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바이든 만나러 미국 가는 시진핑…협상 카드는?

차이나뉴스팀
2023년 11월 4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3년 11월 7일 오전 8:5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10월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시진핑이 서둘러 미국을 찾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지금 중국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당국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개발업체의 잇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지방정부 부채위기, 가시화되고 있는 금융위기, 외국 자본 철수, 실업률 급등, 코로나19의 반복적인 확산, 격렬해지는 고위층 내부 투쟁 등으로 인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유사회가 첨단기술 및 군사 부문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해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공산당 이데올로기를 수출하고, 공급망을 독점하고,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에 대한 안보 위협을 가하고, 북한·러시아와 함께 악의 축을 구축하는 등 대외 확장 전략을 공격적으로 전개한 데 따른 결과다.

2022년 10월 발표된 미 국방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중국 정권을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했다.

“중국은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경제·외교, 군사·기술적 능력을 모두 갖춘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이다. 중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

중첩된 위기 속에서 시진핑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시진핑이 미국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대한 위기 때마다 미국에 도움 요청

역사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중대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미국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먼저 중국 공산당은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미국을 이용했다. 애초에 중국 공산당의 세력은 국민당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애써 미합중국을 찬양하는 한편 중국 공산당이 중국 민중과 민주주의를 대표한다는 거짓말로 세계를 기만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미국은 국민당 정부에 대한 지원을 포기했고, 중국 공산당은 정권을 찬탈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중국 공산당은 정권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정권을 찬탈한 후 “미 제국주의를 타도하자”며 미국을 적대시했고, 이때부터 미·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공군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는 이름으로 참전해 미군과 싸웠다. 이에 미국은 중국을 침략국으로 규정하고 대중국 금수 조치 등 경제 봉쇄 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 정권을 고립시켰다.

또한 미국은 아태 지역의 군사 시스템 ‘반달형 포위망’을 구축해 중국을 포위했다. 이어 한국·일본·호주·대만 및 동남아 국가들과 ‘미·일 안보조약’ 등 일련의 군사협정을 체결해 중국 정권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중국 정권은 국제적으로 고립됐다. 또한 십수년 동안의 정치운동, 특히 문화대혁명을 겪은 데다 중·소 관계가 깨지면서 중국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마오쩌둥은 권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고,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위기를 탈출해야만 했다.

1971년 3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3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 선수단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당시 닉슨 행정부는 중국 정권을 끌어들여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당시 국무장관을 비밀리에 베이징에 파견했다. 이로써 양국의 접촉 외교가 시작됐다.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것은 무역과 투자를 통해 중국을 세계 경제에 편입시키고 점차 민주 국가로 전환하게 하는 것이 미국의 가치관에 부합하고 미국을 더 안전하게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마오쩌둥은 미·중 관계 개선으로 집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마오쩌둥의 큰 업적으로 여겨졌다.

1979년 새해 첫날 미·중이 수교했고, 1월 29일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해 ‘미·중 과학기술협정(STA)’ 등 양자 조약을 여럿 체결했다. 이로써 미·중은 정치·경제·군사·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층 교류가 이뤄지기 시작됐다.

그해 2월 17일, 중국 당국은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십여만 명의 군대를 동원해 베트남을 침공했다. 이후 미국은 첨단 레이더와 수송헬기, 전자정찰장치, 첨단 군사용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컴퓨터 등을 중국에 판매했고,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군사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또 한 번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중국 공산당의 유혈 진압은 전 세계를 경악게 했다. 미국은 즉시 각종 대중 제재 조치를 발표했고 국제사회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으로 민심을 잃고 외부적으로 고립되면서 또다시 집권 위기에 몰렸다.

톈안먼 사태를 통해 미국은 중국 공산당 정권은 정치적 변혁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미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그것은 경제무역, 인문 교류 방면에서는 협력할 수 있지만, 국제안보와 인권 문제에서는 중국 정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소련이 해체되면서 공산주의 진영이 무너짐에 따라 미국이 중국 정권과 연대할 전략적 필요성도 사라졌다.

그러나 톈안먼 사태 직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베이징에 특사를 보내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점차 회복됐고, 이로 인해 고립무원의 위기에 처한 중국 공산당은 지금까지 연명할 수 있게 됐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대중 외교의 중대한 실책으로 평가된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2018년 10월 허드슨연구소에서 대중국 정책과 관련한 연설을 하면서 “21세기로 바뀔 무렵 미국은 낙관적인 태도로 우리 경제에 대한 개방적인 접근을 중국에 허용하기로 했고,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켰다. 하지만 중국은 자유와는 거리가 먼 나라가 됐다”며 “우리는 중국에 속았다”고 했다.

곤경에 빠진 시진핑, 미국 통해 위기 탈출 시도할 듯

독립 기고가 주거밍양(諸葛明陽)은 “과거와는 달리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의 운명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오늘날 미국과 서방 사회 전체가 중국 공산당을 고도로 경계하고 있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중공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치 않다며 중국, 러시아, 이란을 미국이 다뤄야 할 새로운 ‘악의 축’이라고 경고했다.

얼마 전 끝난 일대일로 포럼에서 시진핑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국제 공정성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시진핑은 앞서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에게 “백 년 만의 대변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푸틴은 시진핑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 당국은 헬기와 드론, 국방용 핵심 금속 등을 러시아에 공급해 왔다. 러시아는 그들이 사용하는 드론이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최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은 이란과 2021년 군사협력협정을 체결했고,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많은 군사적 지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중국 정권이 미국의 역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 전쟁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매코널 의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국 당국이 취하는 입장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세계적인 문제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두 전쟁에서 러시아와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는 북한과 시리아도 중국 공산당의 충실한 동맹국이다. 중국 공산당은 때때로 미국과 세계를 상대로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과 시리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주거밍양은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지지해 주기를 기대하고, 미국이 계속 중국 공산당을 연명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시진핑이 바이든을 만날 때 쓸 수 있는 카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진핑의 손에는 두 장의 카드가 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다. 그는 이를 협상카드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첨단기술 봉쇄와 군사적 포위를 포기하면 중국도 러시아와 하마스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이 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