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군 반부패 숙청 지속…“서로 밀고하는 생존게임 양상”

박숙자
2024년 02월 6일 오후 12:45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후 1:15

중국 군 고위층 인사 2명의 같은 날 엇갈린 행보를 두고, 치열한 내부 암투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영 신화통신과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낙마설에 휩싸였던 중국 전략지원부대 사령관 쥐첸성(巨乾生) 상장(대장급)이 공식석상에 건재한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같은 날 중국운반로켓기술연구원의 왕샤오쥔(王小軍) 원장이 해임되고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자격도 박탈당했다.

둘 사이에는 각각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의 현역 장성과 군사기술 연구원 책임자라는 것 외에 별다른 표면적 공통점이 없었으나, 실제로는 생존을 위해 서로의 비위를 폭로하고 폭로당하는 이른바 생존게임의 생존자와 패배자였다는 게 중국 전문가의 견해다.

시진핑의 반부패 숙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군부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서로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물어뜯는 생존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이날 쥐첸성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이 구이저우성에서 열린 한 좌담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좌담회에는 쥐첸성이 몇 년 전에 퇴역한 상장들과 함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신분으로 참석했다.

홍콩 언론들은 쥐첸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낙마설을 불식시키긴 했지만, 현역 상장인 그가 퇴역한 장성들과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조기 전역’한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현재 63세인 쥐첸성은 중국군 장성의 퇴임 연령 상한인 65세를 2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쥐첸성이 전인대 대표 신분으로 좌담회에 출석했다는 중국 언론 보도는 며칠 후 자취를 감춰, 이 같은 홍콩 언론들의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다.

따라서 이 보도가 당초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이 숙청당했다’는 소문으로 군이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기획기사’였으나 정작 낙마설을 확인하는 역효과를 일으켜 삭제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시진핑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군부 반부패를 벌이고 있다.

직접 임명한 로켓군 사령관을 비롯해 전·현직 수뇌부가 대거 숙청됐다. 군수산업과 관련된 장비발전부대, 방산업체에도 불똥이 튀었고, 국방장관인 리상푸는 두 달간 모습을 감췄다가 결국 해임 사실이 발표됐다.

하지만 취첸성 본인은 반부패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기 퇴역 정도의 가벼운 처분에 그치며 전인대 대표 신분으로 비교적 평화로운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 위안훙빙의 견해다.

호주에 거주 중인 위안훙빙은 지난 1월 익명의 중국 정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의 군부 반부패 중심에 쥐첸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번 군부 대숙청은 쥐첸성이 체포된 후 죄를 시인하고 다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즉, 쥐첸성이 부패에 연루돼 처분을 받긴 했지만 다른 장성들의 비위를 폭로한 밀고자 노릇을 한 까닭에 비교적 편안한 노후를 보장받게 됐다는 것이다.

위안훙빙은 같은 날 낙마가 공식화된 로켓기술연구원 왕샤오쥔 원장을 언급하며 “군 고위층이 체포된 뒤 서로 물어뜯고 다른 사람의 비위를 폭로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부패 숙청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시드니공대 펑충이 교수는 이번 사건이 시진핑의 군 개혁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펑 교수는 2일 에포크타임스에 “시진핑은 군 개혁을 통해 장쩌민 시절 인물들을 모두 자기 사람으로 교체했다”며 낙마한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 리상푸 국방부장 모두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은 이미 몇 년 전에 군 개혁을 마무리했지만, 문제는 그가 발탁한 인물들이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진핑은 반대세력을 제거해 ‘충성스러운 군대’를 만들려고 하지만, 반부패 숙청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 때문에 충성을 얻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펑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력자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른다. 조직폭력배 두목이나 마찬가지”라며 권력을 강화하려는 시진핑의 노력으로 인해 오히려 조직 구성원들의 이탈을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