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기념 케이크 제작 거부” 제빵사 항소…대법원서 ‘심리’ 결정

톰 오지메크
2023년 10월 12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3년 10월 12일 오후 4:28

미국 콜로라도 대법원이 성전환 기념 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린 제빵사의 항소를 심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빵사가 관련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3일(현지 시간) 콜로라도 대법원은 제빵사 잭 필립스에 유죄 판결을 내린 하급심에 대해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케이크샵을 운영하는 잭 필립스는 앞서 지난 2019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고객으로부터 성전환 축하 기념 케이크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해당 고객은 필립스에게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탄을 묘사한 맞춤형 케이크를 만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필립스는 “그런 메시지를 표현한 케이크는 만들지 않겠다”며 케이크 주문제작을 거절했다. 그러자 직업이 변호사인 해당 고객은 필립스를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콜로라도 덴버 지방법원과 콜로라도 항소법원은 필립스의 케이크 제작 거부가 콜로라도주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지난 4월 필립스는 콜로라도 대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축하하는 웹사이트 제작을 거절한 콜로라도주 웹 디자이너 로리 스미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오면서 필립스 사건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필립스의 변호인은 콜로라도 대법원에 제출한 추가 서류에서 “로리 스미스 사건의 연방대법원 판결을 필립스의 사건에도 적용해 헌법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부 내용

이달 3일 콜로라도 대법원이 필립스의 일정 부분 승소 판결을 내린 데 대해 필립스의 변호를 맡은 비영리 법률단체 자유수호연맹의 제이크 워너 선임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미 연방대법원이 로리 스미스 사건에서 판시했듯이, 정부는 예술가에게 그가 믿지 않는 메시지를 표현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립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미국인 누구라도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것을 표현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피고 필립스는 현지 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이어진 법적 싸움이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필립스는 “이번 일은 시장에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할 필요 없이 자유를 표현할 권리에 관한 사건이었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콜로라도 대법원은 아직 해당 사건에 관한 구두변론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다.

웹 디자이너 로리 스미스|Andrew Harnik/AP Photo/연합뉴스

로리 스미스 사건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중 6명은 동성결혼을 축하하는 웹사이트 제작을 거부했던 디자이너 로리 스미스의 편을 들었다.

스미스는 지난 2016년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웹사이트를 만들도록 강요한다며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미국 제10순회 항소법원은 2대 1로 스미스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스미스는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스미스의 손을 들어준 연방대법원의 다수 의견을 작성한 닐 고서치 대법관은 “(콜로라도주) 정부는 주 법을 이용해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는 그 어느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스미스의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주 당국의 시도에 우려를 표명했다.

수정헌법 제1조는 국교 수립을 금지하고, 종교의 자유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그리고 정부에 대한 청원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서치 대법관은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을 정부가 요구하는 내용이 아닌,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곳, 풍요롭고 복합적인 곳으로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스로 생각하고 그러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는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유 중 하나이며, 우리를 강하게 지키는 것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