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공산당 원로 가족의 타협과 암투

닝하이중(寧海鐘)
2024년 01월 30일 오전 10:16 업데이트: 2024년 01월 30일 오후 8:53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되면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시진핑 측근들이 전면 배치된 가운데 최근 공산당 원로 자녀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잇따르면서 시진핑과 공산당 원로들 간의 타협과 암투가 주목받고 있다.

후진타오·리창춘·우방궈 자녀들의 근황 공개

최근 중국공산당의 ‘국가급(正國級)’ 지도자 자녀들의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12일 상하이전기(上海電氣)그룹은 우레이(吳磊·46)를 그룹 당서기로 임명하고 회장 후보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우레이는 우방궈(吳邦國·83)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이다.

지난 1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은국제(中銀國際)증권 최고경영자(CEO) 리퉁(李彤·54)이 사임했다”며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경영 구조 개편으로 권한이 축소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리퉁은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리창춘(李長春·80)의 딸로 약 19년 동안 중은국제에서 근무했고, 2011년 CEO로 승진했다.

지난 16일, 중국 국무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후진타오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51)을 민정부 부부장(차관)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국장급인 저장성 리수이(麗水)시 당서기에서 이번 인사로 차관급으로 승진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에 속하는 후진타오는 2022년 10월 22일 20차 당대회 폐막식장에서 강제로 퇴장당했고, 시진핑과 후진타오·공청단파 간의 내부 투쟁이 큰 이슈가 됐다. 그 후 1년 넘게 후하이펑의 이름이 웨이보에서 금지어가 됐다가 이번에 인사 발표에 맞춰 해제됐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이 후진타오를 달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보지만, 지방에서 정치 세력이 결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법학자 위안훙빙(袁紅冰)은 지난 22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공산당 원로 자녀들은 승진했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한데, 이는 시진핑이 그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승진한 사람이 있다 해도 개별 현상일 뿐이고, 시진핑이 태자당을 숙청한다 해도 한꺼번에 체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사평론가 중위안(鍾原)은 지난 22일 에포크타임스에 “시진핑은 현재 당내 혼란에 직면해 있고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그는 문제가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최소한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시진핑이 모든 사람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무리는 때리고 한 무리는 끌어안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금 상황에서 시진핑은 자신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사람들은 더욱 끌어안아야 한다. 사방에서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후진타오의 경우, 그는 시진핑과 손잡고 장쩌민·쩡칭훙에 맞서 싸운 바 있고, 반시진핑 진영에 합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시진핑은 당분간 후진타오의 지지가 필요하고, 적어도 적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공산당 원로 자제들, 공직에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

중국공산당 원로 가문들은 지난 수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鄧朴方·79)은 지난해 9월 중국장애인연합회(CDPF) 명예 주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덩샤오핑의 유일한 손자 덩줘디(鄧卓棣·38)는 2016년 3월 중국 남부의 광시좡족자치구 바이써(百色)시 핑궈(平果)현 부서기와 신안(新安)진 당서기에 임명됐지만, 같은 해 직책에서 물러난 후 관계에서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공산당 혁명 원로 중 한 명인 예젠잉(葉劍英) 전 중국 국가부주석 집안은 장남 예쉬안핑(葉選平)과 차남 예쉬안닝(葉選寧)이 모두 사망했고, 예젠잉의 증손자인 예중하오(葉仲豪·40)는 벼슬길에 올랐으나 한직(閑職)을 돌고 있다. 예중하오는 2014년 8월 광둥성 윈푸(雲浮)시의 첨단과학기술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 주임에 임명됐고, 2020년 6월부터 광둥헝젠투자지주유한공사 당위원회 위원 겸 부총경리를 맡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류윈산(劉雲山·76)의 장남인 류러페이(劉樂飛·51)는 ‘금융 쿠데타’로 불린 2015년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중신증권에서 물러났고, 현재 중신산업투자기금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수년간 중국 사모펀드 부문에서 큰돈을 벌었다.

쩡칭훙의 조카딸 쩡바오바오(曾寶寶)가 설립한 부동산 회사 화양녠은 지난 2년간 경영난을 겪었다. 2021년 10월 4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2022년 12월 31일 기준 디폴트 부채는 435억 위안에 달했다. 화양녠은 2022년 4월 홍콩 증시에서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가 2023년 8월 11일 재개됐다.

중국민주당 해외 지부 책임자인 왕쥔타오(王軍濤)는 과거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쩡칭훙은 자신을 추궁하지 않는 대가로 재산의 일부를 상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후진타오와 장쩌민 두 가문을 제외한 다른 가문은 이미 상납했다. 원자바오도 상납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28일, 중국 당국은 ‘권력가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 설립자 쉬자인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체포된 쉬자인이 밍톈그룹 설립자 샤오젠화(肖建華)처럼 권력층과의 유착 관계를 실토할 것이고, 그러면 배후 세력에까지 화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위안훙빙은 쉬자인이 일으킬 파장이 샤오젠화 못지않게 클 것으로 봤다. 샤오젠화는 내심 정치적 동기가 있어 금융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한 금융계 거물이고, 쉬자인은 순전히 부패한 악덕 상인이란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 모두 권력가의 대리인이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원로 가문의 재산 압수해 대만 침공 준비”

위안훙빙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의 원로 가문은 기본적으로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혁명 원로 2세·3세인 태자당 인사들이고, 또 한 부류는 리창춘·우방궈처럼 평범한 관리에서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등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은퇴한 자들이다.

위안훙빙은 이들 가문의 향후 운명은 시진핑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시진핑은 자신의 종신 집권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1차 당대회(2027년) 이전에 대만 문제를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결하려 할 것이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시진핑은 자신이 발탁한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 그룹)이 모두 면종복배(面從腹背)하고 있음을 알고 내부 숙청을 계속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패 관료들을 숙청하고 그들의 거액의 재산을 몰수할 것이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은 이 재산을 세 부분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전쟁 준비를 위한 군사비 지출, 사회 안정 유지를 위한 거대한 스파이 시스템 구축, 중앙 정부의 재정난을 완화하는 데 주로 사용할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8일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 전체회의에서 금융, 국유기업, 에너지, 의료, 인프라 프로젝트 분야의 부패를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공산당 권력층이 금융, 국유기업, 에너지 산업 분야를 오랫동안 독점하면서 축적한 부패 자금을 시진핑이 부패 척결을 통해 환수하는 것은 공산당 권력가의 이익을 건드리는 것이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현재 시진핑에게 감히 공개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은 공산당 원로 가문뿐이다.

위안훙빙은 지난 3일 대만 자유시보 1면에 게재한 ‘정치 광고’를 통해 “태자당과 군 지도층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내 반(反)시진핑 세력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태자당 소속 인사들이 ‘시진핑을 권좌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으며, 이 합의문의 연대서명을 주도한 인물이 인민해방군 상장(대장급) 출신인 전 국가주석 류사오치(劉少奇)의 아들 류위안(劉源)이다.

위안훙빙은 류위안이 이끄는 태자당이 시진핑의 1인독재에 반대하는 공감대를 이미 형성했고, 올해 추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