기업 고문으로 채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샘 데스티에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과 관계를 공고히 했다.

황샹모는 후원자를 자청했지만 협박을 하기도 했다. 샘 데스티에리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자 약속한 40만 달러 기부금 후원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중국의 목표는 경제를 무기로 호주를 자국 영향력 내로 흡수하고 미국·호주 동맹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유력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학자, 언론인 등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중국 여행이나 고급 와인 같은 향응(饗應)을 제공해 포섭한 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같은 현안에 대해 친중 여론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협박을 받은 샘 데스티에리가 상황 해결을 위해 시도한 방법은 호주 국기, 호주 연방정부 인장을 배경으로 중국 언론인만 초청한 기자 회견을 개최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남중국해에 대한 소속 정당인 호주 노동당 정책을 반박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어떠한 일을 벌이든 기본적으로 중국 내정 문제이다.”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호주 유력 정치인의 입을 빌려 중국의 입장을 홍보하는 것이 본질이다. 황샹모의 정치 기부금은 호주 국익과 관련이 없다. 다만 정치 기부금에 매수된 정치인이 자당(自黨)의 정책, 호주 정부의 정책과 모순된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한 것이다.

당시에는 황샹모와 중국공산당 간 연결 고리가 밝혀지지 않았다. 수면 위로 떠오른 명백한 연결 고리는 통일전선공작부와의 관계였다. 황샹모는 ‘호주평화통일촉진회(濠洲中國和平統一促進會)’를 운영했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가 운영하는 중국평화통일촉진회(CCPPNR) 호주지부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다수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중국평화통일촉진회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이다.

이른바 중국의 ‘통일 촉진’ ‘통일전선공작’은 호주에서는 생소한 의제이다. 대만에서는 아주 중요한 의제이다. 황샹모는 ‘대만해협 양안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호주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도 활동했다.

2015년 황상모와 평화통일촉진회 관계자들이 대만을 방문했다. 당시 호주는 그가 하는 일의 본질을 인지하지 못했다. 호주에서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투사 공작에 대한 논의조차 없던 형편이었다.

2015년 타이베이(臺北)를 방문한 황샹모와 평화통일촉진회 관계자들은 대만 신당(新黨) 소속 정치인들을 면담했다. 신당은 1993년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에서 분당한 친중국 색채 정당이다. 리덩후이 총통 겸 국민당 주석의 본토화(대만화)노선, 대만 독립 노선에 반대하던 ‘신국민당연선(新國民黨連線)’ 소속 정치인들이 주축이 돼 창당했다.

흥미로운 점은 2015년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국민당 정부 관계자도 황샹모의 대만 내 활동에 우려를 표했다는 사실이다. 마잉주 정부도 친중국 노선을 취했다. 대만 언론 보도에 의하면 대만 모(某) 정치인은 황샹모와의 면담을 취소했다. 대만의 대중국 정책 전담 부처 행정원 대륙위원회(大陸委員會)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이는 호주 정부가 황샹모의 정체와 활동을 인지하기 훨씬 전 대만 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傍證)이다.

황샹모는 호주를 근거지로 해서 오세아니아, 남태평양 도서(島嶼)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대양주중국평화통일촉진회(The Oceanic Alliance of the Promotion of Peaceful Reunification of China)’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현재는 없어진 이 단체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투사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호주는 태평양 제도, 대만에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다.

호주에서 불법 정치자금 기부가 금지된 후 황샹모와 동료들이 다양한 유형의 대리인, 유령 기부자를 동원하여 호주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실은 호주반부패위원회(ICAC) 등 반부패 기관에 적발되었다.

해당 사례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네트워크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들은 ‘대만해협 양안 통일’이라는 난해하거나 구시대적인 대의명분을 옹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기 다른 대의명분, 이해관계를 동원하여 개인을 묶는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

통일전선공작은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와도 관련 있다. ‘천인계획(千人計劃)’이 잘 알려진 사례이다. 황샹모는 호주 대학, 연구 기관에도 마수를 뻗었다. 주(駐)호주 중국대사가 호주-중국관계연구소( Australia China Relations Institute)에서 연설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연구소는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산하 싱크탱크이다. 황샹모가 180만 달러의 기금을 출연하여 설립됐다. 연구소는 광범위한 영향력 구축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한다. 설립 후 황샹모는 연구소 이사장을 맡았다. 연구소 운영에는 전직 외교부 장관 등 호주 정부 고위직들도 참여했다.

