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새 정부 “총리 공약대로 공자학원 폐쇄 추진”

강우찬
2022년 11월 3일 오전 9:17 업데이트: 2022년 11월 3일 오전 9:17

英 안보장관 “공자학원, 학문·표현의 자유 위협”

영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자국 내 30곳에 이르는 중국 공자학원 폐쇄를 공약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톰 투겐다트 영국 안보장관은 1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리시 수낙 총리의 공약에 따라 공자학원을 폐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겐다트 장관은 “이 조직(공자학원)은 영국의 많은 대학에서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존중하는 정권으로서 공자학원 폐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자학원 측은 자신을 중국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기관이라고 주장하지만, 외국에서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관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시각이다.

중국 공산당을 대신해 각국 중국인 유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알리시아 컨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공자학원 폐쇄 움직임을 환영했다. 컨스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겐다트 장관의 발언 영상을 공유하고 “정부는 공자학원을 폐쇄할 권한이 있다”며 “우리는 권한을 발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컨스 위원장은 지난 6월 ‘고등 교육 (표현의 자유) 법안’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각 대학과 학생회 등이 중국 공자학원으로부터 7만5천 파운드(약 1억2천만원) 이상의 자금을 받았을 경우, 영국의 고등교육 감독기관인 학생지원처(OfS)에 그 출처를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각 대학에 신규 연구기관 설립 시, 교육부에 사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대학 기관에 교내 언론·표현의 자유, 학문적 자유를 침해할 경우 이를 폐쇄할 권한을 학생지원처에 부여하는 내용도 담았다.

투겐다트 장관의 이번 발언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중국 공안당국이 영국 정부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경찰센터가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이뤄졌다.

영국에서는 글래스고대, 런던대, 맨체스터대 등 30곳에 공자학원이 설치돼 있다. 영국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가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 8개 학교에서 공자학원과 중국 통일전선공작부 및 중앙선전부와의 관계가 확인됐다. 두 기관은 공산주의 체제를 선전하고 상대국에 내통세력을 심는 스파이 활동을 벌이는 기관이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언어학습기관인 공자학원은 한때 세계 160개 국가와 지역에 500여 곳이 설치됐으나, 최근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인 영향력 확대를 돕는 조직으로 경계를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폐쇄가 잇따르면서 11개국에서 120여 곳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낙 영국 총리는 총리 경선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을 “영국과 세계 안보 및 번영에 있어 금세기 최대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자신이 총리에 당선될 경우 영국 내 모든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등 대중 강경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젠다트 장관은 또한 영국 시민들이 직면한 모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부문을 연계하는 태스크포스를 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관한 세부 사항은 지난해 3월 발표한 ‘포괄적 안보·외교·국방전략 검토’ 최신판에 수록될 예정이다.

한편, 공자학원은 전 세계 1호점인 서울 강남의 ‘공자아카데미’ 등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23곳이 운영 중이다. 시민단체인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공실본)’는 정치권과 학계, 학생들을 상대로 공자학원이 공산당의 침투·선전 기관이라는 점을 알리며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