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보다 시진핑 파벌” 中 인민은행, 지도부 대거 개편

닝하이중(寧海鐘)
2024년 01월 16일 오후 8:5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후 8:50

내부 평가 좋은 관료 내치고, 시진핑 측근 발탁
“경제 정책, 헛발질 가능성 커졌다” 비판론 부각

중국 당국이 내놓은 금융기관 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앙은행(인민은행)의 권한을 축소하고 인사 조치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중국의 금융 부문은 오랫동안 서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룽지 전 총리와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 등 기술 관료에 장악된 상태여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불안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폭 개편된 중앙은행은 시진핑의 집행기구로 전락해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서방 세계는 향후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앙은행 지도부 물갈이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인적자원사회보장부(인사부)는 홈페이지에 국무원 인사 임명 및 해임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 루레이(陸磊) 전 국가외환관리국(SAFE) 부국장이 중앙은행 부총재에 임명되고 푸완쥔(付萬軍) 전 농업은행 총재가 국가금융감독관리국(SAFS) 부국장에 임명됐고, 류궈창(劉國強)이 중앙은행 부총재직에서 해임됐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현재 60세인 류궈창이 중앙은행 부총재로 있을 때 통화 정책을 담당했고, 중앙은행 내부 인사들로부터 “책임감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국무원(행정부) 산하 부처의 하나인 중앙은행은 최근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은행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류궈창의 해임에 앞서 중앙은행의 전 당서기 궈수칭(郭樹清)과 이강(易綱) 총장이 차례로 면직됐다.

이 밖에 중앙은행은 지난 몇 년간 당국의 ‘반부패’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2022년에는 판이페이(范一飛) 전 부총재와 쑨궈펑(孫國峰) 전 통화정책국장이 조사를 받았다. 판이페이는 왕치산이 중국건설은행을 이끌던 시절 부총재를 지냈고, 쑨궈펑은 중앙은행 금융연구소장을 지낸 통화 이론 전문가로, 영어와 중국어로 전문서적을 저술했다.

현재 중앙은행 지도부는 총재 1명, 부총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 서기 겸 총재는 판궁성(潘功勝), 부총재는 외환관리국장을 겸하고 있는 주허신(朱鶴新)과 장칭쑹(張青松), 쉬안창넝(宣昌能), 루레이 등이다.

판궁성은 오랫동안 금융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중앙은행 수뇌부 중 판궁성과 쉬안창넝이 영국·미국 금융시장을 경험한 ‘해외파’이고, 주허신·장칭쑹·루레이는 해외 금융시장 경험이 부족하다.

이번 인사에서 나타난 기이한 점은 중앙은행 총재의 공산당 내 직급이 중앙은행 산하 일부 은행의 총재보다 낮고, 심지어 중앙은행 부총재보다 낮다는 것이다. 판공성은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아닌 반면 부총재 주허신, 랴오린(廖林) 중국공상은행(ICBC) 행장, 구수(谷澍) 중국농업은행 행장 등은 모두 후보위원이다.

시진핑, 금융 부문 장악한 왕치산·주룽지 사람들 제거 

중앙은행은 줄곧 국무원 주도하에 운영해 왔지만, 금융업무에서는 권위가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총재는 2002년부터 15년간 중앙은행을 이끌었고,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 등 해외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아왔다. 이들 기술관료들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 금융감독관리제도를 제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과거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던 권한의 상당 부분이 새로 설립된 감독관리 기관에 넘어가면서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약화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중국공산당 중앙금융위원회와 중앙금융공작위원회를 설립했다. 후자는 이데올로기적 통제 기관으로, 리창(李強) 총리가 주임을 맡고 있지만, 허리펑(何立峰) 경제담당 부총리가 중앙금융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중앙금융공작위원회 서기를 맡고 있다.

리창 총리과 허리펑 부총리는 모두 시진핑의 측근이다. 리창 총리는 저장성 당서기 시절 시진핑의 비서실장이고,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허리펑 부총리는 시진핑이 푸젠성 샤먼시 부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샤먼시 판공실 부주임이었다. 허리펑 부총리가 금융 부문의 실세로 꼽히는 반면, 리창 총리는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또 명목상의 국무원 기관인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설립했다. 은행과 보험감독관리 기관을 개편한 기구로, 증권을 제외한 모든 금융 활동을 감독한다. 리윈쩌(李雲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과 부국장 4명 중 3명은 서구에서 공부한 적이 없고 서구와 거래한 경험도 부족하다. 이 기구 역시 허리펑 부총리가 이끌고 있다.

공상은행은 지난해 10월 13일 중앙은행의 ‘3정(三定)’ 방안을 설명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발표된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에서 중앙은행에 속했던 금융지주회사 등 금융 그룹에 대한 일상적인 감독 업무와 금융소비자보호 업무가 신설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으로 이관된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지난해 12월 27일 에포크타임스에 왕치산과 주룽지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금융 부문을 장악하면서 ‘독립왕국’이 형성됐다며 이것이 시진핑의 심기를 건드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리린이에 따르면, 특히 저우샤오촨은 2002년부터 15년 동안 중앙은행을 이끌고 미국 정계 주요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아오면서 금융계의 ‘독립 왕국’과 ‘파벌’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는 시진핑의 금기사항이다. 시진핑은 중앙은행이 서방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 것도, 특정 세력이 파벌을 형성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은 이번 ‘당과 국가기구 개혁’에서 기능이 크게 약화됐고 인사에도 다양한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리린이는 “중앙은행은 기능이 약화된 후 시진핑의 집행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판궁성 신임 총재도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고, 중국의 경제 정책은 더욱 경직되고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의 금융 장악으로 불확실성 높아질 것”

대만 경제 전문가 황스충(黃世聰)은 지난해 12월 27일 에포크타임스에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상대적인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도 한동안 서방 중앙은행의 방식을 채택해 왔기 때문에 저우샤오촨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고, 공산당 중앙은 중앙은행에 개입하기 어려웠다.

황스충은 과거 중국의 이른바 개혁개방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기술관료 집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들은 미국에서 유학을 했거나 외국과의 실무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 발탁된 이들은 이런 면에서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은 무엇보다 충성심을 요구하고 서구의 관행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서구 출신이나 서구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중용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은 집권 후 한동안은 기존 인물을 기용했지만 최근에는 자기 사람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는 경험이 풍부한 판궁성을 임명했지만 전체적인 구조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지위는 다소 강등됐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30~31일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금융 업무에 대한 당의 집중·통일 영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스충은 “시진핑이 금융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금융 정책은 시진핑의 ‘당 중앙’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이 중앙은행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한 것은 훙얼다이(혁명가 2세)나 다른 파벌이 장악하고 있던 금융업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황스충은 중앙은행의 고위 직원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의 경우 금리를 통제하고 물가를 잡고 실업률을 조절하는 것이 임무”라며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예외가 아니고, 중국도 과거에는 예외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시진핑이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면 중앙은행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은 정치를 우선시하고 사회 안정 유지를 위주로 할 것이다. 또한 그는 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많이 할 수 있다. 향후 중국의 리스크는 중앙은행 정책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될 것이다. 이는 중국의 미래 투자 전망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