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중국 경기 침체, 30년 역사 장난감 공장 폐쇄

정향매
2024년 01월 24일 오후 12:25 업데이트: 2024년 01월 24일 오후 12:25

세계 장난감 제조 중심지 선전 ‘상징’ 몰락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발전 제한과 열악한 경제 환경 때문에 회사는 심각한 운영 압박을 받아 왔다. 수익으로 지출을 메울 수 없는 문제가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았다. 2024년 1월 12일 이후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직원은 전원 해고한다.”

지난 13일,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장난감 제조 공장 선전롄치화성(達琦華聲)전자유한공사(이하 ‘롄치화성’)가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고 문을 닫았다.

롄치화성은 장난감 설계·연구개발·생산·판매를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전자 장난감 제조업체다. 플라스틱 전자 장난감, 리모컨 장난감, 전기 장난감, 고급 전자 소모품 등을 제조해 일본·미국·유럽 등에 수출했다.

△인형 장난감 바비, 카드게임 우노, 아동용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 등을 개발한 미국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 △토미카·프라레일·조이드(Zoids) 등을 개발한 일본 완구회사 토미(TOMY) △디즈니 등 다수 다국적 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도 생산했다.

롄치화성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롄치화성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994년 광둥성 선전시에 공장을 설립했다. 선전 공장은 직원 2000명 이상을 두고 있다. 2013년 8월 롄치화성은 후난성 빈저우(檳州)시에 지사 롄치화성전자(빈저우)유한공사를 설립하고 현지 공장도 세웠다.

롄치화성의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16~2019년 선전 공장 소속 사회보험 납부자 수는 해마다 감소했고 감소 폭은 증가했다. 선전 공장의 직원 수, 사업 규모, 수익이 점점 빠른 속도로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장 운영 상황은 더 악화했다.

1980년대 이후 홍콩 기업의 투자에 힘입은 선전 장난감 제조 산업은 당시 현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가공 산업 중 하나로 꼽혔다. 선전은 점차 세계 장난감 산업 공급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최근 몇 년 중국의 임금, 건물 임대료, 사회보험·환경보호 비용 등의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공장의 제품 생산 원가는 오르고 있다. 반면 미·중 무역전쟁 발발, 전염병 확산 기간 방역 당국의 도시 봉쇄·통제 등으로 인해 주문은 감소하는 추세다.

업체들은 가격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다수 공장은 수익이 감소했다. 직원을 해고하거나 휴가 보내고, 공장은 폐쇄하거나 휴업하는 게 일상이 됐다.

중국에 진출한 다수 장난감 업체는 선전을 비롯한 광둥 지역에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멕시코 등 공장 운영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홍콩 메이스(美思)그룹 산하 선전난링(南嶺)완구제조유한공사가 갑작스럽게 폐업을 발표했다. 2019년 3월에는 미국 2위 장난감 제조업체 해즈브로의 주요 OEM 공장인 훙창완구(선전)유한공사가 선전에서 철수했다.

2020년 1월에는 홍콩 기업이 투자한 퍼펙타토이(Perfekta Toys) 선전유한공사가 공장 폐쇄를 발표했고, 같은 해 3월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업체 홍콩 얼리라이트(Early Light) 인터내셔널도 선전에서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