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36만원 미만 중국인 10억명”…3년 전 조사, 中 실검 1위

정향매
2023년 12월 28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3년 12월 28일 오후 10:00

경제학자 인용 2021년 조사 결과, 中 소셜미디어 검색 1위
신문사, 하루만에 기사 삭제…중국 인터넷상엔 관련 주제 차단
“리커창 中 전 총리 ‘6억 인구 월 소득 18만원’ 발언 연상케 해”
“中 국가안전부 ‘경제 침체 토론’ 금지령 발효 결과”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소득분배연구원 2020년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월 소득 2000위안(36만원) 미만인 인구가 9억6400만 명에 달한다.”   

리쉰레이(李迅雷) 중타이(中泰)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5일 중국 경제 일간지 제일재경(第一財經)에 실린 오피니언 기사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수요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3년 전 데이터를 인용한 것이다. 

해당 내용은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데이터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중국 내 빈부 격차를 한탄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제일재경은 다음 날인 26일 해당 오피니언 기사를 삭제했다. 웨이보에서 관련 주제를 검색하면 “관련 법률, 규정 및 정책에 따라 이 주제와 관련된 콘텐츠는 차단됐다”는 설명 글만 나타난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화면 캡처 이미지, 인용문 등의 형식으로 중국 SNS상에서 확산하고 있으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리쉰레이가 인용한 데이터의 진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에포크타임스가 확인한 결과 리쉰레이가 인용한 데이터는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소득분배연구원이 지난 2020년 최초 공개한 자료다. 

2020년 6월 3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는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소득분배연구원 소속 완하이위안(萬海遠) 부원장과 멍판챵(孟凡強) 연구원이 공동 발표한 기고문에 실렸다. 해당 기고문에서 발표된 데이터는 2년 후인  2022년 4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고용소득분배소비부와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소득분배연구원이 함께 발간한 <2021년 중국 소득 분배 연례 보고서>에 그대로 실렸다. 리쉰레이는 최근 기고한 글에서 해당 데이터를 언급한 것이다. 

완 부원장과 멍 연구원에 따르면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소득분배연구원은 계층화된 선형 무작위 표본 추출 방식으로 중국인 7만 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중국인 5억4700만 명이 월 소득 1000위안(18만원) 이하였고, 1000~1090위안(18만~20만원)인 사람은 5250만 명이었다. 두 집단을 합치면 6억 명이다. 이는 중국인 6억 명이 월 소득 1090위안 미만이라는 의미다. 월 소득 1090~2000위안(20만~36만원)인 인구는 3억6400만 명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이들은 “중국인 9억6400만 명이 월 소득 2000위안 미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중국 인구(14억 명) 중 43%가 월 소득이 18만원 미만이고 69%는 36만원 미만이었으며 5000위안(91만원) 이하의 인구 비율은 95% 안팎이었다. 

중국 통계청이 사용하는 월 소득 기준은 1인당 가처분 소득 지표다. 가처분 소득은 개인 소득세와 각종 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남는 소득, 즉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의미한다. 해당 지표는 식료품, 의복, 주거, 교통 등 필수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반영하며 교육·의료·연금 부담 측면에서 가정 또는 개인의 경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완 부원장과 멍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이러한 데이터는 가장 진실한 중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했다. 그들은 “중국의 분배 구조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주도하고 있다. 인구의 상당 부분이 최저 생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부분 인구 집단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목소리를 낼 채널도 없다. 이들은 침묵하는 다수다”라고 경고했다.   

이들이 기고문을 발표하기 1개월 전인 2020년 5월 28일, 리커창 전 중국국무원 총리도 제13회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중저소득층 인구 수는 6억 명에 달하며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1000위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당시 리커창 전 총리의 발언은 중국과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같은 해 6월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소득분배연구원이 이러한 조사 결과를 기고문을 통해 공개했고 중국 당국은 이들의 조사 결과를 2021년 연례 보고서에 실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상에서 리쉰레이 오피니언 글이 차단된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시사 평론가 지평(季風)은 “‘중국 인구 6억 명이 월 소득 18만원에 불과하다’는 리커창 전 총리의 발언을 연상케 하는 글”이라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두 조카도 리쉰레이가 언급한 9억6400만 명에 속한다”고 말했다. “리쉰레이와 리커창은 모두 베이징사범대학 조사 데이터를 인용했다. 오피니언 글 차단 사건은 해당 데이터의 진실성을 방증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 장쑤성 이싱(宜興)에 거주하고 있는 시사 평론가 장젠핑(張建平)은 “사람마다 경제 침체에 대한 체감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리쉰레이가 인용한 데이터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동시에 중국의 오래된 사회 문제를 반영했다”고 했다. 

그는 “40년간의 개혁개방,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는 고속 발전 궤도에 들어섰지만 국민의 소득 증가는 국가의 경제 발전과 일치하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간쑤성 지진을 통해서도 중국에는 빈곤 인구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경제 발전과 소득 분배 분야에서 정부가 큰 문제를 안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피니언 차단 사건을 통해 정부는 문제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빈부 격차는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사 평론가 팡위안(方原)은 RFA에 “리쉰레이의 글은 네티즌 사이에서 논쟁을 일으켰으며 이는 중국 당국이 지향하는 여론 효과와 상반된다. 게다가 리쉰레이는 단지 일부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이런 데이터는 중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며 이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최근에 발표한 금지령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 13~15일 연속 3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경제 침체 관련 토론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통해 리쉰레이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중국의 14억 인구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조차 없는 저소득층, 실업자들이야말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인구 집단”이라고 팡위안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