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여론 속 디즈니, ‘백설공주’ 실사판 개봉 2025년으로 연기

칼리 메이베리(Carly Mayberry)
2023년 10월 31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16

디즈니가 실사판 영화 ‘백설공주’의 개봉 예정일을 기존 2024년 3월에서 2025년 3월로 1년 연기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디즈니는 실사 영화 ‘백설공주’의 첫 스틸컷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개봉 연기 발표와 함께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주인공인 백설공주가 7명의 난쟁이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담겼다.

이보다 앞서 지난여름 외신을 통해 공개된 촬영 현장 사진에서는 일곱 난쟁이 중 실제 키가 작은 배우가 한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난쟁이 역할 배우들은 키는 물론, 성별, 인종이 전부 다양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첫 스틸컷 속 일곱 난쟁이는 이전 현장 사진과 달리 모두 CG를 이용해 원작 그대로의 모습을 구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왜소증 배우를 고용하기보다 CG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진보적'”이라며 비꼬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백설공주’ 배우, 백설공주를 비판하다

이런 가운데 실사 ‘백설공주’의 주인공 백설공주 역을 연기하는 배우 레이첼 제글러는 1937년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를 부정적으로 언급해 질타를 받았다.

1937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디즈니 스튜디오를 성공하게 한 원조 격의 작품이다.

눈처럼 하얀 피부가 특징인 백설공주에 캐스팅될 때부터 한 차례 잡음을 일으킨 라틴계 배우 제글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작의 왕자 캐릭터를 가리켜 “공주를 스토킹하는 스토커”라고 표현하며 “원작은 말 그대로 공주를 스토킹하는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에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상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원작은 극도로 구시대적이다. 공주는 왕자에게 구원을 받지 않을 것이고 진정한 사랑을 꿈꾸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연기하는) 공주는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제글러의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을 두고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본인이 맡은 역할을 비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평론가 크리스티안 토토는 “예전에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캐릭터에 대해 애정 어린 방식으로 이야기했다”며 제글러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배우는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때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그들의 의견이 작품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쟁이 묘사

백설공주 실사 영화 제작과 관련, 디즈니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고정관념을 강화하기 위해 일곱 난쟁이 캐릭터에 대해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실제 촬영 사진에서 일곱 난쟁이 캐릭터를 맡은 7명의 배우 중 6명이 키가 작지 않은 배우임이 밝혀지면서 일부 평론가는 디즈니의 파격 시도에 대해 “원작을 훼손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의견을 냈다. 고전 영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리메이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찰리 커크 회장은 “백설공주는 히스패닉계 여배우가 연기하고 난쟁이는 한 명”이라면서 “디즈니는 최근 영화 흥행에서 9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그 수치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937년 원작 영화의 감독 측 또한 리메이크 실사 영화에 대해 거센 비판을 내놨다.

원작 감독 데이비드 핸드의 아들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디즈니가 이 고전 영화에 한 일이 다소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렇듯 여러 구설에 오른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가 개봉일까지 미뤄진 가운데, 과연 흥행에 성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칼리 메이베리는 엔터테인먼트 및 디지털 미디어를 주로 다루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포브스와 할리우드 리포터 등에 기고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