이른바 ‘차이나 머니’의 이면에는 친(親)중국 입장을 취하거나 중국 정부를 대변하도록 하는 일종의 유인, 격려가 있다. 강압, 협박도 수반한다.

비영리 글로벌 인권기구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의 호주 사례 조사 보고서는 ‘두려움’에 초점을 맞춘다. 현장 조사에 기반한 보고서이다. 호주 대학 구성원(교수, 연구원, 학생)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는 압력의 실체를 조명했다.

대학·연구기관 관련 또 다른 중요 이슈는 기술 유출 문제이다.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8년 전세계 대학과 인민해방군의 협력 관계를 조사 결과를 소개하겠다.

호주국립대(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를 비롯한 두 개의 호주 소재 대학은 중국 군사 과학자와 협력하는 면에서 세계 상위 10위권 내에 든다. 또 다른 국립대 뉴사우스웨일스대(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를 예로 들면 인민해방군 슈퍼컴퓨터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학자 11명이 해당 대학에 박사 과정 학생, 방문 학자로 적을 두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다수 중국 군사과학자를 교육하고 있다.

매체도 중요한 분야이다. 중국의 영어 매체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어 매체이다.

토미 장(Tommy Jang)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호주에서 ‘중국어 라디오 왕’으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는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사업 관계를 구축하고 호주 지상파 방송에서 중국공산당 콘텐츠를 송출했다.

내 저서 ‘스파이와 거짓말’에서는 중국 국무원 국가안전부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정보 활동과 대외 선전 활동, 통일전선공작이 융합돼 있다는 점이다.

가오이천(高以忱)이라는 중국인의 연구 보고도 흥미롭다. 이 사람의 논문은 통찰력을 준다. 가오이천은 미국에서는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 그는 가명(假名)으로 워싱턴 D.C에서 중국공산당 관련 매체 ‘광명일보(光明日報)’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1998년경 베이징으로 귀환했고 ‘가오이천’이라는 본명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가안전부로 복직하여 제2국(국제정보국) 국장을 거쳐 부(副)부장으로 승진했다.

가오이천이 가명으로 활동하던 시절 그를 만났던 사람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가오이천은 1997년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 선거 캠프 불법 기부금 스캔들 당시 워싱턴 D.C에서 활동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관련 자금을 민주·공화 양당 선거 캠프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이천은 논문에서 “자유세계 국가는 대통령직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투사 범위는 국가 정상(대통령, 총리)뿐만 아니라 의회, 정치권 전반에 미친다는 의미이다.

가오이천의 미국 내 활동 회고가 담긴 논문의 핵심은 중국공산당 영향력 투사 공작의 핵심 사항과 일치한다. 포섭 대상자를 대상으로 호화 중국 여행 패키지를 제공한다. 비공식적 영향력 투사를 위해 중국 학자를 해외에 파견한다. 중국 대학과 해외 싱크탱크 간 교류 협정을 체결한다. 해외에서 이익단체, 로비단체, 법률회사(로펌), 평화통일촉진협의회 등 친중국공산당 조직을 이용하여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중국 성향 정치인 지역구를 직접 찾아가서 압력을 행사한다. 중국과 사업 관계가 있는 주요 기업, 기업 경영인을 찾아서 정계, 의회에 영향력 행사를 위한 행사를 주최하는 것 등이다. 해외 화인 커뮤니티에 영향력 제고를 위한 통일전선공작도 빠지지 않는다.

가오이천 등 중국 국가안전부 고위층의 활동 내역을 보면 그들이 어떻게 영향력 투사 활동을 전개하는지, 결정적으로 중국공산당의 다른 활동과 통합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국가안전부는 통일전선공작 사업뿐만 아니라 체제 선전활동, 사업 교류 등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부 제12국(사회조사국)은 각종 사회 단체 연락, 여론 조사 등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알렉스 조스케(Alex Joske)

알렉스 조스케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중국 정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중국 국가안전부 활동을 분석한 ‘스파이와 거짓말(Spies and Lies)’을 저술했다. 보안 컬설팅 기업 맥그래스니콜(McGrathNicol)에서 보안, 외국 침투 행위를 분석하고 있고 호주 연방정부 안보기관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수석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 분석 대상은 중국공산당의 호주 정계 침투이다. 호주국립대(ANU)에서 중국어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국립대만사범대에서 수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