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 후속인사 무엇을 의미하나

샤샤오창
2018년 3월 23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중국의 제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제1차 회의가 20일에 막을 내렸다. 개최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었던 이번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 부주석의 임기를 철폐하는 개헌안이 통과됐고, 국가 부주석과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 총리·부총리 등 주요 관직의 인사가 결정됐다.

전인대 결과를 놓고 보면, 작년 가을 19차 당대회 최고 지도부 인사를 놓고 시작된 시진핑(習近平) 진영과 장쩌민(江澤民)파 사이의 권력 투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판단된다. 두 세력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시왕(習王) 체제 지속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정치협상회의)의 최대 초점은 왕치산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거취였다. 17일, 왕치산이 국가 부주석에 선출됐다. 향후 5년간 중국 최고 지도부는 이전처럼 시진핑과 왕치산이 협력하는 ‘시왕체제(習王體制)’로서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장쩌민파의 반발을 막지 못해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의 관례대로 왕치산을 최고 지도부에서 물러나게 했다.

왕치산의 이번 국가 부주석 취임은 당대회 이후 시진핑 진영이 준비한 대책이라 보인다. 표면에서는 시진핑이 장쩌민파의 요구를 받아들여 왕치산을 상무위원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그를 대가로 시진핑 진영은 장쩌민파로부터 ‘국가주석‧부주석의 임기 철폐’를 양보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직함 없이 일반 당원이던 왕치산은 정식으로 국가 부주석에 선출된 날 전인대 회의장 단상에서 시진핑과 힘차게 악수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일부 누리꾼이 두 사람의 입 모양으로 대화 내용을 분석해 “시진핑이 ‘이에 만족하나’라고 묻자 왕치산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시왕체제’는 지속될 것이고 왕치산은 중국 최고 지도부에서 시진핑에 이어 ‘실질적인 2인자’로서 앞으로 5년간 정치·경제·외교 문제를 맡게 된다.

장쩌민파 장더장 퇴임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또 주목할 만한 것은 권력의 중심에 있던 장더장(張德江)과 장가오리(張高麗)의 완전 퇴임이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장더장과 장가오리는 장쩌민파의 중심인물이다.

장더장은 지난해 당대회에서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났지만, 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직을 연임했다. 그러나 임기 만료에 따라 이번 전인대에서 퇴임했고 후임으로 시진핑의 측근인 리잔수(栗戰書)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서열 3위)이 임명됐다.

장가오리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국무원 부총리 자리는 한정(韓正)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이 앉는다. 한정 역시 장쩌민파 출신이지만, 장더장‧장가오리보다 장파의 색채는 옅다는 평을 받는다.

이로써 지난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에 진입했던 장쩌민파(장더장, 장가오리, 류윈산) 전원이 권력의 중추에서 물러났다. 이는 장쩌민파가 최고 지도부에서 발언권을 잃었고 영향력이 약해진 것을 의미한다.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권력 약화

행정부 인사에서 가장 뜻밖이었던 것은 신설된 반부패 기관 ‘국가감찰위원회’의 초대 주임에 양샤오두(楊曉渡)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중기위) 부서기가 선출된 것이다. 인사가 결정되기 이전에는 자오러지(趙楽際) 중기위 서기(서열 6위)가 국가감찰위원장을 겸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시진핑이 인사를 결정한 배경에는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약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중국 국가주석은 상징적인 원수이지만, 중국 헌법은 “국무원 총리를 포함한 최고 행정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국가주석의 임명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은 국무원 총리 등 조직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국무원 총리 리커창(李克強, 서열 2위)과 부총리 왕양(汪洋, 서열 4위)은 당내의 후진타오(胡錦涛)를 비롯해 ‘공산주의 청년단 파(團派, 퇀파이)’의 일원이지만, 현재는 시진핑 진영에 협력하고 있다.

장쩌민파를 배경으로 했던 한정은 최고 지도부에서 서열은 최하위에다 당내 영향력도 낮다.

