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메시지를 화폭에 담은 예술가, 바치치아

류시화
2023년 12월 15일 오후 8:57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8

완벽한 예술을 창작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한 화가
매혹적인 작품을 통해 따스한 교훈을 건네다

우리에겐 바치치아로 더 친숙한 지오반니 바티스타 가울리(1639~1709)는 전성기 바로크 시대와 초기 로코코 시대에 활동한 이탈리아 예술가이다. 바치치아는 이탈리아 로마의 일 제수 (IlGesu) 교회에 있는 환상적인 천장 프레스코화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미술 평론가 로제 드 필(1635~1709)은 “회화는 놀라움 그 자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끌어당긴다. 마치 우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라고 그의 저서 ‘회화의 원리(1708)’에 기술했다.

전통 예술은 우리를 부드럽게 인도하거나 교훈을 주는 주제를 통해 우리의 영혼에 말을 건넨다. 동시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에 바치치아의 작품은 정확히 부합하며 그림을 통해 우리를 매혹하는 동시에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인도한다.

환상적인 천장화

‘자화상’(1667), 지오반니 바티스타 가울리.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바치치아는 1639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난 해 제노바에 퍼진 역병으로 인해 가족을 모두 잃었다. 이후 10세 무렵 로마로 이주해 평생을 보냈다. 그는 로마에서 당시 유명한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1598~1680)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바치치아의 천부적인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베르니니는 예수회 교단에서 신축한 제수 교회의 천장화를 그리도록 추천했다.

제수 교회 내부. 이탈리아 로마 | 공개 도메인
‘예수의 이름으로 거둔 승리’(1674 / 제수 교회 천장화의 일부). 지오반니 바티스타 가울리 | 공개 도메인

베르니니의 추천으로 바치치아의 손에서 탄생한 천장화, ‘예수의 이름으로 거둔 승리’와 ‘신비로운 어린 양의 영광’은 로마에서 가장 웅장한 바로크 천장 프레스코화 중 하나로 꼽힌다. 바치치아는 3년 동안 교회 돔 내부 천장에 이 작품을 그렸다.

‘신비로운 어린 양의 영광’(1674 / 제수 교회 천장화의 일부), 지오반니 바티스타 가울리 | 공개 도메인

바치치아는 이 작품을 그리기 이전 여러 유명한 프레스코화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그가 수년 동안 쌓아온 천재적인 색채 표현 능력과 바로크 착시 주의 기법을 온전히 쏟아부은 작품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거둔 승리’(1674 / 제수 교회 천장화의 일부)의 세부. 지오반니 바티스타 가울리 | 공개 도메인

바치치아 예술의 정수가 느껴지는 이 천장화는 신비로운 입체감과 착시 기법으로 마치 그림 속 천사와 인물들이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보이게 한다. 또한 아름다운 천상의 빛은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지게 해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4세기 전 완성된 이 완벽한 천장화는 지금도 온전히 보존되어 매년 많은 관람객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목적이 있는 예술

‘성 요셉과 아기 예수’(1670~1685 사이), 지오반니 바티스타 가울리. 캔버스에 오일. 노턴 사이먼 박물관 | 공개 도메인

거대하고 화려한 천장화로 보는 이들에게 신성함의 감동을 전달한 바치치아는 다른 방식으로도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작품 ‘성 요셉과 아기 예수’에는 신앙심과 부성애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요셉은 아버지의 곱슬 수염을 잡아당기려는 아들을 사랑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눈과 상기된 뺨, 미소 띤 입가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이 장면은 우리를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 공감하게 해 그림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바치치아는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에서 한 단계 넘어선다. 요셉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나는 후광은 지상의 아버지와 아들 간의 유대를 넘어선 신성함을 부여한다.

주로 예술 작품 속 아기 예수와 지상계 부모는 대부분 마리아와 아기 예수 두 명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바치치아는 요셉을 그림 속 인물로 선택해 이 사랑스러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는 부성애라는 친숙한 소재를 사용해 기도와 묵상이 교회와 같은 특정한 환경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일상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지게 하려 했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이 작품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선명하게 전해진다.

재능과 노력을 함께 지닌 화가

바치치아는 타고난 재능으로만 이런 걸작을 탄생시킨 것은 아니다. 그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데생 연습을 수없이 거듭했다. 특히 그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와 노력을 거듭했다. 그의 노력과 재능이 합쳐진 결과물들은 명작으로 사랑받으며 우리에게 교훈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