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태자당 불화 심각…중국 ‘블랙스완’ 될 수도”

강우찬
2024년 04월 8일 오후 7:37 업데이트: 2024년 04월 8일 오후 7:3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태자당(혁명원로 자제 및 고위층 자제 그룹) 간 불화가 최고조에 달해 사실상 결별 상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전보다 위세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권력과 재력, 군부 내 영향력을 갖춘 태자당 세력이 향후 중국 내 반시진핑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중국 내부 소식에 정통한 이들은 최근 태자당 멤버들이 사석에서 시진핑을 성토하는 일이 빈번해졌으며 전반적으로 불만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프리랜서 평론가 차이셴쿤은 시진핑과 태자당 사이 분열이 집권 2기부터 시작됐다며 “태자당 일부는 개혁개방을 기대하며 시진핑을 지원했지만, 권력을 쥔 시진핑이 사회주의 노선으로 회귀하면서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수뇌부는 시진핑 1인 독재 이전까지 3대 파벌로 이뤄져 있었다. 장쩌민 전 주석(사망) 계파인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구성된 공청단파 그리고 태자당이다.

태자당은 집권 초반, 권력 기반이 약했던 시진핑의 지원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1인 독재를 굳힌 지난 2022년 10월 이후에는 다른 두 파벌과 마찬가지로 토사구팽당하며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차이셴쿤은 “자유세계에서 생활하며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춘 태자당 멤버들은 친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시진핑의 현재 정책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진핑은 태자당 길들이기의 가장 최근 사례는 인민해방군 공군 상장(대장) 류야저우(劉亞洲·72)의 종신형 처분 소식이다.

류야저우 상장은 지난해 초 홍콩 언론을 통해 심각한 부패에 연루돼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보도됐다. 이후 후속 보도를 통해 종신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 정치학자 왕쥔타오는 “류야저우의 친척들에게 물어본 결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지난달 15일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류야저우는 태자당에서도 핵심 인물이다. 인민해방군 장군의 아들이자 전 중국 주석 리셴녠의 사위로 승승장구했으며, 퇴역 공군 대장 겸 군사 이론가·작가로 여전히 군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류야저우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공군 전 상장(대장) | 웨이보

이러한 인사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태자당 핵심 인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시진핑의 명백한 경고로 풀이된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평론가 위안훙빙은 “시진핑은 류야저우 사건을 일벌백계 삼아 태자당이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훙빙은 공산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은 올해 3월 양회를 앞두고 감찰부서에 지시해 류위안, 덩푸팡 등에게 ‘시진핑 핵심에 해가 되는 비조직 (정치)활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류위안은 류샤오치 전 주석의 아들이며, 덩푸팡은 덩샤오핑의 장남으로 태자당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고위인사들이다.

‘비조직 활동’은 중국 공산당의 조직 및 절차를 따르지 않는 정치활동을 가리킨다. 과거 쿠데타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저우융캉과 보시라이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다. 공산당 내부에서는 당을 어지럽히는 엄중한 기율 위반 행위다.

대만 무력 침공을 반대한 것도 류야저우가 중벌을 받게 된 주된 이유로 꼽힌다.

위안훙빙은 “류야저우는 시진핑의 ‘전략적 결정’을 비판하고 ‘군의 심장을 흔드는 발언’이 문제로 지적됐다”며 “이는 시진핑의 정책 우선순위가 경제발전보다 대만 통일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말했다.

류야저우는 군사 이론가로서 과거 국공내전 시절 중공군의 대만 진먼도 상륙작전 실패를 분석한 후 “대만섬 공략은 1만 배 더 어렵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류야저우가 정작 시진핑의 군부 반부패 숙청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 군 출신 인사였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지나친 의심으로 자기 편을 내치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왕쥔타오는 “류야저우는 시진핑의 군부 반부패를 지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때 중국 공산당 군사위 부주석 임명까지 거론됐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전국인민대표대회로 좌천된 후 정계에서 퇴출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반역 세력에 대한 불안감을 들었다. 왕쥔타오는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역대 지도자 중 가장 자기 보호가 심하다”며 “여행 일정조차 미리 발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군사평론가 쑤즈윈 국방전략자원연구소 소장은 “시진핑의 조치는 불만 세력을 더욱 은밀히 숨어 지하에서 결집하도록 만들 뿐”이라며 “그들은 시기가 되면 시진핑이 경고한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 돼 날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 스완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거대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시진핑은 공식 연설에서 블랙 스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대비를 잘하라고 당 간부들에게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