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중국은 경쟁자 아닌 위협” 영국 내 30개 공자학원도 폐쇄?

최창근
2022년 10월 14일 오후 3:23 업데이트: 2022년 10월 14일 오후 3:23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중국은 영국의 ‘경쟁자’ 아닌 ‘위협’이다.”라고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0월 11일, 총리실 발표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며칠 안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기에는 “중국을 영국에 대한 가장 중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총리의 관점이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9월 취임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는 외무·영연방부 장관 시절부터 대(對)중국 강경파를 자처해 왔다. 지난 영국 보수당 당수(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그는 집권 후 중국에 대하여 보리스 존스 전 총리보다 강경한 대응을 시사했다.

다만 중국을 ‘위협’이라 공식 규정하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는 영국의 대중국 외교 정책 기조의 중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해석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 재임기인 2021년 영국 정부가 발간한 2030년까지의 대외전략 ‘국방·안보·개발·외교정책 통합 검토(Integrated Review)’에는 중국을 ‘체계적 경쟁자(systemic competitor)’로 규정했다.

영국 정부가 중국을 위협 요소로 판단하는 근거는 영국 정보기관의 보고에 근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운용 중인 위치정보시스템(GPS)이 국제 사회를 감시하는 데 사용되고 있을 수 있다.”는 영국 정부통신본부(Government Communications Headquarters·GCHQ)의 분석이 제기된 직후 나왔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직후 창설된 정부암호연구소(Government Code and Cypher School·GC&CS)가 모체인 정부통신본부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유사한 신호 정보를 담당하는 정보 기관이다. 정보청 보안부(MI5), 비밀정보부(MI6), 국방정보부(DI)와 더불어 합동 정보 위원회에 속한 주요 정보기관이다.

제레미 플레밍(Jeremy Fleming) 정부통신본부 부장은 10월 11일,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설에서 “중국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악용해 세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레밍 부장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전자 화폐, 위성 시스템 등의 기술을 활용해 중국인을 감시하는 한편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 기술 생태계를 형성해 전략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플레밍은 “중국이 국가 안보의 정의를 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바꾸고 있다. 기술이 단지 기회와 경쟁, 협력의 영역이 아닌 통제와 가치, 영향력의 전쟁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개발·운용 중인 ‘베이더우(BeiDou·北斗)’ 위성 시스템이 다른 국가가 우주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반(反)위성 능력을 지녔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서방권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이 중국 기술을 구매해 미래를 저당 잡히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더우는 중국이 미국 GPS에 대항해 내놓은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으로, 현재 GPS보다 많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위성을 가동하고 있다.

플레밍 부장은 “이 시스템이 추후 중국과 서방 간 분쟁에서 중국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베이더우 외에도 위성 요격 무기, 지상 발사 미사일 등 중국의 첨단 무기 시스템을 경계해왔다.

이를 두고서 텔레그래프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계획이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촉구하는 보수당 의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즈 트러스 총리가 보수당 당수 경선 과정에서 공언했던 공자학원(孔子學院·Confucius Institute) 폐쇄 여부도 관건이다. 그는 영국 내에서 운영 중인 공자학원 30개를 전면 폐쇄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기관’으로 의심받아 줄줄이 폐쇄되고 있는 공자학원에 대한 영국 내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영국 의회를 중심으로 공자학원을 폐쇄하고 ‘대만중국어학습센터(臺灣華語文學習中心)’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만 ‘타이완뉴스(Taiwan News)’는 9월 2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인용하여 “영국 의회 내 초당파 의원 그룹이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대신 대만으로부터 중국어 강사와 중국어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받는 방안을 대만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가 설립·운영하는 대만중국어학습센터는 현재 미국, 유럽에서 운영 중이다. 퉁젠위안(童振源) 대만 행정원 교무위원회(僑務委員會·재외교민위원회) 위원장은 “대만중국어학습센터를 매년 15~20곳씩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내 공자학원은 주로 영국 대학과 중국 파트너 대학 그리고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중국 국제교육재단 간 합작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날 영국 보수당 정부는 공자학원의 영국 내 운영을 대체로 지지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리즈 트러스 내각이 출범하면서, 전임 보리스 존슨 내각보다 강경한 대중국 입장을 표명하면서 공자학원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신정부 출범 후 영국 정부는 현재 영국 내 공자학원들의 교육 내용과 방식 등에 대해 엄중한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즈 트러스 총리와 보수당 당수직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도 “중국은 영국과 세계 경제·안보에 가장 큰 장기적인 위협이다.”라고 규정하면서 총리가 되면 공자학원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