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국민당 패배 선언

최창근
2024년 01월 13일 오후 9:09 업데이트: 2024년 01월 24일 오전 8:56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에서 라이칭더(賴清德)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됐다. 대만 전역에서 69%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 개표 초반 부터 1위로 앞서 나가던 라이칭더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했다. 최종 투표 결과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라이칭더는 41% 득표율(잠정 집계)을  기록하여 2, 3위 후보들을 따돌렸다.

라이칭더는 한국 시각 저녁 7시 30분 국제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당선을 공식화했다. 이후 타이베이시 MRT 산다오사(善導寺)역 부근 광장에서 개최된 ‘민진당 개표의 밤’ 행사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민진당 중앙당사가 자리한 산다오사역 광장은 대표적인 민진당 정치 집회 장소이다. 같은 시각 국민당 지도부는 지지자들 앞에서 ‘패배 선언’을 했다.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 허우유이(侯友宜),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은 고배를 마셨다. 국민당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광역지방자치단체장 21석 중 수도 타이베이 시장을 비롯한 14석을 석권하며 차기 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였으나 총통부 탈환에는 실패하여 야당 생활을 4년 더 연장했다.

국민당과 민진당 전통적 양당 구도 속에서 제3 후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커원저도 4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다만 입법원 원내 전체 의석 113석 중 5석에 불과한 군소정당 대표로서 첫 도전한 선거에서 25%를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선전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시간 밤 9시 기준 각 후보별 잠정 득표율 집계는80% 개표율 기준 라이칭더 41%, 허우유이 33%, 커원저 26%를 기록했다.

이번 승리로 민진당은 ‘3연속 집권’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이른바 ‘8년 정권 주기설’도 깨트렸다. 다만 야권 허우유이와 커원저 득표율 합은 60%에 달하여 8년 집권한 민진당 정부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만 민심을 대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리한 민진당이 민심을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1986년 ‘당외(黨外·국민당 밖 재야)’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창당한 민진당은 2000년 대선에서 스타 변호사 천수이볜(陳水扁)이 당선되어 창당 12년 만에 첫 집권에 성공했다. 2004년 선거에서 천수이볜은 박빙 승부 끝에 재선(再選)에 성공하여 집권을 이어갔다. 2008년 총통 선거에서는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후보가 압승하여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2012년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2016년 차이잉원 현 총통이 정권 탈환에 성공했고 2020년 재선에 성공하여 오늘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신베이(新北)시 현직 시장으로 총통 선거에 도전했던 후보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주리룬(朱立倫) 현 국민당 주석은 2016년 현직 신베이 시장직을  유지한 채 총통 선거에 출마했으나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에게 패배했다. 주리룬의 시장 재임 시절 ‘부시장’으로 8년을 함께하고 2018년,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허우유이도 현직 신베이 시장직을 유지한 채 총통 선거에 도전했으나 역시 패배했다.

수도 타이베이시를 둘러싸고 있는 신베이시는 대만 최대 지방자치단체이다. 한국 경기도와 유사하다. 다만 신베이 시장들은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리덩후이(李登輝), 천수이볜(陳水扁), 마잉주(馬英九) 등 타이베이 시장 출신들이 연이어 총통에 당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임창열, 손학규, 이재명 등 전직 경기도지사들도 대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에 당선된 역사가 있는 한국 현실과 겹친다.

‘수퍼 선거의 해’로 불리는 올해 지구촌 첫 선거에서 반중(反中) 친미(親美) 성향의 민진당 재집권은 대만해협을 넘어 전 세계에 파랑(波浪)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노골적으로 대만 선거에 개입하며 ‘라이칭더 당선 저지’를 시도했던 중국당국은 대대만 강경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민진당 정부 출범 후 중국 당국은 대만과 공식 대화를 단절해 오고 있다.

미국, 일본 등 대만의 전통적 우방과 호의적인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속에서 대외 관계에 있어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당선인의 역할이 주목된다.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고베(神戸)에서 태어난 샤오메이친은 민진당 내 대표적 국제 관계 전문가이다. 부총통 후보 지명 직전까지 주미국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로 활동하며 ‘비(非)공식 대만 대사’로서 미국 조야(朝野)에 광범위한 ‘대만의 친구’를 만들었다.

민진당은 전통적으로 일본과 유대 관계가 돈독하다. 일례로 셰창팅(謝長廷)이 차이잉원 정부 1기 정부 출범 시인 2016년부터 현재까지 주일본 대만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민주진보당(민진당) 당명을 만들기도 한 명실 상부한 원로다. 당 주석, 부총통을 역임했다. 대만의 대일본 외교 기구 대만일본관계협회(臺灣日本關係協會) 회장 쑤자취안(蘇嘉全)도 민진당 비서장, 입법원장, 총통부 비서장 등을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도 막역한 사이였다.

◇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1959년 신베이(新北)시 완리(萬里)구 출생.
국립대만대 보건학부 졸업.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졸업.
국민대회 대표(초선).
입법위원(4선).
민선 타이난(臺南) 시장(재선).
행정원장.
현 부총통.
현 민진당 주석.

◇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

1971년 일본 고베시 출생.
미국 오벌린대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석사.
민진당 국제부 주임.
총통부 고문.
입법위원(4선).
주미국 대만대표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