리잔수가 전인대 위원장에 취임함으로써 지금까지 장쩌민파가 전인대를 이용해 시진핑 진영을 견제하던 국면은 사실상 종결됐다고 할 수 있다. 리잔수는 당내에서 특별한 경력이 없기 때문에 향후 시진핑의 지시에 이견 없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화선전은 중공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임무다. 이 분야를 관할하는 중앙서기처 서기는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류윈산(劉雲山)은 201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중앙서기처 서기로 활동하면서 당의 고위 관료를 육성하는 기관인 ‘중공 중앙당교 교장’을 겸임했다. 류윈산과 달리,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는 학자 출신으로 지방 정부의 요직이나 당 중앙 선전부 경력이 없고, 친족 및 측근으로 형성되는 당내 세력에 속해 있지도 않다. 게다가 중앙당교의 교장도 겸임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인물을 임명한 것은 시진핑이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의 권력을 분산시키려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자오러지(趙樂際) 중기위 서기는 전임자 왕치산과 달리, 당 원로 및 고관의 자제들과의 인맥이 전혀 없다. 왕치산은 장인이 중공 원로인 야우이린(姚依林)이기 때문에 태자당(太子黨, 중국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과 관계가 있다. 향후 시진핑이 반부패 정책을 추진할 때 자오러지도 왕치산처럼 과감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하다.

이렇게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권력이 분산·약화하면서 장쩌민파가 주도해온 ‘구룡치수(九龍治水, 9마리 용이 하나의 물을 다스린다)’의 집단지도체제는 와해됐고, 시진핑 1인체제가 더 확고해졌다.

사법 부문은 여전히 장쩌민파 장악

중국 최고 지도부에서 장쩌민파의 주요 인사가 거의 제거됐지만, 사법계 수장 자리에는 여전히 장쩌민파 인원들이 기용됐다.

지난 18일 시진핑 당국은 최고법원장과 최고검찰원 검찰장의 신임 인사를 발표했다. 저우창(周強)이 최고법원장에 연임됐고, 장쥔(張軍)이 최고검찰원장에 새로 임명됐다.

저우창은 지난해 1월 전국 법원장이 모인 회의에서 ‘사법독립’과 ‘헌정민주’, ‘삼권분립’ 등 ‘잘못된 사조’에 철저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진핑이 제창하는 ‘의법치국(依法治國, 법에 의한 국가 통치)’의 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이었다. 당시 중국 법조계는 저우창을 비판하면서 대법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장쥔은 오랫동안 장쩌민파의 핵심 인물인 뤄간(羅幹)과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이 장악하고 있던 사법 부문에서 장기간 근무했으며, 최고법원 부원장, 사법부 부부장 및 중기위 부서기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사법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3월 중국 법조계 등 지식층에서 장쥔의 파면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장쥔이 사법부 부장에 취임한 이후 인권 변호사에 대한 억압이 한층 강화됐다며 비난했다.

장쥔이 최고검찰원 원장에 승진되면서 사법부 부장 자리에 대신 오른 인물이 푸정화(傅政華) 전 공안부 부부장이다. 저우융캉 전 서기의 측근인 푸정화는 2013년에 공안부 부부장으로 취임했고 2015년 1월 이후, 장쩌민이 수련 단체 ‘파룬궁’을 탄압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인 ‘중앙 610판공실’ 주임을 겸임했다.

장쩌민파에 속한 저우창과 장쥔, 푸정화가 중공 사법기관을 장악한 점으로 볼 때, 당내 장쩌민파와 시진핑 진영 사이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철폐와 국무원 인사 등을 놓고 모종의 정치적 거래 혹은 양보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시진핑이 주창한 ‘법치’, ‘의법치국’의 치국 이념에 위배되는 언행을 보인 세 사람이 사법계 수장에 취임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경제·외교 과제에 직면

집권 2기를 정식으로 시작한 시진핑 정부는 앞으로 장쩌민파를 비롯한 당내의 기득권 세력과 흥정하면서 국내 경제 및 외교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무역의 불균형’을 외치며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중(對中) 강경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 산업은 중국 경제의 주요 동력이다. 미국이 중국 제재를 쏟아내면서 이미 투자 및 개인 소비가 부진한 중국 경제는 더욱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최근 중공이 추진하고 있는 ‘이념 침투 공작’과 ‘세계 지배의 야심’을 더욱 경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비록 시진핑 당국이 사회불안 요인을 제거하려 기구를 개혁하고, 행정기관의 조직 통합과 인원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 해도 중공독재 체제가 유지되는 한, 중국 안팎으로 산적한 난제들을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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