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치유 메시지를 담은 영화 ‘배우의 꿈’ 국내 동시 개봉 임박

이윤정
2023년 07월 5일 오후 3:1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2

한 여성이 있다. 린메이웨(펑샤오야 분), 직업은 배우다. 그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훌륭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 연기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린메이웨이는 작품 선정에도 까다롭다. 작품 출연 제의가 쇄도했지만, 그가 고른 작품은 정의를 구현하는 여주인공 역이다. 오디션에 참가해 제작진과 동료 배우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해당 역은 신인 여배우 자오자오(왕아오쉐 분)에게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린메이웨이는 부호 양아버지를 둔 자오자오의 들러리를 선 셈이었다. 그는 절망하지만 자오자오의 소속사 대표 천즈링(후이웨 분)은 순진하다며 비웃는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장둥하이) | 신세기필름 제공

금력(金力)과 출신 배경에 좌우되는 중국 영화계의 실상에 충격받은 린메이웨이에게 불행은 연거푸 찾아왔다. 홀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하반신 불구가 되어 휠체어에 의존하는 신세가 된다. 수십 곳의 병원을 방문하고 무당까지 찾았지만 다시 설 수 있다는 희망은 없었다. 린메이웨이는 극단적 선택을 놓고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 장둥하이(리옌 분)와 어린 딸 옌쯔(퉁신이 분)가 눈에 밟혀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다.

“진선인(眞善忍)을 따랐더니 마음속 원한이 사라지면서 다시 일어서게 됐어요.” (린메이웨이) | 신세기필름 제공

교통사고 후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린메이웨이는 재활은 반쯤 포기한 상태다. 그 무렵 대만 중의사(한국의 한의사에 해당)가 “다시 걸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라며 책 한 권을 선물한다. 기대감 없이 책을 펼친 린메이웨이의 운명은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 다시 집에 갈 수 있어!” – 샤샤(극 중 궈신위)

‘배우의 꿈’은 치유와 용서, 기적을 다룬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 속에서 중국 영화계의 실상, 인간 본연의 고통, 희망과 구원의 서사가 배우들의 현실감 있는 연기력, 수려한 풍광, 마음을 울리는 배경 음악과 어울려 펼쳐진다.

스토리 라인은 평범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 절망적 상황에 몰리는 여주인공, 원한에 사무쳤던 그가 보여주는 용서의 메시지는 잔잔한 울림을 준다. 원한을 용서로 승화시키는 린메이웨이의 ‘거듭남’ 과정은 관객에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남편 역의 장둥하이가 보여주는 헌신적인 사랑과 가족애도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다.

연출 기법과 사운드트랙, 의상도 주목할 만하다. 작품은 ‘시네마천국’과 같은 ‘영화 속 영화’ 기법을 사용하여 다면적인 세계를 구현한다. 극 중 배우들이 착용한 중국 전통 의상도 볼거리다. 주제곡 ‘귀향’은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리 감독이 직접 불렀다.

영화 ‘배우의 꿈’ | 신세기필름 제공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실제 제작은 캐나다에서 이뤄졌다. 제작사 ‘신세기필름’은 캐나다 비영리 자선단체이다. 제작진과 영화배우는 대부분 중국이 원향이지만 캐나다에서 활동하면서 4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해 왔다.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들어간 국수주의(國粹主義)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중국의 검열‧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제작된 ‘배우의 꿈’은 철 지난 중국 찬양 메시지 때문에 관객이나 비평가로부터 외면받는 중국 영화와는 확연한 차별점이 있다.

‘배우의 꿈’은 해외 비평계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2023년 6월 현재까지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그리스, 이스라엘, 홍콩, 인도, 러시아, 이란, 중국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고 작곡상, 최고 의상상 등 도합 26개를 수상했다.

중국 본토에서도 호평은 이어진다. 상하이인디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자조연상과 최우수 의상상 수상했다. ‘배우의 꿈’이 중국 문화혁명의 실상, 중국공산당이 박해하는 파룬궁을 주제로 다룬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영화 ‘배우의 꿈’ 제주 시사회 | 신세기필름 제공

데이비드 리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주연배우 펑샤오야(린메이웨 역)·정쉐페이(궈신위 역) 등 배우들은 지난해 12월 방한해 서울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이후 배급사 신세기필름코리아는 올해 1월, 인천을 시작으로 청주, 대전, 고양, 논산, 울산, 창원, 보은, 부산에서 시사회를 개최했다.

실제 관객 반응도 고무적이다. 지난 6월 5~9일 롯데시네마 제주아라점에서 5일간 상영됐다. 사전 홍보 없는 이른바 ‘깜작 개봉’임에도 예매율 70% 이상을 기록했다. 배급사 신세기필름코리아는 올가을 전국 동시개봉을 준비 중이다.

정진현 신세기필름코리아 대표는 “‘배우의 꿈’은 인간의 선량한 본성을 일깨워 주는 영화이다. 많은 관객과 극장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